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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방가르드 사진가 황규태, 60년 전위에서 달려 '여기'에 왔다

기사입력 : 2023년02월09일 19:47

최종수정 : 2023년02월10일 13:26

흑백사진에서 포토몽타주,픽셀까지 변혁의 선봉
부산 고은사진미술관 '황규태 사진에 반-하다' 기획
"호기심이 나를 실험과 변화의 앞줄에 서게 했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 지난 60년간 한국 아방가르드 사진의 최일선을 달려온 사진가 황규태(85)가 부산 해운대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열고 있다. 부산의 고은사진미술관은 2023년을 여는 첫 전시로 황규태 작가의 전(全)시기 작품을 선보이는 기획전을 지난달 개막했다. '황규태,사진에 반-하다'라는 타이틀의 이번 전시는 작가의 변화무쌍했던 60년 작업궤적을 한자리에서 음미해볼 수 있는 자리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황규태, '픽셀- Heart'. ⓒ황규태, 이미지 제공=고은사진미술관. 무단 복제및 변형 금지. 2023.02.08 art29@newspim.com

황규태의 사진작업 전반을 돌아보는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다. 미술관측은 작가의 장르별 작업을 엄선해 이를 망라했다. 이에 따라 황규태가 어떤 작업으로 사진활동을 시작해 어떻게 작업을 변화시켰으며, 최근에는 어떤 작업에 몰두해 있는지를 두루 가늠해볼 수 있다.  

전시 타이틀 '사진에 반-하다'는 두가지 의미를 함축한다. '사진에 매혹되어 몰두한다(fall in)'와 '사진 매체의 규범적 조건과 관습을 뛰어넘는다(against)'는 이중의 의미를 담고 있다. 이는 데뷔이래 한국 실험사진의 최전방에서 무수한 변혁과 시도를 추구해온 황규태의 작업의지를 압축한 표현이다.

전시는 황규태의 1960년대 '흑백 스트레이트' 작업에서 시작한다. 이어 '블로우업' '포토몽타주' '버노그라피', 그리고 '픽셀'까지 5가지 파트를 아우르는 총 116점의 작품을 3개 섹션으로 나눠 전시했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 부산 고은사진미술관(관장 이재구)이 기획한 '황규태, 사진에 반-하다'의 전시 전경. 첫 섹션에서 흑백 스트레이트 사진(오른쪽)과 블로우업 사진들(왼쪽)이 서로 마주하고 내걸렸다. ⓒ황규태, 이미지 제공=고은사진미술관. 2023.02.08 art29@newspim.com

고은사진미술관 2층 전시실 초입에 꾸며진 첫 섹션에는 '흑백' '블로우업' 사진이 한데 묶였다. 1960년대 작가의 초기 흑백사진과 2001년 다양한 배율로 확대-축소해 리프레임한 '블로우업' 시리즈가 한 공간에서 마주하고 있다.

동국대학교 정치학과를 나와 경향신문 사진부 기자로 활동하던 1960년대 초중반 황규태는 흑백의 스트레이트 사진에서도 근경과 원경을 거침없이 넘나드는 화면구성과 과감한 크롭을 시도했다. 이미 실험적 표현의 잠재태를 작품 속에 심어놓았던 것이다. 물론 이 섹션에는 보도사진의 기본에 충실한 사진도 있다. 그러나 명동성당 일대와 광화문, 정동길, 달동네에서 찍은 사진들은 리얼리즘 사진의 근간을 뒤흔드는 대담한 구도와 실험이 포착돼 흥미롭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 고은사진미술관이 기획한 '황규태, 사진에 반-하다'전에 출품된 황규태의 1960년대 흑백 스트레이트 사진. ⓒ황규태, 이미지 제공=고은사진미술관. 무단복제및 변형 금지. 2023.02.08 art29@newspim.com

