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탈북민 정착스토리]⑥ 학급 벽보 그리던 北여고생..."개인전 3차례 열며 미술가의 꿈 이뤘죠"

기사입력 : 2023년08월06일 07:00

최종수정 : 2023년08월06일 07:00

장르 넘나드는 작품 선보인 심수진 작가
중국 공안에 쫓기다 동생들과 연락 끊겨
"한국 정착한 뒤 나의 삶은 기적의 나날"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 탈북민 출신 심수진 씨는 인물화를 중심으로 한 유화와 판화⋅공예⋅수예뿐 아니라 도예작품까지 선보이는 다양한 창작활동을 한다. 장르를 넘나들며 이것저것 손대다 보니 그저 미술을 취미로 하는구나 생각할 수 있지만, 개인전을 3차례나 연 어엿한 작가다.

충복 옥천의 어느 마을에 자리한 10평 남짓한 공방에는 그의 열정이 가득 담긴 다양한 작품들이 가득하다. 낙엽과 모래, 보릿짚 같은 소재까지 이용한 멋진 예술작품에 절로 탄식이 나올 정도다. 노력 못지않게 남다른 예술적 재능을 타고난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탈북민 출신 미술작가 심수진 씨가 충북 옥천의 공방에서 자신의 도자기 작품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남북하나재단] 2023.08.05 yjlee@newspim.com

어릴 적부터 그림 솜씨가 뛰어났던 심 씨는 고교 때 학급 벽보를 도맡아 그렸다. 그의 재능을 아까워한 담임 선생님이 한 달 정도 그림을 가르쳐 줬고 미술에 눈떴다. 하지만 먹고살기 빠듯한데다 출신성분이 사회진출을 좌우하는 북한에서 예술가를 꿈꾼다는 건 어림없는 일이었다. 가정 형편도 그런 걸 허락하지 않았다.

13살 어린 나이에 부모를 모두 잃은 심 씨는 할머니 손에서 자랐다. 맏이여서 세 동생을 돌봐야 한다는 부담이 컸던 그는 20대에 들어서자마자 변경을 넘어 타국살이를 시작했다. 하지만 가족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겠다는 그의 다짐과 달리 중국 공안에 쫓겨 거처를 옮겨 다니는 하루하루는 피곤했고 돈을 많이 벌기도 어려웠다. 도피 생활 때문에 가족과 연락도 끊어져 지금까지 세 동생들의 생사조차 알 길이 없다. 이런 사정 때문인지 심 씨의 작품에는 애끓는 가족애가 담긴 작품이 적지 않다.

10여년의 중국 생활을 마무리하고 한국행을 택한 심 씨는 자신의 재능을 살려 실용적인 미래를 개척해보겠다는 생각에 2007년 한국폴리텍대학 패션디자인과를 진학했다. 하지만 정신적 스트레스에 과로까지 겹친 때문인지 고질병인 위궤양 증상은 점점 심해져 몸이 쇠약해졌고 간경화 진단까지 받게 됐다.

마음의 여유를 찾아볼까 하는 생각에 들린 도자기 만들기 체험장은 그의 삶을 예술의 길로 이끌었다. 심 씨는 앉은 자리에서 어렵지 않게 도자기를 빚고 거기에 원하는 그림까지 그려넣어 작품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오랜 기간 자신이 꿈꿔왔던 예술가의 길을 구체화 하겠다는 결심이 점차 굳어져 갔다.

지난 6월 2~7일 서울 대학교 혜화아트센터에서 열린 심수진 씨의 개인전. [사진=남북하나재단] 2023.08.05 yjlee@newspim.com

심 씨는 2018년 서울디지털대학교 회화과에 진학해 다시 배움에 전념했다. 그 시절 그의 작품 소재는 낙엽이었다. 심 씨는 "가난한 학생인 그에게 재료를 살 만한 돈도 없었지만, 간경화 진단을 받고 시한부가 선고된 자신이 마치 가을이 되면 떨어지는 낙엽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심 씨는 "병든 육체가 하루하루 가을을 향해 가고 있는 것 같았어요.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면 다시 새로운 나뭇잎이 돋지만 떨어진 낙엽은 그것으로 끝이죠. 낙엽을 주워 들고 어떻게 하면 여기에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을까 생각했죠.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나도 다시 살아날 것 같았어요"라며 당시를 회고했다.

