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정상회담 군사분야 성과·과제]
북한 핵·미사일 위협 고도화·현실화
한미일, 北 미사일 실시간 대응 화급
전문가 "한국군에 큰 효과 기대" 전망
[서울=뉴스핌] 김종원 국방안보전문기자 = 국방부는 17일 저녁 윤석열 대통령이 첫 방일을 마치고 서울공항에 도착 직후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완전 정상화'를 위한 협조 공문을 외교부에 보냈다.
국방부는 "외교부에 17일부로 2019년 8월 한일 지소미아 종료 통보와 그 해 11월 종료 통보 효력 정지에 대한 철회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향후 외교부는 국방부 요청에 따라 일본 외무성으로 외교 공한을 발송할 것"이라면서 "이 조치가 끝나면 한일 지소미아는 완전 정상화 된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도쿄 로이터=뉴스핌] |
◆국방부 "北 도발 속 선제적 지소미아 정상화"
국방부는 "윤석열 대통령이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와 도발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안보를 위해 선제적으로 지소미아 정상화를 선언했다"고 밝혔다.
한일 정상회담을 위해 일본으로 출발하기 2시간 30분 전에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쏘는 것을 보고 윤대통령은 북 핵·미사일에 관한 한일 간 완벽한 정보공유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어떠한 전제조건 없이 선제적으로 지소미아 완전 정상화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일정상회담 직후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조금 전 정상회담에서 지소미아 완전 정상화를 선언했다"고 전격 발표했다.
이에 따라 전임 문재인 정부에서 한일 갈등으로 인해 다소 불안정했던 지소미아가 4년 만에 완전 정상화됐다.
윤 대통령이 완전 정상화라고 언급한 것은 지금도 한일 군사 당국은 지소미아에 따라 군사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다만 '종료 통보 효력 정지'라는 법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서 완전복구했다는 의미로 읽힌다.
무엇보다 윤 대통령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지소미아 완전 정상화를 전격 선언한 것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한 한일, 한미일 공조 대응이 시급하다는 강한 의지로 보인다.
일단 군사·안보 분야에서 한일 간에 초계기 갈등 문제도 풀어야 한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한미일 정상 간에 합의한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의 실시간 공유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기 위해 지소미아부터 일단 정상화한 것으로 판단된다.
북한의 핵무력과 미사일 위협이 고도화·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일, 한미일 군사·안보 협력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오는 4월 26일 미국 국빈 방문이 예정돼 있다. 오는 5월 일본 히로시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 가능성도 높다.
윤 대통령이 첫 방일 한일정상회담에 이어 다음달 미 국빈 방문, 5월 G7 정상회의를 계기로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해법을 찾을 수 있을지 초미의 관심사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11월 13일 캄보디아 프놈펜 호텔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미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
◆'중국 봉쇄' 구도 가시화땐 한중관계 큰 부담
자칫 한미일 3각 군사동맹이 너무 부각되면 미중 패권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북중러 3각 군사동맹과의 대립구도가 가시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무력으로 침공해 미국과 서방 대(對) 중러 간의 대립구도가 갈수록 강화되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국제사회가 북한 도발에 대한 해법을 제대로 찾지 못하고 있어 한국으로서는 현실적 부담이 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한국이 중국 봉쇄를 위한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 군사전략에 있어 한 축을 맡게 되면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한중관계가 더욱 복잡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 정부가 이처럼 험난한 국제 정세와 군사·안보 환경에서 어떤식으로든 해법을 찾아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다.
일단 북한의 핵무력과 미사일 도발 위협에 대한 한일, 한미일 간의 군사·안보 협력의 가속화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필요성을 강조한다.
현재 한국군이 북한의 미사일을 제대로 요격하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게 평상시 감시‧정찰 위성을 통한 정보 획득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주 위성 기반 센서가 있어야 하지만 한국군은 현재 우주 기반 센서로 하는 감시‧정찰 자산이 없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신속하게 조기 경보를 할 수 있는 지상‧해상‧우주의 다양한 센서 체계가 필요하다. 미국은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지상 레이더를 포함한 다양한 장거리 조기경보 레이더뿐만 아니라 미사일을 탐지‧추적하는 전용 위성 센서를 갖고 있다.
이를 통해 미사일이 날아오는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보할 수 있지만 정보가 없으면 적의 미사일이 가까이 날아올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 지상 기반 센서로 탐지할 수는 있지만 위성 기반 센서로는 보다 쉽게 탐지 추적할 수 있다.
한국군도 현재 북한 미사일에 대응하는 장거리 조기경보 레이더와 감시‧정찰 자산을 갖고 있다. 하지만 조기경보는 지상 기반 레이더뿐이다. 해상 이지스함을 기반으로 하는 감시‧정찰 자산은 탐지‧추적용이다.
북한이 3월 16일 평양 순안공항에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을 시험발사했다고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17일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
◆권용수 "미·일 위성 기반, 北 정보 실시간 공유"
무기체계 권위자인 권용수(해사 34기) 전 국방대 교수는 "한국군이 북한 핵무기와 탄도미사일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우주센서 기반의 감시‧정찰과 조기경보 위성을 갖춰야 한다"고 제언했다. 권 전 교수는 "그런 다음에 날아오는 미사일을 추적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이미 2003년부터 군 정찰위성을 도입해 현재 7개나 운용하면서 북한 전역을 훤히 들여다보고 있다.
권 전 교수는 "일본은 북한 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해 한반도를 중심으로 다수의 감시‧정찰 위성을 띄워 놓고 있다"면서 "위성을 기반으로 한 감시‧정찰 자산이 북한 미사일 정보를 탐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권 전 교수는 "미국과 일본으로부터 위성센서 기반의 감시‧정찰 자산을 통한 북한 미사일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미국으로부터는 글로벌 우주 기반의 감시‧정찰과 조기경보, 그리고 비행 중인 미사일의 추적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
권 전 교수는 "한미일이 북한 미사일 트랙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단계까지 발전한다면 우주 기반의 감시‧정찰과 조기경보부터 추적까지 할 수 있게 된다"면서 "우주기반 센서가 없는 한국군으로서는 북한 핵‧미사일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엄청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미일 간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를 공유하기로 한 것은 의미가 있다. 향후 국방 당국 간에 구체적인 논의를 하겠지만 데이터 자체만 받는 것이 아니라 분석되고 축적된 정보들을 서로 공유한다는 것은 대북 감시체계를 구축하는데 대단히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한미일 군사동맹을 기반으로 한 방어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으면 대응이 쉽지 않다는 말이다. 윤 대통령이 일단 지소미아의 완전 정상화를 선언한 만큼 한일, 한미일 간의 군사·안보 협력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kjw86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