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 확장억제 강화 '워싱턴 선언' 확약
5월 19~21일 G7 정상회의 계기, 전개 가능성
미 전략핵잠 1척당 80개 '핵탄두 장착' 파괴력
전략핵잠 1척만 있어도 북한 전역 완전 초토화
[서울=뉴스핌] 김종원 국방안보전문기자 = 한미 정상이 지난 4·26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핵탄두 탄도미사일을 탑재한 전략핵잠수함(SSBN)의 한반도 전개가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 기항이나 한반도 전개 시점이 작전 보안상 불시에 이뤄질 것으로 보여 초미의 관심사다.
일단 오는 5월 19~21일 히로시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 전략핵잠이 한반도에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한미 확장억제 강화를 위한 '워싱턴 선언' 채택을 통해 확약한 미 전략핵잠의 한국 기항과 한반도 전개 약속을 가시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
특히 G7 정상회의 마지막 날인 오는 5월 21일 한미일 정상회담 개최가 유력한 상황에서 한미일 군사·안보 협력의 굳건함을 과시하고 북한에는 도발하지 말라는 한미일의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동시에 발신하는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미국의 전략핵잠수함(SSBN 741) 메인함이 미군 괌 기지에 입항했다고 태평양함대사령부가 지난 4월 26일 공개했다. [사진=미 태평양함대사령부] |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美 핵투발 수단"
북한은 지난 4월 13일 신형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한 이후 크고 작은 도발이나 무력시위 없이 4·26 한미정상회담과 5·7 한일정상회담을 관망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한미 정상이 '워싱턴 선언'을 통해 전략핵잠을 한반도로 전개하겠다고 명문화하고 공개적으로 확약한 것은 북한에는 최고의 군사적 압박이며 위협이 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미 정상은 '워싱턴 선언'에서 "미국은 향후 예정된 미 전략핵잠의 한국 기항을 통해 증명되듯 한국에 대한 미 전략자산의 정례적 가시성을 한층 증진 시킬 것"이라고 명시했다.
이에 대해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지난 5월 1일 "미 전략핵잠의 한반도 기항은 미국의 가장 신뢰성 높은 확장 억제력이 대한민국을 보호하기 위해 상시 운용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장관은 "이는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를 가시화함으로써 핵전력이 상시 배치되는 수준의 효과를 더욱 높이는 조치"라고 말했다.
미 해군참모대학 미래전 연구소장 샘 탕그레디 교수는 지난 5월 5일 '미국의 소리(VOA)' 인터뷰에서 한국에 전개될 미 전략핵잠은 동맹국에 핵 억지력을 보장할 수 있는 최적화된 수단이라고 평가했다. 탕그레디 교수는 미 전략핵잠은 가장 강력한 확장억제 수단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폴 델루카 미 랜드연구소 해군 프로그램 국장도 VOA 인터뷰에서 미 전략핵잠의 한반도 전개는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미 핵 투발 수단을 지상과 공중, 바다에서 모두 투입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델루카 국장은 "전략핵잠은 미 전략적 억제를 위한 가장 확실한 자산"이라고 말했다. 패트릭 라이더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 5월 2일 정례 브리핑에서 한국에 오하이오급 전략핵잠이 전개될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미국 전략핵잠수함(SSBN 741) 메인함이 지난 4월 미군 괌 기지에 입항하고 있다. [사진=미 태평양함대사령부] |
◆오하이오급 전략핵잠, 최대 사거리 1만2000㎞
미국의 14척 오하이오급(1만8000t급) 전략핵잠은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곳곳에서 극비리에 24시간 연중무휴로 수중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은밀성과 침투성, 생존성, 제2반격 능력에 있어 다른 전략자산들을 능가하는 현대전의 게임 체인저이며 전쟁의 '비수'로 통한다. 미 전략핵잠이 다른 나라에 보란 듯이 공개적으로 기항한 적은 거의 없을 정도로 극도의 은밀성과 작전 보안을 중시한다.
오하이오급 전략핵잠은 SLBM '트라이던트-2 D5'를 최대 20기를 실을 수 있다. 최대 사정거리가 7400㎞이며 탑재 중량을 줄이면 1만2000㎞ 이상이다. 북한은 물론 전 세계 어디든지 언제나 타격할 수 있다. 굳이 한반도로 전개하지 않아도 미 본토 모항에서도 핵탄두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
트라이던트-2 1기당 4개의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어 전략핵잠 1대에 80개의 핵탄두를 실을 수 있다. 전략핵잠 1척만 있어도 북한 전역을 완전 초토화시킬 만큼 엄청난 파괴력을 지닌 전략자산이다.
미국은 오는 2031년까지 컬럼비아급(2만t급) 전략핵잠 12척을 확보할 예정이다. 14척의 오하이오급 전략핵잠을 대체하는 최신형 전략핵잠이다. 사거리 1만2000㎞ 이상의 SLBM '트라이던트-2 D5'를 16발 탑재한다. 핵미사일 1기당 8∼12개의 다탄두를 장착한다.
한반도에 기항할 전략핵잠은 길이 170m, 폭 12.8m, 수중 배수량 1만8000t급으로 미 잠수함 중 가장 큰 오하이오급으로 결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괌 기지에 최근 입항한 SSBN 741 '메인함'이 전개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1981년 3월 로버트 리(SSBN 601) 전략핵잠 이후 42년 만에 한국 기항이나 한반도 전개다.
미국 전략핵잠수함(SSBN 741) 메인함이 지난 4월 미군 괌 기지에 입항하고 있다. [사진=미 태평양함대사령부] |
◆북한, 美 전략핵잠 탐지·추적·타격 능력 없어
북한에는 엄청난 군사적 압박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미 전략핵잠의 과거 한반도 전개 횟수는 35차례에 이른 것으로 군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1970년대 카터 행정부 시절 주한미군 감축으로 인한 한국의 안보 불안감을 해소하고 북한 도발을 억제하기 위해 1976년부터 1981년까지 미 전략핵잠 9척이 진해항에 35차례 입항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은 북한에 대한 억제력 강화를 위해 전략핵잠 기항에 더해 전략폭격기도 한국에 정기적으로 전개하고 착륙시키는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케네스 윌스바흐 미 태평양 공군사령관은 지난 4월 29일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 전략폭격기가 정기적으로 한반도와 그 주변에서 활동하고 한반도에 착륙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보유한 핵무기 탑재 전략폭격기는 B-52와 B-2가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전승절'로 기념하는 올해 7·27 정전협정 70주년 체결일을 계기로 대형 도발에 나설 수 있다고 예상했다. 올해 4월까지 준비를 마치겠다고 했던 '군사정찰위성 1호' 발사는 오는 5월 24일로 예정된 한국 누리호 발사 일정을 의식해 경쟁적으로 현실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적에 의해 탐지됐다고 보고된 적이 거의 없는 전략핵잠이 한반도로 전개되는 상황에서 북한이 대담하게 도발에 나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전략핵잠은 은밀성 때문에 적의 목표가 되지 않으며 위치를 파악하기도 힘들어 타격하기 어렵다.
특히 북한은 미 전략핵잠을 탐지하고 타격할 능력이 없다. 하지만 미 전략핵잠은 전 세계 어디에서나 언제든지 북한을 핵탄두 탄도미사일로 타격할 수 있다. 전략핵잠의 한반도 전개는 그만큼 전략적 가치와 함께 강력한 한미 군사동맹을 과시하고 미 확장억제 공약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상징적 조치라고 할 수 있다.
kjw86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