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화 이후에도 관치금융·낙하산 인사 논란 지속
尹 "은행 공공재" 발언에 금융권 "영향력 행사" 해석
정부 '지배구조 선진화' 착수…'인사개입 강화' 우려
[서울=뉴스핌] 김연순 기자 = 금융위원회가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 선진화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하지만 금융권에선 금융지주 경영진 인사에 대한 정부의 개입이 더욱 공공연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우리금융 회장과 NH농협금융 회장 인선 과정에서 관치 금융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향후 정부의 그립감이 더욱 쎄질 것이란 지적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최근 이세훈 사무처장과 관련 부서에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한 후속 대처를 지시했다. 이에 따라 곧 태스크포스(TF) 등을 꾸려 소유분산 기업들에 대한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 강화, 이사회 기능 제고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금융위는 고위경영진과 임원들의 내부통제 관련 최종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의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을 마련해 1분기 중 입법예고 할 방침이다. 여기에는 이사회와 관련 경영진의 내부통제 관리 업무를 감독하도록 감시·감독 의무를 명확화하는 등 이사회 기능 제고 등도 담길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이 금융지주 회장 후보를 추천하는 이사회의 거수기 문제와 독립성 강화를 내세우며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 작업에 돌입했지만, 한편에서는 금융권 인사에 대한 정부의 개입이 더욱 강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이 20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제5차 금융규제혁신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2.12.20 pangbin@newspim.com |
실제 최근 NH·우리금융지주 회장 인선에서도 관치금융과 낙하산 논란은 현실이 됐다. 특히 우리금융 회장 인선 과정에서 금융당국 수장은 물론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서 선임 절차에 문제를 제기하고 투명한 선임절차와 지배구조를 강조해 막판까지 회장 인선을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주인(지배주주)이 없는 주요 회사의 CEO 선임 절차는 투명하고 합리적이어야 한다"고 지적했고, 결국 관료 출신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우리금융 회장에 선임되면서 신(新)관치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여기에 윤 대통령은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은행은 국방보다 중요한 공공재적 시스템"이라며 "공정하고 투명하게 거버넌스(지배구조)를 구성하는 데 정부가 관심을 보이는 것은 관치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하며 금융권에서 여러 해석을 낳았다.
금융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은행을 직접적으로 공공재라 언급한 건 지배구조 뿐 아니라 여러 측면에서 개입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며 "은행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뜻 아니겠느냐"고 해석했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금융당국이 직접적인 압박에 나서면서 '용퇴'를 결정한 바 있다. 이렇다보니 금융권에선 '지배구조 선진화'가 사외이사 교체 바람으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금융권 안팎에선 '지배구조 투명성' 이면에 정부의 인사개입과 낙하산 인사가 공공연해지면서 과거 '금융지주 흑역사'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특히 금융권 핵심 자리가 보은인사로 채워질 경우 문제의 심각성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MB정부 당시 금융계 4대 천황으로 통했던 이팔성 전 우리금융 회장, 강만수 전 산은금융그룹 회장, 어윤대 전 KB금융지주 회장 등의 인사를 대표적인 예로 꼽는다. 당시 금융권을 장악했던 실세 회장의 나이는 60대 후반. 대학 동문 등의 이유로 대표적인 MB 낙하산 인사라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금융권의 또 다른 고위관계자는 "정권교체기에 따라 5년 혹은 10년 단위로 반복되는 낙하산 논란이 보수·진보(정권)를 가리지 않고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성과가 굉장히 중요하게 달라지는 자리에는 낙하산이 가면 안된다"며 "일하는 자리에는 캠프 출신 여부를 떠나 일할 수 있는 사람을 앉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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