단군 이래 최대어 재건축에도 계약률 60%대, PF시장에 악재
금융권 투자 신중...PF 신규 발행, 차환 난관 예상
자금줄 막힌 건설사, 유동성 문제 재부각 우려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사업장으로 주목받았던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올림픽파크 포레온)이 예상보다 부진한 계약률을 기록하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이 냉각될 것이란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부동산 PF사업은 개발사업의 미래 가치를 담보로 대출이 이뤄지는 만큼 안정적인 사업성이 투자의 중요한 척도다. 하지만 역대급 단지로 분류되던 둔촌주공이 사실상 흥행몰이에 실패해 신규 사업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PF 신규 대출뿐 아니라 차환이 막혀 자금난을 겪는 건설사가 늘어날 여지도 있다.
◆ 강남권 초대형 단지도 계약률 60%대...PF 사업리스크 재부각
1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강동구 둔촌주공의 일반분양 계약률이 60%대에 머물자 향후 PF시장이 침체할 것이란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공사 현장 모습.<사진=윤창빈 기자> |
둔촌주공은 총 1만2032가구로 재건축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아파트다. 조합원을 제외한 일반분양이 4786가구에 달한다. 분양가 산정을 놓고 조합과 주택도시보증공(HUG) 간 줄다리기로 분양시기가 2년 넘게 지연됐다. 그만큼 대기 수요자가 쌓이면서 청약 접수를 앞두고 2만여명이 통장을 사용할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치열한 경쟁은커녕 1400여가구가 미계약으로 남아 흥행에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게다가 규제완화를 골자로 한 정부의 '1.3 부동산대책' 최대 수혜지로 꼽혔다는 점에서 60%대 계약률이 더 치명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번 규제완화 조치로 2년 실거주 의무가 없어지고 분양권 전매제한은 8년에서 1년으로 대폭 완화됐다. 기존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있던 상한선 12억원 규정도 없앴다.
둔촌주공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내놓으면서 향후 분양사업에도 불안감이 커졌다. 최대어 꼽히는 사업장도 계약률이 절반을 조금 웃도는 정도인데 이외 지역에서는 더 저조한 결과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부동산PF는 특정 프로젝트의 사업성을 평가해 대출이 이뤄지는 금융기법이다. 대출 자금은 토지매입 자금대출, 공사비 등으로 사용된다. 이후 수익이 발생하면 투자비율에 따라 수익금을 공유한다. 하지만 투자 원금 및 수익금 회수가 지연되거나 부실화할 우려가 커지면 부동산PF 시장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PF 자금은 주로 보험, 증권, 은행 등을 통해 이뤄지는데, 이들이 투자에 소극적으로 나서면 부동산 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되기 어렵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둔촌주공 계약률이 "성공이나 실패냐" 의견이 갈리긴 하지만 단군 이래 최대 사업장, 규제완화 최대 수혜지, 강남권 대기수요 등을 감안할 때 예상보다 부진한 것으로 평가한다"며 "부동산 분양 및 개발사업에서 계약률이 50%를 넘기기 어렵다는 인식으로 확산하면서 금융기관이 부동산 투자에 보수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여 PF시장 위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 PF 신규 발행 및 차환 막히면 건설사 자금난 확대
부동산PF 시장이 얼어붙으면 건설사의 자금 운영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미래 사업성이 담보되지 않아 PF 발행이 막히면 건설사의 신규 사업도 진행하기 어렵다. PF사업은 대체로 자금력과 신용도가 부족한 시행사 대신 시공사가 보증을 서 이뤄진다. 차환에 실패하면 건설사의 보유 자금으로 사업을 이끌어가야 하는 부담이 있다. 시행사가 자금난에 부도가 나면 보증계약을 맺은 건설사가 사업을 떠안아야 한다.
5년 넘게 이어진 주택경기 호황에 PF대출 규모가 많이 불어난 상태다. 주택을 사겠다는 수요가 넘쳐나니 건설사로서는 소위 '돈 넣고 돈 먹기' 사업이었던 셈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보험사·여전사·저축은행·증권사 등 금융권의 PF대출 잔액은 2013년 말 35조2000억원에서 작년 6월 기준 말 112조2000억원으로 3배 넘게 증가했다. 비은행권의 투자 확대로 연평균 15% 정도 PF 취급액이 늘었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집값과 거래량, 금융리스크 확대 등 감안할 때 주택시장이 침체기에 진입했다는 신호가 뚜렷해지고 있다"며 "과거에 비해 PF사업 비중이 커진 만큼 금융부실이 시공사뿐 아니라 증권사, 신탁사 등 금융업계 전반에 확산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