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만적체 해소, 운임 정상화…초호황 끝나 매각 부담
9월 192회 CB·193회 BW 조기상환 다시 도래
191회 주식전환 논란 반복?…"이전 매각 가능성"
[서울=뉴스핌] 강명연 기자 = HMM 실적이 올해 본격 내리막에 접어들면서 매각 작업에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연간 기준 코로나 이후 첫 실적 감소가 불가피해 원매자가 선뜻 인수 의향을 보이기 어려운 환경이어서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지분 매각에 나섰지만 속도를 내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9월 전환사채(CB) 등 조기상환 시점이 다시 도래해 주식전환 우려가 또 한번 불거질 전망이다.
◆ '코로나 효과' 사라진 해운업계, 운임 5분의 1토막
16일 업계 등에 따르면 국내 최대 해운업체 HMM의 올해 실적 감소 우려가 커지고 있다.
1분기 영업이익은 연결 기준 3069억원을 기록했다.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증권가 전망치(6059억원)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작년 같은 기간 대비 매출액은 2조816억원으로 절반으로 줄었고 영업이익은 10분의 1로 급감했다.
해운운임 하락이 실적 감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글로벌 컨테이너 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1분기 평균 969로 작년 같은 기간 평균(4851) 대비 80% 하락했다. 코로나로 항만 적체가 심화하며 급등했던 운임이 정상화하면서 일시적으로 초호황을 맞았던 HMM 실적도 하락세에 접어든 것이다.
코로나 시기에 급등했던 운임이 하락하면서 HMM은 코로나 이후 첫 실적 감소가 불가피하다. 증권가가 전망하는 올해 HMM 영업이익은 2조6370억원이다. 작년(9조9516억원) 대비 73% 넘게 감소하는 수치다. 문제는 1분기 실적이 전망치의 절반에 그치면서 연간 전망치도 대폭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SCFI가 900대에서 추가 하락하지는 않고 있어 아직 적자를 우려하기는 시기상조지만 일각에서는 올해 흑자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적 불안이 더해지는 가운데 HMM 매각 작업에도 난항이 예상된다. HMM 대주주인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 각각 보유한 20.69%, 19.96%의 지분 매도가격이 업황 대비 고평가돼 있다는 재계 시각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현재 주가 수준에서 이들이 보유한 지분가치만 4조원에 달하고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하면 5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주식 전환이 가능한 영구채 가치를 더하면 10조원까지 인수가가 올라갈 수 있다는 우려다.
◆ 192회 CB·193회 BW 9월 조기상환…이전에 매각 구체화할까
이런 가운데 9월로 다가온 조기상환에 다시 눈길이 쏠릴 것으로 예상된다. HMM이 산업은행을 대상으로 발행한 192회 CB, 193회 BW 조기상환이 9월 25일로 예정돼 있다. 각각 6000억원씩 총 1조2000억원 규모로 남은 영구채의 절반에 못미치는 규모지만 HMM 매각 절차를 돌입한 가운데 조기상환이 진행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앞서 2021년에도 HMM은 조기상환 시점이 도래한 191회 CB에 대해 조기상환을 청구했지만 산은과 해진공은 주식 전환 옵션을 사용해 지분이 급등한 바 있다. 다만 산은이 2021년과 같은 선택을 할지는 불문명하다.
당시 이동걸 산은 회장은 주식 전환을 하지 않으면 배임 혐의가 있다며 주식 전환의 당위성을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산은이 이익 추구가 최대 목적이 아니라 산업의 개발, 육성 등 공적 역할이 본연의 업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부적절한 판단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산은과 해진공이 주식 전환을 결정하면서 HMM의 매각가 급등 우려가 나왔기 때문이다.
조기상환 청구를 앞두고 산은이 매각에 속도를 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영구채 처리가 매각의 핵심 이슈로 부각된 상황에서 조기상환에 앞서 매각 논의를 매듭짓지 않으면 논란이 더 커질 수 있어서다. 산은이 배임을 근거로 주식을 전환했던 논리를 뒤집으면 매각가 불안은 상당부분 해소될 수 있지만 2021년 의사결정의 적절성 문제는 남는다. 반면 원매자를 신속하게 찾아 조기상환 이전에 영구채 이슈를 정리하면 이런 모순에서 좀 더 자유로워질 수 있다.
다만 업황 불확실성 등이 커지는 상황에서 잠재적 매수자로 거론되는 현대차그룹, 포스코, LX그룹 등이 적극적으로 움직일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 이런 가운데 HMM이 현대그룹 유동성 위기에 매각했던 현대LNG해운 인수자로 거론되는 등 불안 요인은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HMM이 컨테이너에 쏠린 사업구조를 다변화한다는 측면에서는 LNG운반회사를 다시 인수하는 게 의미가 있을 수 있지만 실적이 부진했던 만큼 원매자들 입장에서는 부담이 커질 것"이라며 "매각 적기를 놓친 상황에서 인수 의향이 있는 그룹사와 협의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unsa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