이들 흑백사진 맞은 편에는 '블로우업' 사진 37점이 내걸렸다. 작가가 꾸준히 천착해온 흑백사진들 속에 숨어 있는 '또다른 장면'을 과감하게 확대해 커팅한 뒤, 이를 클로즈업한 작품이다. 무명 한복을 걸치고 신명나게 춤잔치를 벌이는 마을주민 속 '남녀 한쌍의 고무신 신은 발'을 확대한 사진이라든가, 명동거리를 스케치한 사진 중 배경으로 저 멀리 찍힌 여성들의 뒷태를 키운 사진 등 자투리, 배경이 중심으로 옮겨져 확대됨으로써 예기치 않았던 추상성과 조형성이 살며시 드러난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 황규태,'블로우 업', Black and White, Pigment Print, 58X45cm ⓒ황규태, 이미지 제공= 고은사진미술관. 무단복제및 변형 금지 2023.02.08 art29@newspim.com

멀리 깨알처럼 작게 찍힌 여성의 하이힐 부분, 가지런히 포갠 두 손 등을 크게 확대한 탓에 굵어진 사진입자는 묘하고 아련한 공기를 뿜어낸다. 작가의 숨길 수 없는 확대본능과 기존 관습을 뛰어넘으며 '사진을 갖고 노는 엉뚱한 기질'이 여지없이 드러나는 연작이다.

두 번째 섹션에서는 일평생 종횡무진 질주하게될 '황규태표 상상력'을 임팩트있게 알린 '포토몽타주' '버노그라피' 시리즈가 나왔다. 이 섹션에서 관람객은 사진의 기본문법과 통념애 안주하지 않고, 누구도 가지않은 길을 가고자 한 작가의 '아방가르드(avant-garde) 정신'을 확인하게 된다. 스페셜 이펙트를 과감하게 적용해 다양한 이미지를 차용 합성하며 새로운 메시지를 던진 '포토몽타주'와 필름을 태워 변형시키고 훼손된 필름을 확대경으로 촬영해 우연의 효과를 추구한 '버노그라피'는 황규태를 미국 내에서 '주목할만한 아티스트'로 부상하게 했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 태양을 찍은 필름을 불로 태워 변형시킨 뒤, 전혀 다른 작품으로 재탄생시킨 황규태의 '녹아내리는 태양(Melting the Sun)'.Pigment Print, 150X100cm . 황규태는 1960,70년대 미국에서 작가로 활동할 당시 필름의 일부를 불로 태운 후 우연한 효과를 도모하는 기법을 '버노그라피(Burnography)'라고 명명하고, 다양한 사진실험을 시도했다. ⓒ황규태, 이미지제공=고은사진미술관. 무단복제및 변형 금지. 2023.02.08 art29@newspim.com

1965년 미국으로 건너간 황규태는 실험적인 사진을 본격적으로 시도했다. 현미경 사진이나 천체·항공 사진, X레이 사진까지 활용하며 이중노출, 콜라주, 필름 태우기 등을 감행했다. 이 시기 작업에 대해 작가는 "그림에서는 얼마든지 표현가능한 초현실, 환상의 세계를 사진에선 왜 안되는 걸까 고민하다가 나온 게 포토몽타주와 버노그라피다. 한 장의 사진으론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세계를 구현할 수 없어 여러 실험을 변주하고 반복했다"고 밝혔다.

당시 황규태의 과감하고 혁신적인 작업은 미국 예술계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1973년 미국의 세계적인 사진잡지 '파퓰러 포토그래피(Popular Photography)'는 표지에 황규태 작품을 싣고, 특집으로 일련의 작품을 소개했다. 또 다양한 현지 매체들이 황규태의 작품세계를 소개했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 고은사진미술관이 기획한 '황규태, 사진에 반-하다'전에 출품된 작가의 '픽셀' 연작. ⓒ황규태, 이미지 제공=고은사진미술관. 2023.02.08 art29@newspim.com

마지막 섹션은 황규태 실험사진의 최신 영역이자, 사진예술의 무한확장을 보여주는 '픽셀(pixel)' 시리즈로 꾸며졌다. '픽셀'은 1990년대말 우연히 TV 화면을 확대경(루페)으로 들여다보다가 발견한 작고 네모난 점들에 빠져들며 비롯된 작업이다. 그는 "TV 모니터 안에 뜻밖의 이미지들이 보여 그걸 촬영해 확대했다. 그랬더니 엄청난 색과 무늬가 나왔고, 그걸 다시 확대, 촬영하길 반복하며 마음에 드는 색과 모양을 골라낸 게 픽셀 연작"이라고 했다. 기존의 흑백 스트레이트 사진의 한 귀퉁이를 확대 변주하며 '블로우업' 작업을 하던 것과 어찌보면 맥이 닿아있는 작업인 셈이다.

