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규, 李 최측근 정진상 '뇌물수수' 재판서 증언
"정진상 거쳐야 이재명 올라가…최후 보루라 생각"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근 정진상 전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평소 이 대표와 자신을 동일시했고 이 대표의 성남시장 당선을 앞두고는 10억원을 만들어 쓰기로 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은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조병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정 전 실장의 4차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이같이 밝혔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3.04.03 mironj19@newspim.com |
유 전 본부장은 2009년 말 국회 정책토론회 이후 정 전 실장과 가깝게 지내면서 정 전 실장,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함께 자주 술을 마셨고 술값도 지불했다고 했다.
그는 "이 대표를 만날 때마다 정 전 실장을 함께 데려왔고 만남 횟수를 거듭할수록 (두 사람이) 보통 사이가 아니라는 것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며 "무엇보다 정 전 실장이 말한 모든 게 실제로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어 "(정 전 실장은) 이 대표의 최후 보루라고 생각했다"며 "모든 것이 정 전 실장을 거쳐 이 대표에게 올라가는 구조였고 제가 이 대표에게 보고할 때도 '진상이랑 협의했냐'가 중요 포인트였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대장동 비리 의혹이 언론에 보도되고 '정진상' 이름이 언급되자 정진상 피고인이 '와 감히 내 이름을 거론하네, 이러면 이재명을 공격하는 건데'라고 말한 적이 있는가"라고 물었다.
유 전 본부장은 "정 전 실장이 이 대표와 본인을 항상 동일시했다. 경기도, 성남시 공무원들도 똑같은 생각일 거라 확신한다"며 두 사람의 관계를 설명했다.
또 이 대표가 성남시장 선거를 준비하던 2010년 경 정 전 실장, 김 전 부원장과 술을 마시면서 "정치적 자금도 필요하다. (시장에) 당선되면 최소한 10억원 정도 만들자는 이야기를 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가 시장에 당선되면 제가 개발사업이나 건설 분야에서 일하기로 했고 그쪽에서 10억원 정도 만들자는 이야기가 나온 걸로 기억한다"며 "실제 비용은 국회의원에 당선되지 않은 지역위원장들을 포섭하는 데 쓰였다"고 덧붙였다.
유 전 본부장은 2013년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 조례안 통과를 앞두고 정 전 실장, 김 전 부원장과 '공사가 설립되면 스폰서 하나 같이 잡자'는 이야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2013년 설 연휴 무렵 남욱 변호사로부터 2000만원을 받아 정 전 실장, 김 전 부원장에게 1000만원씩 나눠준 사실도 있다고 했다.
검찰은 이들이 이 대표를 위해 일하는 데 필요한 정치자금을 남 변호사 등 민간업자를 통해 마련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정 전 실장은 2013~2020년 성남시 정책비서관, 경기도 정책실장을 지내면서 유 전 본부장에게 각종 사업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2억4000만원의 뇌물을 수수하고 남욱 변호사 등 대장동 민간사업자들이 위례신도시 개발사업자로 선정되도록 한 뒤 개발수익 210억원을 취득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아울러 김 전 부원장, 유 전 본부장과 함께 대장동 개발 사업자 선정 대가로 천화동인1호 배당이익 428억원을 받아 나누기로 약속한 혐의와 유 전 본부장에 대한 검찰 압수수색 직전인 2021년 9월 29일 휴대전화를 창밖으로 버리라고 지시해 증거인멸을 교사한 혐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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