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번호 변작해 학부모 협박 도운 혐의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강남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무료시음 행사인 것처럼 속이고 학생들에게 마약음료를 마시게 한 이른바 '강남 마약음료' 사건의 첫 공판이 열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정진아 부장판사)는 28일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길모 씨, 김모 씨, 박모 씨에 대한 1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김씨 측 변호인은 "사기 혐의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인정하지만 피고인이 (마약음료)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했다는 사실은 뒤늦게 알았기 때문에 인식 시점 이후부터 혐의를 인정한다"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pangbin@newspim.com |
이날 재판에는 마약음료를 마신 학생들의 부모를 협박하기 위해 중계기를 이용하여 전화번호를 변작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씨의 전 여자친구 A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A씨는 '김씨가 유심을 교체하는 등의 업무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고 텔레그램을 통해 개인정보를 공유하는 것을 보며 무언가 불법적인 일을 하는 것 같긴 한데 그게 보이스피싱이나 마약음료 사건과 관련이 있는지는 전혀 몰랐었다'고 증언했다.
A씨는 김씨가 자신의 명의로 핸드폰을 개통하기도 했는데 나중에 경찰서에서 '해당 전화번호가 보이스피싱에 이용됐다'는 연락이 오고 나서야 범죄 연루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속행하고 오는 7월 10일 증거조사 등을 진행하기로 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070' 인터넷 전화를 '010' 휴대전화 번호로 위장하는 중계기 유심칩 을 관리하고 전화번호를 변작해 학부모 협박 전화를 도운 혐의(전기통신사업법 위반 등)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한 길씨는 보이스피싱 총책 이씨의 지시를 받고 마약음료를 제조한 뒤 미성년자들이 투약하게 하여 이를 빌미로 부모로부터 금품 갈취를 시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사 결과 길씨는 미성년자 13명에게 해당 음료를 마시게 한 뒤 부모에게 연락해 돈을 주지 않으면 자녀들을 신고하겠다고 협박했다가 미수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박씨는 일명 '던지기 수법'으로 필로폰 10g을 은닉하고 길씨에게 이를 수거하게 하는 등 마약음료에 사용된 필로폰을 공급한 혐의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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