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정기 발간하는 경제동향 종합 보고서인 '베이지북'은 올해 초 미국 경기 활동은 이전과 비슷한 수준이며, 기업들은 향후 성장에 대해 비관적인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18일(현지시각) 공개된 베이지북에서 12개 연방준비은행(연은) 중 절반은 관할 구역에서 경기 활동이 이전과 변함이 없거나 소폭 둔화됐다고 밝혔다. 일부 지역에서는 소폭 내지 완만한 성장이 보고됐고, 한 곳은 큰 폭으로 둔화됐다고 밝혔다.
미국 연준(Fed) 본부의 독수리상 [사진=로이터 뉴스핌] |
올해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2주 앞두고 공개된 이번 베이지북은 지난 9일까지 12개 연은 관할 구역의 경기 흐름을 평가했다.
일부 소매업체들은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계속해서 줄고 있음을 강조했고,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홀리데이 시즌 동안 소비자 지출이 소폭이나마 늘어난 점이 도움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다수의 사업체들은 소비자들에게 높아진 비용을 전가하는 일이 더 어려워졌다고 답했다.
이번 베이지북은 올해 미국의 물가 상승세는 누그러질 것으로 평가했다.
연준은 "대부분의 지역에서 물가가 완만(modest) 내지 보통(moderate)의 속도로 올랐으나, 상승 속도는 이전보다 둔화된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전반적으로 향후 물가 상승세는 연말까지 더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베이지북에서 미국의 고용은 대부분의 지역에서 완만 내지 보통(modest-to-moderate) 수준의 성장을 이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보고서는 "상품 및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둔화됐음에도 다수의 기업들은 해고를 꺼렸고, 필요할 경우 자연 감원(attrition)을 계획했다"면서 "계속해서 타이트한 고용 시장으로 인해 임금 압력은 전반적인 지역에서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고, 5곳의 연은에서만 임금 압박이 다소 완화된 것으로 보고됐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확인된 지난 4분기 미국 경제 지표들은 다소 혼조적인 상황이다.
미국의 12월 소매 판매는 1년여래 최대 폭의 감소를 기록하며 소비자들의 탄력이 다소 줄고 있음을 시사했다. 같은 기간주택 판매도 1년 전보다 3분의 1 넘게 줄고 소매판매도 12월 예상치에 미달하는 등 부분적으로 경기 둔화 신호가 포착됐다.
하지만 미국의 12월 비농업부문 일자리 수는 22만3000개가 추가 돼 월가 전망치를 웃돌았다. 지난달 실업률도 3.5%로 내려와 여전히 견실한 노동시장 상황을 시사했다.
지난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세는 연 6.5%로 11월의 7.1%에서 내려오고 12월 생산자물가지수(PPI)도 전월대비 0.5% 하락하는 등 인플레이션 상황은 개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커먼웰스 파이낸셜 네트워크 채권전략가 샘 밀렛은 "연말에 가까워지면서 나타난 생산자 물가 및 수요 둔화 신호는 연준의 더 제한적인 통화 정책이 인플레 파이팅에서 실질적인 효과를 만들어내고 있음을 보여주는 굿 뉴스"라고 평가했다.
다만 최근까지 연준 관계자들은 인플레이션 통제를 위해 추가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전날 토마스 바킨 리치먼드 연은 총재는 "(인플레 파이팅에) 승리를 선언하기는 시기상조"라고 밝혔고, 이날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 루이스 연은 총재는 2월 FOMC에서 연준이 금리를 50bp(1bp=0.01%p) 올려야 하며 가능한 빨리 금리를 5% 웃도는 수준까지 올려 물가를 안정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