즉 황규태의 '픽셀'은 이미 존재하는 이미지들 속에서 하나를 '확대'하고, '발견'한 뒤 이를 '선택'해 특정 이미지로 시각화하는 과정의 산물이다. 이같은 '픽셀'의 탄생은 "사진은 피사체를 카메라로 촬영하는 것"이라는 사진의 오랜 조건을 깨뜨린 것은 물론, 사진의 범위는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가를 묻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픽셀로 밤낮없이 시각적 유희를 즐기며 작가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사진의 신세계를 우리 앞에 선보이게 된 셈이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 황규태, '픽셀,게슈탈트(Gestalt)–형태심리학", Pigment Print, 150X110cm ⓒ황규태, 이미지 제공=고은사진미술관. 2023.02.08 art29@newspim.com

처음 픽셀 작업을 시작했을 때 황규태는 "컴퓨터 속 이미지를 확대, 발견한 뒤 이를 선택할 뿐 인위적 변형은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이제는 거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첨단 포토샵 기능을 두루 활용해 이미지를 마음껏 변형, 변주한다. 'Heart' 연작이라든가, 타원 연작, 물결작업 등이 그래서 나왔다.

때문에 그가 선보인 눈부시게 화려하고 선명한 '픽셀'연작은 "이게 무슨 사진이람? 그래픽이지?"라는 반응도 나온다. '컴퓨터 장난'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에 황규태는 "내 픽셀 작업은 궁금증에서 시작됐다. 내가 호기심 대마왕이다. 매혹적인 이미지를 찾아내느라 도끼자루 썩는줄 모르고 하루 10시간 넘게 컴퓨터 앞에 앉아 작업한다. 덕분에 허리가 동티 났지만 너무 재밌다"고 했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 황규태 '픽셀-알파벳'. ⓒ황규태, 이미지제공=고은사진미술관. 무단 복사및 변형 금지. 2023.02.09 art29@newspim.com

이어 "묻고 싶다. 오늘날 사진은 꼭 사진이어야만 되는 것이냐? 사진의 모든 것이 사진이고, 모든 것이 사진이 아닐 수도 있다. 복사기도 스캐너도 모두 카메라다"라며 "사진으로 표현할 수 있는 한계는 어디까지고, 어느 범위를 넘으면 사진이 아닌 것인지 탐구하는 게 즐겁다. 고인 물보다 흐르는 물이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제 NFT, 메타버스에 이어 AI챗봇인 '챗 GPT'까지 등장했다. 이런 첨단의 시대에 한국사진계 최고참 작가인 황규태는 디지털 사진의 최선두를 가열차게 달리는 '젊은 전사'임에 틀림없다. 클래식한 전통예술의 극복, 실험과 변혁의 추구, 첨단과학과 테크놀로지에 대한 끝없는 관심, 예술과 비예술의 경계 허물기를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시도하니 말이다.  황규태에게 사진예술은 '실재의 복제'가 아니라 '혁신과 변화', 그 자체인 것이다. 때문에 그에겐 예나 지금이나 한계란 없다.

고은사진미술관 이재구 관장(경성대 교수)은 "이번 기획전은 한국 현대사진계의 선도적 위치에 있는 황규태의 전위적 사진세계를 총체적으로 다룸으로써 그의 실험정신과 창작의지, 한국현대사진사에서 황규태 사진이 갖는 의의와 중요성을 반추하고 있다. 누구나 현대사진을 즐기면서 새로운 시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고은문화재단(이사장 김형수)이 주최하고, 동성모터스가 후원한 '황규태, 사진에 반-하다'전은 오는 3월12일까지 열린다. 월요일 휴관. 무료 관람.

