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이용자 수 64만명 목표…초과시 지자체 협의
"신규가입 제한·마일리지 적립 불가 미연에 방지"
전기·가스·교통요금 추가인상 예고에 부담 가중
[서울=뉴스핌] 강명연 기자 = "편의점 도시락이 양 많고 값싸 김혜자 도시락으로 부른다고 합니다. 알뜰교통카드도 이름을 '혜자카드'로 바꿔야 할 것 같아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알뜰교통카드 홍보에 나섰다. 22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알뜰교통카드 플러스 협력 협약식'에서 "오늘 아침 알뜰교통카드를 '혜자카드'로 만들어달라는 메시지를 받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원 장관은 "알뜰교통카드를 이용한 사용자들의 구체적인 요구사항이 반영돼 고객 반응이 실현되면 사업자나 당국도 확신을 가지고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보다 많은 사용자들에게 만족과 도움을 드리면 사회가 더욱 밝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원 장관이 직접 알뜰교통카드 홍보에 나선 것은 최근 고물가로 어려워진 민생경제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특히 올해 서울시 등 대중교통 요금인상이 예고돼 있어 민관이 부담 완화에 나섰다. 카드사 등을 대표하는 여신금융협회와 비씨·삼성·신한·우리 등 롯데카드를 제외한 정·준회원사 8곳이 협약식에 총출동해 힘을 모았다.
[서울=뉴스핌] 황준선 기자 =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22일 오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알뜰교통카드 플러스 협약식에서 알뜰교통카드 어플리케이션을 들어보이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3.02.22 hwang@newspim.com |
◆ 올해 이용자 수 목표 64만명 초과 가능성…"서울시 예산부족 과거사례 방지"
올해부터는 알뜰교통카드의 청년·저소득층 할인율을 높인 게 특징이다. 1회 교통요금 지출액 2000원 미만 기준 청년은 일반(200원)보다 100원 많은 350원을 할인받는다. 기존에 350원을 할인받던 저소득층 할인율은 500원으로 확대된다. 각각 한 달에 1만5400원, 2만2000원이 마일리지로 적립된다. 광역버스 등 1회 교통요금이 늘어날수록 할인율이 커진다.
알뜰교통카드 마일리지 지급을 위한 예산은 지난해 166억원에서 올해 317억원으로 확대됐다. 할인을 받는 이용자 수를 64만명으로 가정했다. 작년 이용자 수(50만명) 대비 14만명 늘어난 규모다.
하지만 이용자 수가 64만명을 초과할 가능성이 높아 지자체 예산 부족 우려도 제기된다. 원 장관을 필두로 알뜰교통카드 홍보를 강화하는 데 더해 혜택을 늘리고 사용 카드사도 대폭 확대되며 이용 유인이 커졌기 때문이다. 협약식에 참석한 권용복 한국교통안전공단 이사장은 "올해 예상 이용자 수인 64만명을 초과할 것으로 생각해 대광위랑 협의해 앱 서버를 미리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2021년에는 서울시 예산이 고갈돼 신규 가입 등을 제한하는 등 한계도 있었다. 일부 사용자들은 연말에 알뜰카드를 이용하고도 마일리지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당시에는 지자체가 사업의 중요성 등을 크게 생각하지 않아 협조가 어려웠지만 지금은 대부분의 지자체들이 협조적이어서 이런 문제가 다시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소득층 할인율을 대폭 높여 생활비 완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올 겨울 '난방비 폭탄'에 이어 추가 공공요금 상승이 예고돼 있어 고물가 여파를 완화하기에는 역부족일 거라는 우려도 나온다.
앞서 한국가스공사가 책정하는 주택용 가스 도매요금은 작년 네 차례(4·5·7·10월)에 걸쳐 1메가줄(MJ·가스 사용 열량 단위)당 5.47원 올라 1년 새 42.3% 올랐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도시가스 요금은 전년 대비 36.2% 올랐다. 한국전력공사 역시 지난해 전기요금을 세 번에 걸쳐 ㎾h당 19.3원 올려 서민 생활비 부담이 가중됐다.
하지만 가스·전기요금 추가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글로벌 에너지 가격 급등 여파로 작년 말 기준 한전 적자는 30조원, 가스공사 미수금은 9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해당 기관들은 요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분위기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이 상반기 요금 인상 자제를 당부하면서 시기 자체는 늦춰질 전망이다. 지난 15일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윤 대통령은"전기·가스 등 에너지 요금은 서민 부담이 최소화되도록 요금 인상의 폭과 속도를 조절하고 취약계층을 더 두텁게 지원해 나가겠다"며 "도로·철도·우편 등 중앙정부가 관리하는 공공요금은 최대한 상반기 동결 기조로 운영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 서교공·한전·가스공사 적자에 추가 인상 불가피
교통요금 역시 하반기 요금인상이 예고돼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작년 말 "인상폭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요금 인상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언급한 이후 서울시는 지하철요금을 300원 이상 올리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하지만 대통령실의 공공요금 인상 자제 방침에 따라 인상 시기는 일단 하반기로 미뤄진 상황이다.
현재 지하철요금은 수송원가를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게 서울시 입장이다. 2015년 1270원이던 수송 원가는 2021년 기준 1988원까지 올라 요금의 원가보존 수준이 63%까지 떨어졌다. 반면 요금은 2015년 이후 7년째 동결돼 서울교통공사는 2021년 당기순손실은 9644억원으로 5000억원대였던 2019년 대비 급증했다.
65세 이상 어르신 무임수송으로 인한 손실이 가장 크다는 게 서울시 주장이다. 2021년 공사의 무임수송 손실액은 2784억원으로 공익서비스 손실액(4848억원)의 57%를 차지한다. 이에 무임수송 연령 기준을 높이는 방안을 포함해 대중교통 요금체계 개편 논의도 본격화하고 있다.
다만 서교공 적자 원인이 무임수송이라는 주장은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호일 대한노인회 회장은 지난 16일 국회에서 열린 관련 토론회에서 "낮에 빈자리에 노인이 탔다고 돈이 더 드느냐"며 "지하철을 장애인도 타고, 어린이도 타는데 노인 때문에 적자 난다는 말은 벼락 맞을 소리"라고 비판했다. 이어 "국민 모두가 노인이 된다. 노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 모두의 복지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unsa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