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제품 한계 극복한 하드웨어로 시장 선점
비전 프로 출시로 제3의 산업 형성 가능성
[서울=뉴스핌] 이지용 기자 = 확장현실(XR)·혼합현실(MR) 시장의 침체기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애플이 최근 MR 헤드셋 시장에 뛰어들어 이유가 주목된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최근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MR 헤드셋인 '비전 프로'를 공개했으며 내년 초 출시할 예정이다. 애플이 이번 비전 프로에 쏟아부은 사업비는 150억 달러(약 19조 원)를 넘는다.
애플은 비전 프로보다 가격을 대폭 낮춘 보급형 MR 헤드셋 개발도 진행 중이다. 오는 2025년 무렵 출시가 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고사양의 프로세서를 탑재한 비전 프로 2세대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이 새로운 하드웨어를 출시한 것은 지난 2014년 애플워치 이후 9년 만이다.
애플의 비전 프로. [사진=애플] |
이 같이 애플이 침체한 MR 시장에 새로운 하드웨어를 출시하는 것을 두고 압도적인 하드웨어 기술력으로 제2의 XR·MR 시장의 전성기를 열 수 있을 것으로 판단,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당초 XR·MR 시장은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문화 확산으로 급성장했지만 헤드셋 등 기기의 무거운 무게와 기기 사용의 불편함, 관련 콘텐츠·앱 부족 등으로 장기간 침체를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애플이 XR·MR 시장에 뛰어든 것은 수 년 째 겪어온 이 시장의 고질적인 한계점을 해결할 준비를 끝마쳤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아직 XR·MR 시장의 수요가 있는 상황에서 한계점을 극복한 기기를 시장에 내놓으면 다른 경쟁사보다도 시장을 빨리 장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애플이 비전 프로의 하드웨어 개발 등에 투입한 사업비만 150억 원(약 19조 원)에 달한다.
애플은 비전 프로에 별도의 컨트롤러 없이 눈과 손, 음성 등으로만 제어가 가능할 수 있는 기능을 탑재했다. 또 기존 MR 헤드셋의 문제였던 어지러움 해결을 위해 비전 프로 전용 칩(R1) 두 개를 장착해 지연시간을 줄였다. 무게 문제도 해결하기 위해 전면부 프레임에 초경량 알루미늄을 사용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비전 프로가 기존 XR·MR 기기와의 차별성을 보인다면, 애플이 XR·MR 시장 및 메타버스 등 기존에 있던 시장이 아닌 제3의 또 다른 산업이 형성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들도 이 산업에 적극 나서지 않으면 미래 성장 가능성까지 불투명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애플은 기존에 없던 기능을 담은 하드웨어로 침체했던 XR·MR 시장의 수요를 다시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눈과 손으로 기기를 제어할 수 있고 실제와 매우 비슷한 화면을 구현하는 만큼 엔터테인먼트뿐만 아니라 업무 등에도 사용 가능성이 높아 아예 다른 산업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김대종 교수는 "이미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들은 XR·MR 시장에서 후발 주자가 되어 애플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며 "지금이라도 XR·MR 시장을 중요한 미래 먹거리로 인정하고 선제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의 한 업계 관계자는 "XR·MR 시장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지만 국내 기업들이 XR·MR 기기를 내놓는 데 몇 년이 걸릴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애플의 비전 프로 출시 이후 시장 반응까지 살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leeiy52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