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건군절 열병식서 TEL과 공개
핵 다탄두 4개 장착 동시 공격 땐
美 ICBM 44기 요격 미사일 무력화
화성-15형‧고체연료 ICBM 위협 심각
[서울=뉴스핌] 김종원 국방안보전문기자 = 북한이 지난 8일 인민군 창건(건군절) 75돌 열병식에서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화성-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최소 11기 이상 내놓은 것으로 분석됐다.
북한이 핵탄두를 탑재해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사거리 1만5000km 화성-17형을 왜 이동식 발사대(TEL)에 실어 11기를 공개했는지 적지 않은 의문이 든다.
북한은 이번 열병식에서 "국가의 최대 핵공격 능력을 과시하며 대륙간탄도미사일종대들이 등장했다"고 언급하면서 화성-17형과 신형 고체연료 추정 ICBM을 소개했다.
북한이 2월 8일 밤 건군절 75돌 열병식에서 핵탄두를 탑재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을 최소 11기 이상을 공개하고 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
◆美 본토 타격 ICBM 대량 생산체제 구축
북한이 핵탄두를 탑재해 미 전역 본토를 언제든지 타격할 수 있는 ICBM 대량생산 체계를 갖췄다는 것을 과시한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더해 북한이 이번 열병식에서 화성-17형 11기를 보여준 의도는 3~5개 핵 다탄두 개별 목표설정 재진입체(MIRV) 전략핵 위협을 보여주기 위한 의도로도 분석된다.
무기체계 권위자인 권용수(해사 34기) 전 국방대 교수는 13일 "미국은 현재 미 본토에 대한 ICBM 공격 방어를 위해 44기의 지상기반 요격 미사일(GBI)을 배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 전 교수는 "이번 열병식에 나온 화성-17형 11기만 동시에 쏜다고 해도 핵 다탄두를 4개만 상정하면 미 본토 방어를 위한 ICBM 요격미사일을 다 소진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만일 화성-17형에 다탄두를 최대 5개를 탑재하고 이번에 공개한 신형 고체연료 ICBM과 함께 동시 공격을 하게 된다면 미국의 ICBM 본토 방어체계는 무력화된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북한이 화성-17형에 3~5개 정도의 핵 다탄두 MIRV 기술을 확보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화성-17형, 3~5개 핵 다탄두 탑재" 관측
북한이 이번 열병식에서 보여준 화성-17형만 최소 11기이기 때문에 더 보유하고 있을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화성-17형뿐만 아니라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사거리 1만3000km '화성-15형' 전력화까지 감안하면 미국에 대한 북한의 전략핵 위협은 이미 심각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미국은 러시아와 중국뿐만 아니라 북한과 같은 잠재적 ICBM 위협으로부터 본토를 방어하는 지상기반미사일(GMD·Ground-based Midcourse Defense) 방어체계를 구축하고 있어 대부분 ICBM을 막아낼 수 있다.
다만 권 전 교수는 "지난해 11월 북한이 비행시험에 성공한 사거리 1만5000km의 화성-17형은 알래스카 포트 그릴리와 캘리포니아의 반덴버그 공군 기지에 배치돼 있는 지상기반요격체(GBI)를 남쪽으로 우회해 미 본토를 공격할 수 있어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이번 열병식에 동원된 '화성-17형' TEL이 '예비용'까지 합쳐 12기로 파악됐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이번에 화성-17형 TEL 번호는 321‧361 등이 식별됐다. 연속해서 번호를 붙였다면 화성-17형 TEL만 41대 이상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이 ICBM 발사대를 얼마나 보유하고 있느냐에 따라 ICBM 발사 능력과도 직결된다. 북한이 각종 탄도미사일과 ICBM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느냐도 중요하지만 발사대 보유수가 그만큼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북한이 2022년 11월 18일 평양 순안공항에서 미국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사거리 1만5000km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을 발사하고 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
◆실제 열병식 공개보다 더 많이 보유 가능성
그래서 북한이 열병식마다 발사체와 함께 발사대를 보여주는 것도 발사 능력을 과시하기 위한 포석이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북한이 실제로는 이번 열병식에서 공개한 ICBM과 발사대보다 더 많이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 4‧25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돌 대규모 열병식에서는 화성-17형을 4기 정도 밖에 공개하지 않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말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8기 6차 전원회의에서 핵탄두 보유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릴 것"을 독려했다.
북한이 이번 열병식에서 화성-17형을 무더기로 보여줬기 때문에 화성-17형이 사실상 미 본토를 겨냥한 북한의 주력 전략핵 ICBM 전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형 고체연료 지상발사 ICBM을 선보였기 때문에 올해 상반기 성능시험을 거쳐 조만간 운용단계에 들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권 전 교수는 "북한은 모든 것을 군사적‧전략적 개념 중심으로 접근하고 있다"면서 "미국의 ICBM 요격체계가 몇 개가 있고 얼마만큼 발사하면 방어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략적‧개념적 측면에서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우리 군도 북한 위협을 평가하는 안보환경 분석단계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kjw86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