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지난 3일 형사소송규칙 개정안 입법예고
검찰 "수사기밀 유출, 증거인멸 가능성 있어"
법조계 "증거 확보 우려…수사기관 대상으로만 해야"
[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압수수색 영장 발부 전 심문 추진을 두고 법원과 검찰의 갈등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법원은 일부 복잡한 사안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심문하겠다고 밝혔지만, 검찰은 수사 밀행성을 해칠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법조계 또한 수사기관에 치명적일 것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심문 대상이 수사기관 관계자로 한정된다면 수사 기밀 유출 우려는 적을 것으로 내다봤다.
법원 검찰 로고 [사진=뉴스핌 DB] |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최근 대검찰청에 압수수색 영장 발부 전 심문을 추진하는 내용의 형사소송규칙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요청했다. 대검은 일선청의 의견을 수렴해 대법원에 전달할 예정이다.
개정안의 주 내용은 구속영장 발부 절차처럼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하기 전에 심문기일을 정해 압수수색 요건 심사에 필요한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을 판사가 심문하는 것이다. 검사도 심문기일에 출석해 의견을 진술할 수 있다.
대법원이 지난 3일 이 같은 내용의 형사소송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하자 검찰은 반발했다.
압수수색이 이뤄지는 수사 초기 단계에 사건 관계인들에 대한 심문 절차가 진행되면 수사기밀 유출과 증거인멸 등 밀행성을 해칠 우려가 크다고 주장했다. 특히 대법원이 사전에 검찰과 협의나 의견 교류 없이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점을 지적했다.
법조계 안팎에서도 수사기관의 물적 증거 확보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심문 과정에서 압수수색 계획이 알려지면 그 사이 밀행성이 침해당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며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검찰의 피의자 신문조서도 휴지 조각이 되어 버린 상황에 압수수색 영장 발부 전 심문까지 추진하면 물적 증거를 확보할 기회가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압수수색 대상이 광범위하고 복잡한 문제에 대한 대응은 판사의 자질이나 전문성 영역이며 의문이 있는 부분은 수사기관에 확인하면 될 문제"라며 "수사현실을 모르고 너무 판사들의 권한만 생각하는게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반면 심문이 수사기관 관계자에 대해서만 이뤄진다면 수사 밀행성을 크게 해칠 가능성은 적다는 의견도 있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경찰과 검찰 등 수사기관만 제한적으로 심문한다면 수사기밀이 유출될 우려는 적다"며 "구속영장 심문 제도를 도입할 때도 법원과 검찰이 크게 갈등을 빚었으나 제도가 잘 정착됐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다음달 14일까지 형사소송규칙 개정안에 대한 입법예고와 의견조회 기간을 거쳐 오는 6월부터 개정안을 시행할 계획이다. 이미 사법행정자문회의를 통해 장기간의 논의를 이어온 만큼 의견조회 내용을 반영해 규칙 개정을 마무리 짓겠다는 방침이다.
대법원은 "대면 심리의 대상은 영장을 신청한 경찰 등 수사기관이나 제보자 등이 될 예정"이라며 "대면심리 자체가 임의적인 절차로 일부 복잡한 사안에서 제한적으로 실시될 것이므로 수사 밀행성 확보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대검 관계자는 "사법행정자문회의에서 내부적인 논의는 하셨겠지만 검찰에 공식적으로 의견을 요청하거나 외부 토론회 등을 열어 의견을 수렴한 적은 없었다"며 "일선청 의견을 받아 대법원에 전달할 예정이며 대법원에서도 의견조회 후 충분한 논의를 거쳐 지혜롭게 판단하실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sy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