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이사연임안 '반대'...국민연금 오늘 의견낼듯
경영진 자사주남용 막는 상호주 정관개정안도 주목
[서울=뉴스핌] 김지나 기자 = KT 주주총회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정치적 외풍으로 KT가 초유의 대표 공백 사태를 맞이한 한편 사외이사의 줄 사퇴로 8명의 사외이사 중 4명만 남아있는 상황에, 이번 KT 주총에선 임기가 만료되는 3명의 사외이사 임기 연장안을 두고 주주간 표대결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또 정관변경안으로 올라온 상호주 취득시 주총 승인 의무 신설 등은 현재 KT 상호주를 보유하고 있는 현대차와 신한은행이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이 높아 이 역시도 표대결 양상이 될 전망이다.
◆4명 남은 KT 사외이사, 3명연임 안되면 이사대행 체제
30일 KT 주총 소집공고를 보면, 31일 서울 서초구 KT 연구개발센터에서 열리는 KT 주총에는 사외이사 3인, 강충구, 여은정, 표현명 후보에 대한 임기 연장안이 주총 안건으로 올랐다. 이 세 명은 올해 주총일에 임기가 끝난다.
사외이사 임기 연장안이 주목되는 이유는 KT 사외이사들이 정치적 압박을 느끼고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 3명의 사외이사 임기가 연정되지 않으면 KT에는 8명의 사외이사 중 단 한 명의 사외이사만 남기 때문이다. 상법상 정관에서 정한 이사의 원수인 이사 3명 이상이 갖춰지지 않으면 이사회는 성립되지 않는다.
전날 KT의 2대주주인 현대자동차 그룹은 KT 주총에서 재선임 대상인 사외이사 3명에 대해 내부적으로 반대 입장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은 KT 지분 7.79%를 보유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앞서 KT 이사회가 차기 대표이사 최종후보로 윤경림 후보를 확정하자 '주요 현안에서 이사회가 대주주 의견을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로 후보 선정 절차에 이의를 제기했다. 현재 KT 최대주주는 국민연금으로 지분 8.53%를 보유하고 있다.
국민연금 역시 오늘 중으로 KT 주총 안건에 대한 찬반 의사를 자료를 통해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전날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현재까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나 수탁자책임위원회 차원에서 KT에 대한 주주권 행사 방향이 결정된 것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만약 KT 3명의 사외이사 연임안이 내일 주총에서 부결될 경우, 이사회 원수가 갖춰지지 않아 새로 이사가 선임될 때까지 임기가 만료된 사외이사들이 사외이사 권리의무를 갖고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상호주 정관변경안, KT 주주 현대차·신한은행 반대 가능성
[서울=뉴스핌] 김민지 인턴기자 = KT광화문지사 모습. 2021.11.02 kimkim@newspim.com |
이외에도 주총에서 표대결이 될 것으로 보이는 안건은 상호주에 대한 정관변경안이다. KT는 정관변경안으로 매년 정기주총에서 보유 중인 자기주식의 보유 목적, 소각 및 처분 계획을 보고하는 안과 상호주 취득시 주총 승인 의무를 신설해야 하는 안을 올렸다.
지난해 9월 KT는 현대차와 7500억원 규모로 지분을 맞교환 했다. 또 신한은행과는 4375억원 규모로 주식을 맞교환 했다. 법적으로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상호주로 지분을 맞교환 할 경우 의결권이 생긴다.
이에 일각에선 KT 경영진이 자사주를 지분 맞교환을 통해 우호지분 확보 용으로 이용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이어졌다. 현대차그룹과 신한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KT 지분은 총 13.37%로 최대주주 국민연금 지분을 넘어선다.
이에 경제개혁연대는 KT 주주인 네덜란드 연금투자회사 APG로부터 주주권을 위임받아 KT 주주가치를 훼손시키는 경영진 자사주 남용을 막기 위해 상호주 취득에 의무를 강화하는 정관변경 주주제안을 했고, KT가 이 주주제안을 받아들여 주총 안건으로 오르게 됐다.
김우찬 경제개혁연대 소장(고려대 경영학과 교수)은 "정관이 개정되려면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 찬성, 참석 주식 수의 3분의 2 이상 찬성 등 기준이 까다로운데 최근 KT 일련의 사태로 주주들이 KT에 등을 돌려 주총 참여율이 떨어질까 우려스럽다"면서 "상호주와 관련된 정관변경안은 주주가치 재고 차원에서 꼭 필요한 변경안"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abc12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