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스턴=뉴스핌] 고인원 특파원= 실리콘밸리 뱅크의 모기업인 SVB파이낸셜 그룹(종목명:SIVB)이 자본 조달에 실패했으며, 매각을 논의하기 시작했다고 미국 CNBC 통신이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은행은 채권 매각 손실을 상쇄하기 위 20억달러 이상의 증자 시도에 나섰으나, 이 같은 시도가 실패로 돌아가자 매각 논의를 위한 자문사를 고용했다. 몇몇 대형 은행들이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SVB 로고 [사진=블룸버그통신] |
앞서 9일 SVB는 고객들의 예금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총 17억5000만달러어치의 증자(보통주 12억5000만달러, 의무전환 우선주 5억달러) 계획을 발표했다. 또 사모펀드 제네럴애틀랜틱에 조건부로 보통주 5억달러 어치도 별도로 매각한다고 밝혔다.
또 자금 조달과 별도로 보유 증권 등 총 210억달러를 매각한다고 밝혔는데, 이로 인해 1분기 18억달러의 세후 손실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SVB는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두고 주로 기술·헬스케어 스타트업에 대출을 해주는 은행이다. VC(벤처캐피털)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의 예금을 유치하는 데 주력해왔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미국에서 이어진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고객사가 제때 투자를 받지 못해 자금난을 겪었고, 이에 따른 고객들의 현금 소진과 예금 인출이 빠르게 진행되며 SVB는 유동성 위기를 겪게 됐다.
다만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SVB의 유동성 위기가 은행권 전체로 전이될 가능성은 작다고 보고 있다. 모간스탠리는 투자노트를 통해 SVB의 문제는 "상당히 특이한 경우"라면서 개별 은행의 자금 운용 실패 사례라고 평가했다.
한편 SVB의 주가는 10일 개장 전 거래에서 60% 넘게 폭락하며 거래가 일시 정지됐다. 전일에도 은행의 주가는 60% 폭락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일부 VC들이 SVB에 자금을 예치한 기업들이 예금 인출에 나서도록 조언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시장의 투매세가 강화했다고 전했다.
통신에 따르면, 페이팔 창업자 피터 틸이 운영하는 파운더스 펀드를 비롯한 일부 VC들은 포트폴리오 매니저들에게 SVB에 예치한 예금을 출금하도록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레이먼드 제임스, 트루이스트를 비롯한 월가 투자은행들이 고객 자금 이탈과 금리 인상에 따른 우려 등을 이유로 SVB에 대한 투자의견을 일제히 하향 조정한 것도 투자 심리에 악영향을 줬다.
트루이스트의 브랜든 킹 애널리스트는 "예금 인출이 가속화할 리스크가 커지는 가운데, SVB 주식을 투자자들에게 추천하기에는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koinw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