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영국 등 해외 경쟁당국 모두 기업결합 승인
한화 신고한 지 106일 지나도록 '감감무소식'
공정위, 한화·대우조선 수직계열화 집중 검토
[세종=뉴스핌] 김명은 기자 =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대해 해외 경쟁당국이 모두 승인 결정을 내렸음에도 유독 한국 공정거래위원회 심사만 지체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화의 대우조선 합병은 이종(異種) 산업 간 결합으로 당초 공정위 심사가 그리 복잡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방위 산업 이슈가 복병으로 등장하면서 공정위 결론 도출이 예상보다 늦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 공정위 "군함용 무기·장비와 군함 간 수직결합 이슈 꼼꼼히 보겠다"
3일 관계기관에 따르면 공정위는 현재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대해 이해관계자와 관계기관의 의견을 듣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결합 심사의 구체적인 방향이나 처리 시기 등은 결정되지 않았다는 게 공정위 설명이다.
공정위가 한화와 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 심사에 착수한 것은 지난해 12월 19일이다. 앞서 한화와 대우조선은 2조원의 유상증자를 내용으로 하는 신주인수계약을 맺었고, 유상증자 참여 규모가 가장 큰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이날 공정위에 기업결합을 신고한 데 따른 것이다.
한화는 공정위 외에도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싱가포르, 튀르키예, 베트남, 영국 등 7개 해외 경쟁당국에 기업결합을 신고했고, 지난달 31일 EU를 마지막으로 모든 해외 당국으로부터 승인 결정이 내려졌다.
그러나 한화 측이 공정위에 정식 신고서를 낸지 106일이 지나도록 감감무소식이다. 공정위 심사가 다른 해외 당국과 달리 늦어지고 있는 이유는 군함용 무기·장비와 군함 간 수직결합 이슈 때문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해외에서와 달리 국내에서는 한화의 방산시장 독과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이를 검토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화는 대우조선을 인수하면 육해공 방산 통합 포트폴리오를 확보하며 압도적인 국내 1위 종합 방산 기업으로 거듭나게 된다. 한화는 특히 함정 무기 분야에서 독과점 체제를 유지하고 있어 국내 굴지의 조선업체를 인수할 경우 수직계열화에 따른 독과점 폐해가 커질 수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한화 방산제품이 다른 조선업체에서 생산한 군함 등에 제대로 공급될 것인지를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공정위 심사가 해외 당국에 비해 늦어지는 이유를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지만 핵심은 '방산이슈'라는 게 공정위 관계자의 설명이다.
◆ 기업은 애타는데 공정위 시계는 하세월?…공정위, 조건부 승인 전망
공정위는 앞서 현대중공업(현 HD현대)과 대우조선해양 간 기업결합 심사에 이어 이번에도 '늑장' 지적을 받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건의 경우 코로나19 여파로 2020년 초 극심한 수주가뭄을 겪었던 국내 조선업체들이 같은해 4분기 들어 고부가가치 선박을 대거 수주하면서 시장 전망이 변하게 된 것이 공정위 심사가 늦어졌던 이유였다. 그러다 지난해 1월 EU의 불승인으로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좌절되자 공정위는 같은 해 12월 한화의 대우조선의 기업결합 심사에 돌입하게 된 것이다.
일각에서는 대우조선 인수에 실패한 현대중공업이 한화를 견제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한화가 대우조선을 인수할 경우 경쟁사가 되는 현대중공업의 의견을 듣고 있지만 그것이 (인수 심사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기업결합 신고가 들어오면 공정거래법상 최장 120일간 관련시장 획정과 경쟁 제한성 평가, 효율성 증대 효과 분석 등을 할 수 있다. 심사기간은 기본 30일에 90일까지 추가 연장할 수 있다. 다만, 심사 신청인이 제출한 자료가 부실할 경우 보강할 것을 요청하는 자료보정 기간은 포함하지 않는다. 공정위 심사 기간이 무한정 길어질 수도 있다. 이 때문에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가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시장 상황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한다.
업계 안팎에서는 공정위가 한화의 대우조선 인수를 승인하되 가격 인상 제한 등 일부 조건을 내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조선산업 재편도 감안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정위는 공식적으로는 산업정책은 고려하지 않고 경쟁제한성만 철저히 따지겠다고 밝히고 있다. 과거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건에 대해서도 같은 입장을 취한 바 있다.
한화와 대우조선의 기업결합 심사의 법정 기한은 이달 17일이다. 단, 추가 자료 요청이 이뤄질 경우 이보다 늦어질 수 있다.
dream7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