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가 2023년 최단 기간 100만 돌파, 8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 CGV 골든에그지수 98% 등 폭발적인 흥행 성적으로 국내에서 주춤했던 마블 영화의 체면을 살렸다. 유쾌하면서도 때론 엉뚱하고 물불을 가리지 않는 B급 히어로들의 이야기로 사랑받은 이 작품은 시리즈의 마지막을 장식하며 '가오갤' 특유의 올드팝, 우정, 휴머니즘적 요소를 버무려 국내 관객들의 공감대를 저격했다.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
◆ 저조했던 '앤트맨' 성적과 대비…올해 최단 100만 돌파작 '입소문'
올해 첫 출격한 마블 영화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가 총 155만명의 관객만 동원한 채로 흥행에 실패하면서 '마블민국'의 명성에 금이 갔다. '아이언맨' 시리즈부터 '어벤져스' '스파이더맨' 등 관련 시리즈가 1000만에 가까운 기록 행진을 이어온 국내에선 마블의 충성도 높은 팬층이 두터웠고 코로나 시기에도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이 755만명, '블랙위도우'도 300만 가까운 관객들이 관람하며 흥행을 이어왔다.
하지만 마블의 최전성기였던 '어벤저스' 시리즈가 한창 흥행할 때에 비해 페이즈4(4장)으로 넘어간 마블 시리즈의 뒷심이 빠지고 있다는 평가가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지난해 개봉한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가 588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지만, 그 이전에 본격적인 페이즈4의 시작을 알린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174만, '이터널스' 305만 관객으로 위기론은 계속됐다. 이같은 상황이 올해 '앤트맨'으로 굳어진 모양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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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마지막 시리즈를 선보인 '가오갤3'가 마블 시리즈 중에 쾌조의 오프닝으로 출발하며 체면을 세웠다. 시즌1과 2는 각각 134만, 273만 관객을 동원했지만, 마블의 한 줄기를 이루는 독립 시리즈로서 마니아를 형성하며 사랑받아왔다. 지난 3일 개봉한 '가오갤3'은 어린이날 연휴 박스오피스 정상을 줄곧 지켰으며 개봉 4일째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올해 최고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했다. 개봉 일주일차를 넘긴 현재 200만 관객 돌파를 앞두고 있다.
특히 '가오갤3'는 여느 마블 영화나 영웅 캐릭터와는 달리, 생김새도 성격도 엉뚱하고 괴짜같은 인물들이 모여 우주의 평화를 지키는 이야기다. '가오갤' 멤버들은 지구에서 온 피터 퀄(크리스 프랫)만이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으며 녹색 피부를 가진 가모라, 혈관이 팽창한 괴기스러운 모습의 드랙스(데이브 바티스타), 나무줄기 괴물 그루트, 너구리의 형상으로 인간의 말을 하는 로켓, 더듬이가 달린 외계인 멘티스(폼 클레멘티에프), 강철 괴물 네불랴(카렌 길런)으로 개성이 다양한 우주괴물들로 구성됐다.
◆ '아웃사이더' 로켓의 이야기, 올드팝과 어우러진 '가오갤다운' 피날레
'가오갤' 멤버 가운데서도 인간의 형상과 가장 다른, 아웃사이더 로켓은 스스로 "난 너구리 아니야"라고 주장하는 캐릭터다. 이번 영화에서는 로켓의 숨겨진 과거 서사를 자세히 풀어내면서 그의 조금은 쌀쌀맞고 분노에 가득 찬 캐릭터의 배경을 밝혔다. 각본과 연출을 맡은 제임스 건 감독은 "이번 영화의 핵심은 '로켓'의 이야기다. '로켓'의 모든 이야기를 하는 것이 나에게는 무척 중요한 일"이라며 스스로와 로켓이 닮은 면을 언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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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 평범하고 작은 '라쿤'이었던 그가 완벽한 세상을 위해 은하계의 모든 생명체에 대한 개조를 일삼는 '하이 에볼루셔너리'(추쿠디 이우지)를 만나 치명적인 실험대상이 되는 과정은 관객들에게 절로 안타까움을 이끌어낸다. 가장 힘든 순간 만난 소중한 동물 친구들을 만나 행복한 추억을 쌓는 로켓과 이들의 우정은 뭉클한 감동을 선사하며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영화를 보고난 후 "로켓 때문에 영화 내내 울었다"는 반응이 쏟아질 정도다.
'가오갤3' 세계관을 받치는 엉뚱하면서도 유쾌한 멤버들의 호흡과 함께 또 하나의 정체성은 감독의 올드팝 사랑이다. 아웃사이더인 로켓이 여는 오프닝에 고른 라디오헤드의 'CREEP'부터 Heart 'Crazy On You', 레인보우 'Since You Been Gone', 어스 윈드 앤드 파이어 'Reasons', 비스티보이즈 'No Sleep Till Brooklyn' 등 197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영미문화권을 풍미했던 익숙한 올드팝이 사운드를 채운다. 찰떡같은 올드팝 선곡이 시리즈의 정체성으로 자리잡은 만큼, 이번 영화에서도 그 역할을 톡톡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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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성한 유머와 엉뚱함으로 가려져있지만, '가오갤3'에서는 동물권과 관련한 다양한 이슈들을 비롯해 종을 가리지 않는 멤버들의 끈끈한 우정, 내가 어디로부터 왔고, 어디를 향해 가야 하는지 같은 삶의 중요한 메시지들을 불편하지 않게 담으면서 뭉클한 감동을 선사한다. 무모하기 짝이 없는 상대에게 영 찝찝한 마음으로 돌진하거나, 힘든 전투를 끝내고 한 명이 슬쩍 추기 시작한 춤이 모두에게 전파되는 '가오갤'의 해피 바이러스가 극장가에 꺼지지않은 마블의 불씨를 피워낸 셈이다.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