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무죄·2심 유죄→대법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
'완성된 담배' 아닌 '담배 재료 또는 제조시설의 제공' 판단
[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가맹점에게 담배 재료 및 담배제조기계를 공급하고 가게를 방문한 손님으로 하여금 담배를 제조하게 한 행위에 대해 담배사업법상 담배의 제조·판매 행위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담배사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원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A씨에 대한 상고심을 열어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환송했다.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거주하는 A씨는 담배제조업 허가 및 담배소매인 지정을 받지 않고, 2017년 1월 B씨에게 가맹점 계약을 체결한 뒤, 같은달 14일부터 25일까지 시가 합계 559만원 상당의 연초 잎, 담배종이, 담배 필터, 담배갑 및 담배제조기계 6대를 공급했다.
B씨는 A씨 설명에 따라 경북 포항의 한 업소를 방문한 불특정 다수의 손님들에게 연초 잎, 담배종이, 담배 필터, 담배갑을 제공했다. 또 손님으로 하여금 담배제조기계를 조작하게 하거나, 담배제조기계를 조작해 담배를 만들어 손님으로부터 1갑(20개) 기준 2500원을 받았다. B씨가 판매한 담배는 시가 합계 10만원 상당이다.
이를 비롯해 A씨는 2016년 12월부터 2017년 3월까지 B씨 등 담배제조업 허가 및 담배소매인 지정을 받지 아니한 총 19명과 가맹점 계약을 체결하고, B씨와 같은 방법으로 그들에게 담배제조기계, 담배 재료를 공급했다.
이로써 A씨는 가맹점주들과 공모해 담배제조업 허가 및 담배소매인 지정을 받지 아니하고 담배를 제조⋅판매했다는 게 혐의 요지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1심과 2심 판결은 엇갈렸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당시 '가맹점'을 상대로 '담뱃잎 등 담배 재료만을 판매하고 고객이 담배를 제조하는 것이므로 불법이 아니다. 직접 제조해 주거나 미리 제조해서 판매하는 것은 안 된다'고 교육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에서는 A씨에 징역 1년과 8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했다. 재판부는 "가맹점주는 가게 안에 담배필터, 담배제조기계 등 담배 제조에 필요한 설비를 모두 갖추어 놓고, 손님이 담배제조기계를 간단하게 조작함으로써 곧바로 흡연할 수 있는 상태의 완성된 담배를 구매할 수 있도록 제공했다"고 질책했다.
그러면서 "이는 피고인이 가맹점주를 모집할 때부터 계획했던 사업 방식이었는바, 가맹점주들에게 담배재료와 함께 담배제조기계를 공급한 피고인의 행위 역시 담배사업법에서 금지하는 담배 제조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대법원 A씨가 구상한 영업방식에 대해 손님과 가맹점주들 사이에 수수되는 돈은 '완성된 담배'가 아닌 '담배 재료 또는 제조시설의 제공'에 대한 대가로 판단했다.
대법은 "피고인이 가맹점주들에게 담배 재료와 담배제조시설을 제공한 행위는 단순한 물품공급 행위로서 담배사업법 제2조의 '담배'에 해당하는 것을 만들어 내는 작업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이를 '담배의 제조'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무죄 취지로 판결했다.
한편 대법원 2부(민유숙 대법관)도 A씨로부터 담배 재료 등을 공급받아 가맹점 사업을 해온 C씨에 대한 상고심을 열어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은 "담배의 원료인 연초 잎에 일정한 작업을 가한 것이 아니어서 '담배의 제조'로 평가하기는 어렵다"며 "제조란 일반적으로 '물건이나 제품을 만들어 내는 것'을 뜻하므로, 피고인의 위와 같은 활동까지 제조로 이해하는 것은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벗어나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해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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