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금융권 연쇄부도 차단 궁여지책
시장 반전에는 한계…'역전세난' 가계위기가 진짜 위기일수도
[서울=뉴스핌]김정태 건설부동산 전문기자= 절묘하다. 정부의 1·3대책 발표 이후, 직접적 수혜단지가 둔촌 주공 재건축단지로 떠올랐다. 부동산 연착륙을 위한 부동산 규제 완화라고 하지만 마치 위기에 몰린 둔촌 주공을 살리기 위한 맞춤형 대책인 것 처럼 타이밍이 기가 막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영화제목을 빗댄 일명 '둔촌 주공 일병 살리기'라는 말이 나도는 이유다.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 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 단지) 견본주택 모습.<서울= 윤창빈> |
그도 그럴 것이 일단 규제지역 해제로 인한 직접적 혜택을 입게 됐다. 둔촌 주공은 강남4구 중 하나인 강동구 지역의 노른자위 입지에 위치해 있다. 이번 해제에서 강남3구와 용산 만 제외됐다. 이를 두고 강북권의 용산이 강남권인 강동구를 살리기 위해 대신 희생됐다는 설(說)아닌 설이다.
12억원 제한에 걸린 중도금 대출도 풀렸다. 둔촌 주공 84㎡의 분양가가 13억원 이상이어서 대거 미분양이 날 것으로 우려됐다. 자기 자금 계약금만 있으면 분양권을 가질 수 있게 됐다. 계약 1년이 지난 후에는 분양권 전매도 가능해진다. 기존 8년이었던 전매기간을 대폭 단축시킴으로써 우려했던 미분양 사태는 막을 수 있게 됐다. 설사 정당계약 이후 미계약이 나더라도 '줍줍 부활전'이 뒤를 받쳐준다. 지역에 상관없이 그것도 유주택자까지 무순위 청약의 빗장을 풀었다.
입주 시에도 대거 미입주될 우려는 낮아졌다. '실거주 의무 2년'도 사라졌기 때문에 입주가 여의치 않다면 전세를 주고 소유권을 유지할 수 있다. 기존 주택 처분 조건과 자금조달계획서 제출도 폐지돼 기존 주택이 기한 내 안 팔려 발을 동동 구를 필요도 없어지게 됐다.
정부가 집을 살 수 있도록 묶어 놓은 규제를 확 푼 이유는 둔촌 주공 재건축 조합원과 청약자들을 위해서가 아니란 점은 누구나 알 것이다. 총 1만2032가구가 들어서는 단군 이래 최대 규모라는 둔촌 주공의 재건축 단지 사업금액만 4조3677억원에 달한다. 일반분양 물량도 4786가구나 달하는데 계약률이 저조하면 당장 19일 만료돼 돌아 올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차환자금 7231억원을 갚을 길이 막막해진다. 만약 이를 상환하기 못하게 될 경우 PF발(發) 자금경색은 둔촌 주공으로 인해 현실화될 수 있다. 둔촌 주공 재건축의 위기가 어떻게 지나간다 해도 PF발 자금경색은 다른 신규 분양과 입주예정 단지에서도 연쇄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지뢰밭'이다.
건설사와 증권사만의 연쇄 부도로만 끝나는 게 아니라 금융과 산업 전반의 닥칠 경제 위기에 대한 공포에 휩싸이게 될 수 밖에 없다. 때문에 전방위적으로 내놓은 1·3대책이 정부로선 사전에 위기 뇌관을 제거해야만 하는 궁여지책인 셈이다. 일각에선 투기를 재조장하는 섣부른 대책이라고 '순진한 지적'을 전문가 의견이라며 내놓은 이들이 있다. 아직도 부동산을 시장경제의 시각이 아닌 文정권의 실패한 부동산 규제가 옳다는 식으로 국민을 호도하는 이들을 경계해야 한다. 반대로 다시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라며 매수를 부추기는 투기세력의 선동질에 현혹돼서도 안 된다.
정부 스스로가 얘기한 대로 이번 부동산 규제완화가 시장을 반전시키기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가계의 자금(신용)여력으로 기업과 금융권에 '심폐소생술'을 불어 넣는 정도로 봐야 한다. 고금리의 불투명성과 경기침체의 그림자가 여전히 상존해 있는 상황에서 가계 대책도 시급하다. '역전세난'으로 인한 가계발 위기가 진짜 위기로 다가 올수 있음을 정부가 깊게 인식해야 한다.
dbman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