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용인, 국가산단 지정 발표 이후 일주일…매수 문의 여전
"호가 1억 이상 올라…집 보지도 않고 계약"
예정지 경계지역 마을, 반대 입장…"장기사업, 투자 유의해야"
[용인=뉴스핌] 최현민 기자 = "반도체 클러스터 지정 직후 주변 대지는 2배 가량 호가가 올랐고 전답도 50% 이상 올려 부르고 있네요. 서울서 문의도 많이 오고요. 30년 중개업을 했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입니다" 정부와 업계가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는 반도체 특구로 지정된 경기 용인시 처인구 일대 부동산시장의 분위기는 과열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서울에서 한시간 30분 가량 달려 '반도체 클러스터'가 조성되는 경기도 용인시 남사읍 일대에 도착했다. 양옆으로 펼쳐진 농경지를 수분 달리자 마을 초입이 나타났다.
삼거리에 걸려있는 '경축, 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 선정'이라고 쓰인 현수막이 마을 주민들의 심정을 대변하고 있었다. 정부 발표 직후 해당 지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서 거래가 어려워졌지만 여전히 관심이 높은 것으로 풀이된다.
상황이 이렇자 예정지 및 주변 토지에 대해 사람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또한 산단부지와 맞붙은 유일한 아파트 단지인 대림한숲시티 등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3일 세계 최대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조성 예정지인 경기도 용인시 남사읍·이동읍 일대에서 만난 공인중개사 관계자들에 따르면 토지매수에 대한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서울=뉴스핌] 최현민 기자 = 경기도 용인시 남사읍·이동읍 일대에 걸려있는 현수막. 2023.03.21 min72@newspim.com |
◆ 국가산단 예정지 소식에 경기도 용인 남사읍·이동읍 일대 매수문의 '쇄도'
정부가 지난 15일 경기도 용인에 '반도체 클러스터'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하며 국가산단 예정지로 지정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반도체 클러스터는 서울 여의도 면적의 2.4배에 달하는 약 710만㎡(215만평)에 조성된다. 삼성전자는 오는 2042년까지 300조원을 투자해 첨단 반도체 제조공장 5개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반도체 클러스터가 들어서면 대기업의 고임금 직장인이 대거 유입되며 이는 중·소 협력업체의 동반 입주로 이어진다. 또 식당과 기타 상점을 비롯해 주변 상권의 활성화 등의 후광효과도 누릴 수 있다. 웬만한 혁신도시(공기업 이전지)를 넘어서는 대형 호재임이 틀림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남사읍에 들어서자마자 처음 눈에 들어온 공인중개소로 들어섰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라는 말을 다 내뱉기도 전에 벽에 걸린 지도를 가리키며 마중을 나왔다.
한신공인중개사 관계자는 "모든 주민들이 환영하는 분위기로 (마을 분위기는) 좋다"면서 "기존 민간이 하던 사업엔 속도가 나지 않고 있었는데 이번 정부 발표로 속도가 붙을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정부는 발표 직후 반도체 단지가 들어설 용인시 남사읍, 이동읍 일대를 3년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일정 면적 이상의 부동산 거래시 관할 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한다. 주택의 경우 취득 후 2년간 실거주하는 조건으로만 허가를 받을 수 있다. 이에 갭투자도 불가능하다.
하지만 토지가격도 꾸준히 상승기조를 보이고 있다. 남사읍 한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산단 지정 이후 약 1주일도 안된 새 땅값 호가가 계속 올라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현재 1.5에서 2배 정도 올랐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면서 직접 사지는 못하지만 투자 문의는 꾸준히 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전답은 평당 100만원, 대지는 평당 200만~300만원 수준인데 지금은 다 거둬들이고 있어 돈이 있어도 못산다"면서 "80%는 거둬들였고, 판다고 해도 2~3배 이상 높여 부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계속 땅을 찾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땅값만 올리는 꼴"이라며 "4~5월쯤 잠잠해지고 알아봐야지 지금 알아보는 건 의미가 없다"고 덧붙였다.
