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우 일당 3명, 유상원·황은희 부부 모두 구속기소
"가상화폐 빼앗기 위해 살해 불가피했다 판단"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가상화폐 투자 실패가 발단이 돼 살인까지 이어진 이른바 '강남 납치·살인 사건'의 피의자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차량 블랙박스 영상 800여개와 이들이 주고받은 대화 내용 등을 전면 재분석해 이번 사건이 6개월 이상 준비된 계획 범행임을 밝혀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서울 강남 주택가에서 40대 여성을 납치해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3인조 이경우 씨(왼쪽부터)와 황대한 씨, 연지호 씨가 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수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2023.04.09 mironj19@newspim.com |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수민 형사3부장)은 28일 유상원(50), 황은희(48), 이경우(35), 황대한(35), 연지호(29)를 강도살인, 강도예비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경우는 사업에 실패한 뒤 군대 동기인 지인의 권유로 남은 자산을 모두 가상화폐에 투자했다가 손해를 봤고, 유상원·황은희 부부가 시세조종을 통해 가격이 폭락했다고 주장한 이번 사건의 피해자 최모(48) 씨의 선동에 이끌려 이들의 주거지로 난입했다.
이후 이경우는 6개월간 최씨와 함께 일하면서 그와 유상원·황은희 부부 사이의 분쟁 내용을 자세히 알게 됐다. 이경우는 최씨보다 유상원·황은희 부부가 사업으로 더 많은 돈을 벌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이들 사이의 분쟁 관련 자료를 황은희에게 가져다주면서 이들 부부에게 접근했다.
이경우는 유상원·황은희 부부에게 '최씨를 납치해 가상화폐를 빼앗고 살해하자'고 제안하면서, 자신의 지인이자 가상화폐 투자 사건과는 관련이 없는 황대한 같은 사람을 동원하면 최씨를 조용히 제거할 수 있다는 취지로 설득했다.
김 부장검사는 "이경우 등은 최씨가 가상화폐 거래를 많이 하고 있고, 많은 재산이 있을거라 생각했다"며 "이경우는 최씨에게 악감정이 있는 유상원·황은희 부부의 환심을 사면 돈을 벌 수 있고 가상화폐 사업에도 참여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강남 납치·살해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재력가 부부 유상원, 황은희가 1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수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나서고 있다. 2023.04.13 pangbin@newspim.com |
유상원·황은희 부부는 제안을 받아들여 지난해 9월 착수금 명목으로 이경우에게 7000만원을 건넸고, 이경우는 범행도구를 준비했다. 범행에 가담한 황대한과 연지호는 수개월간 최씨를 감시·미행하던 중 지난달 29일 오후 11시45분께 서울 강남구 역삼동 소재 최씨의 주거지 인근에서 그를 납치했다.
황대한은 납치 후 최씨의 가상화폐를 빼앗기 위해 가상화폐 거래소 접속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김 부장검사는 "약물 중독 상태였던 최씨가 거래소 접속 비밀번호를 알려줬으나 오류가 있어 접속하지 못했다"며 "황대한 등은 3시간 이상 가상화폐 지갑인 메타마스크 등을 통해서도 가상화폐 내역을 찾아보려고도 했으나 미수에 그쳤다"고 밝혔다.
가상화폐 갈취에 실패하자 황대한 등은 최씨에게 마취제로 사용하는 향정신성의약품 약 5cc를 주사해 살해한 뒤 다음 날인 30일 그를 대전 대덕구 야산에 암매장했다. 검찰은 감식 등을 통해 최씨가 매장되기 전 약물중독으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판단했다.
김 부장검사는 "가상화폐를 빼앗는 것은 돈을 빼앗는 것과는 달라, 납치와 살인 등을 하지 않고서는 어려운 일"이라며 "코인을 빼앗기 위해선 살인할 수밖에 없었다고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범행에 이용된 차량 블랙박스 영상 829개와 피고인들의 휴대전화 음성녹음, 문자메시지, 카카오톡 및 텔레그램 대화내용, 사진 파일 및 상호간의 통화내역 등을 전면 재분석해, 이번 사건이 6개월 이상 준비된 계획 범행임을 객관적 증거로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이경우, 황대한, 연지호에게 사체유기,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위반(향정) 혐의도 적용했으며, 범행 모의에 가담했던 이모 씨는 강도예비 혐의로, 이경우의 처 허모 씨는 강도방조, 절도, 마약법 위반(향정)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겼다.
다만 검찰은 경찰이 송치할 당시 이경우 등에게 적용한 살인예비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
김 부장검사는 "유상원·황은희 부부는 최씨의 남편인 장모(56) 씨보다 최씨에게 집중했고, 범행 모의 과정에서도 이경우가 장씨를 살해하겠다고 한 점을 확인할 수 없었다"며 "그가 최씨의 가상화폐를 보관하고 있었다면 함께 빼앗으려고 한 것은 맞지만 살해 의도까지 있었다고 보긴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김 부장검사는 "향후 보완수사를 담당한 전담수사팀 검사가 직접 공판에 관여해 빈틈없는 공소유지를 함으로써 피고인들에게 죄에 상응하는 중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hyun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