art2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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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동행카드, 고양·과천도 30일부터 [서울=뉴스핌] 이경화 기자 = 서울시는 '기후동행카드'가 오는 11월 30일 첫 차부터 고양시와 과천시까지 서비스를 확장한다고 21일 밝혔다. 이로써 서울~고양~과천을 오가는 시민들도 월 5만~6만원대로 기후동행카드의 무제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지난 1월 27일 서울 지역을 대상으로 출발한 기후동행카드는 3월 30일 김포골드라인, 8월 10일 진접선·별내선까지 확대됐다. 서울 공동생활권인 인구 100만의 대규모 도시 고양시와 지리적으로 서울시와 경기남부의 길목에 위치한 과천시까지 연결됨에 따라 수도권으로 본격 확대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시는 기대한다.  서울 외 지역 기후동행카드 이용 가능 도시철도 구간 [이미지=서울시] 서울시와 고양시, 과천시는 지난해 2~3월 기후동행카드 참여 업무협약을 체결한 이후 후속 논의를 통해 구체적인 시행방안을 마련하고 11월 30일 고양시(3호선·경의중앙선·서해선), 과천시(4호선)의 기후동행카드 참여를 확정지었다. 관계기관들과 함께 시스템 개발·최종 점검을 완료했다. 이번 확대로 3호선은 고양시 일산서구 대화역에서 서울시 송파구 오금역까지 모든 역사(44개)에서 기후동행카드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경의중앙선은 고양시 일산서구 탄현역에서 구리시 구리역까지 34개 역사, 서해선은 고양시 일산서구 일산역에서 서울시 강서구 김포공항역까지 7개 역사, 4호선은 남양주시 진접역에서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역사까지 34개 역사에서 기후동행카드를 이용할 수 있다. 이에 더해 현재 기후동행카드 서비스 범위에 이미 고양시를 경유하는 서울 시내버스 28개 노선과 과천시를 경유하는 6개 노선이 포함돼 있음을 고려하면 서울과 고양·과천을 통근·통학하는 약 17만 시민의 이동 편의가 더욱 증진될 것으로 보인다.  또 이용범위가 대폭 확대되면서 과천·고양 등 시민들도 기후동행카드의 다양한 문화 혜택을 동일하게 누릴 수 있다. 과천시 4호선 확대로 대공원역도 기후동행카드를 이용할 수 있는 만큼 방문 시 서울대공원 50% 할인 등 혜택을 참고하면 된다.  기후동행카드는 올해 1월 23일 서비스 시작 이후 70일 만에 100만 장이 팔리는 등 시범사업 단계부터 큰 호응이 확인된 바 있다. 7월부터 본사업에 들어가면서 청년할인권·관광객을 위한 단기권 등 다양한 혜택이 더해졌다. 평일 최대 이용자가 65만명이 넘어가는 등 인기가 지속되고 있다. 서울시는 고양·과천 지하철 적용을 시작으로 수도권 시민들에게도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할 수 있도록 관련 협의·시스템 개발 검토를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향후 기후동행카드의 무제한 확장을 위한 타 경기도 지자체와의 논의 역시 급물살을 탈 것으로 기대된다고 시는 덧붙였다.  기후동행카드를 이용하려면 안드로이드 기반 휴대전화에서 '모바일티머니' 앱을 무료로 다운받아 충전하면 된다. 실물카드는 서울교통공사 1~8호선 고객안전실, 지하철 인근 편의점 등에서 구매한 후 서울교통공사 1~8호선, 9호선, 신림선·우이신설선 역사 내 충전기에서 권종을 선택·충전 후 사용할 수 있다.  기후동행카드의 고양시, 과천시 확대 등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고양시(031-909-9000), 과천시(02-3677-2285), 서울시 120 다산콜센터로 문의하면 된다. 윤종장 서울시 교통실장은 "김포·남양주·구리에 이어 고양·과천 확대로 경기도 동서남북 주요 시군까지 기후동행카드의 무제한 대중교통 혁신이 이어지고 있다"며 "교통비 절감·생활 편의·친환경 동참 등 일상 혁명을 수도권 시민들까지 누릴 수 있도록 수도권 지역 서비스 확대·편의 향상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kh99@newspim.com 2024-11-21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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