집값 동향도 심상치 않다. 한숲시티에 거주하는 임모(31)씨는 "정부가 반도체 클러스터 발표한 이후 모이기만 하면 그 얘기부터 시작된다"면서 "산단이 들어서면 삼성전자 임직원을 비롯해 협력업체 직원들이 들어오면서 아파트 단지도 새로 생기고, 아파트 가격 상승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공인중개소도 활기를 띄고 있었다. 가격 문의는 물론 집을 보지도 않고 매물이 있다면 사겠다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전화가 빗발쳐 상담하는 와중에 수차례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 스마일부동산 관계자는 "집주인들은 매물을 거두거나 호가를 올리고 있다"면서 "발표 이전과 비교하면 전용 84㎡기준 3억5000만원에 팔렸던 것들이 (지금은) 4억5000만~4억6000만원에 나가니까 1억 이상 올랐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토지가 투자자들의 관심이 더욱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국가산단 지정 이후 향후 10년 이상 개발사업이 잇따라 이어질 것도 전망돼서다. 수도권 성장관리권역인 용인시 처인구 일대 땅값은 과밀억제권역인 수지구나 섞여 있는 기흥구에 비해 크게 낮은 편이다. 개발사업이 추진되면 이 일대 땅값 가능성이 높다. 당장은 나오지 않았지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이후 도로, 철도와 같은 인프라 확충도 기대된다. 이는 이 일대 땅값을 더욱 올릴 수 있는 잠재요인으로 꼽힌다.
더욱이 부동산 시장 침체기가 지속되고 있고 무엇보다 이 일대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만큼 지금 당장은 투자 효과를 내다보기 어렵다는 점이 지적된다. 이에 따라 5~10년 앞을 내다 본 투자가 유리하며 토지 투자 열기는 이어질 것이란 분위기가 나온다.
[서울=뉴스핌] 최현민 기자 = 경기도 용인시 남사읍·이동읍 일대에 위치한 한숲시티 전경. 2023.03.21 min72@newspim.com |
◆ 예정지 경계지역 반대 입장도…"큰 돈 묶이는 투자 지향해야"
대다수의 주민들은 산단이 들어서는데 대해 환영의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반대하는 주민들도 있다. 남사읍 일대에는 '주민동의없는 산단지정 즉각 철회하라' '생존권 짓밟는 국가산단 결사거부' '강제수용 죽음으로 반대한다' 등의 청3리 화곡마을 주민비상대책위원회에서 설치한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있었다.
이와 관련해 한신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지도상에 보면 예정지에 포함되지 못하고 바로 경계에 걸쳐있는 작은 마을"이라며 "예정지 일대에서 어느정도 떨어져 있는 지역 주민들은 반기지만 바로 경계에 위치하는 마을의 경우 개발사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분진 등에 시달릴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날까지만 해도 산단이 들어서는데 대해 반대한다는 내용이 담긴 현수막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스마일부동산 관계자는 "땅이 강제수용을 당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이라면 주민들이 반대할만 하다"며 "그런 분들은 거의 보상을 받지 못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일자리 창출 등으로 직주 근접이 가능해지면서 인구 유입과 더불어 집값 상승 기대감이 나오지만 20년이나 소요되는 장기 개발사업인 만큼 당장의 수익을 바라고 무리한 투자에 나서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투자하기에는 나쁘지 않다"면서도 "10년 이상, 재건축 보다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무리하게 큰 돈이 묶이는 셈이므로 남들이 다 투자한다고 따라서 투자에 나서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한숲시티에 거주하는 정모(69)씨는 "이전부터 여기 인근에 살았는데 예전부터 개발 얘기는 나왔었다"면서 "20년 뒤에 내가 살아있다는 보장도 없고 사업이 지연될 가능성도 많다"고 말했다.
min7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