창작에 몰두 중인 심 씨는 현재 간경화로 중증 환자 판정을 받은 상태다. 앞서 2020년 그녀는 병원으로부터 한 달 정도의 시간이 남았으니 마음의 준비와 함께 주변을 정리하라는 권유를 들었다. 병원에서 군에 복무하는 아들에게 연락했고 엄마의 상태를 알게 된 아들이 달려왔다. 아들은 제3국 출생으로 어렵게 정착해 의젓하게 커준 단 하나의 소중한 가족이다.

아들은 자신의 간을 이식해 엄마에게 생명을 나누어 주었다. 당시 심씨는 "나는 좀 더 살고 싶어. 북에 있는 가족을 만나야 하고 엄마 구실도 제대로 하고 싶고 그리고 아티스트의 꿈도 이루고 싶어"라며 간절히 기도했다고 한다.

이런 고통스러운 시간을 잘 넘길 수 있었던 건 '그림'이라는 친구와 미술 창작을 통해 배운 인내와 집념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심 씨는 "이번 생은 나에게 기회를 넘어 기적"이라고 말했다.

그의 작품 세계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통일을 기다리는 간절한 마음, 탈북민 작가로서 통일의 징검다리가 되고 싶은 희망이 담겨있다. 심 씨는 "통일에 대한 생각들이 서로 자연스럽게 공존하고 설렘으로 다가오는 그런 통일을 표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yjlee@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첫 미국출신 교황… 즉위명 '레오 14세' [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미국 태생의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70) 추기경이 8일(현지시간) 제267대 교황에 선출됐다.  가톨릭 역사상 미국인 교황이 탄생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바티칸 교황청은 새 교황의 즉위명을 '레오 14세'라고 발표했다. 가톨릭에서 '레오'는 라틴어로 '사자'를 뜻한다. 강인함과 용기, 리더십을 상징한다. 8일(현지시간) 교황에 선출된 레오 14세. [사진=로이터 뉴스핌] 레오 14세는 선출 공식 발표 직후인 오후 7시 20분쯤 바티칸시티 성베드로 대성당 2층 '강복의 발코니'에 등장해 광장을 가득 메운 군중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감정이 북받힌 듯 울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탈리아어로 말한 그의 첫 마디는 "평화가 여러분 모두와 함께 하기를(La pace sia con tutti voi)"이었다. 그는 이어 "이 평화의 인사가 여러분의 마음속에 스며들어 여러분의 가족과 모든 사람, 어디에 있든, 모든 민족, 그리고 온 세상에 전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레오 14세는 이날 시스티나 예배당에서 실시된 콘클라베 이틀째 투표에서 교황으로 선출됐다.  전 세계 70개국에서 모인 133명의 추기경들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참석자의 3분의 2 이상의 지지를 얻는 후보를 탄생시키기 위해 투표를 계속했다.  오전에 실시된 두 차례 투표에서는 선출이 무산됐다. 오전 11시 50분쯤 시스티나 예배당 굴뚝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추기경단은 오후 4시 투표를 재개했다. 오후 두 차례 투표가 끝나고 결과가 나왔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던 오후 6시 8분쯤 굴뚝에서 흰 연기가 피어올랐다. 이어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장엄한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오후 7시 10분쯤 선임 부제 도미니크 맘베르티 추기경이 성베드로 대성전 발코니에 나와 "하베무스 파팜(Habemus Papam·우리에게 교황이 있다)"을 외치며 새 교황의 탄생을 알렸다.  1955년 미국 시카고에서 태어난 레오 14세는 1982년 사제로 서품했다. 이후 성직자로서의 경력 기간 대부분을 남미 페루에서 보냈다. 2015~2023년까지 페루 북서부 치클라요에서 주교로 재직했다. 2015년에 페루 시민권을 취득했기 때문에 이중 국적을 갖고 있다.  그는 성 아우구스티노 수도회 소속이다. 이 수도회가 교황을 배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2023년 그를 추기경으로 임명하고 교황청 주교성 장관에 앉혔다. 신임 주교 선발을 관리·감독하는 자리이다.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을 가까이서 보좌하며 그의 개혁정책 추진을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신학적으로는 중도 성향으로 분류된다. 프란치스코 교황 시절 갈등이 심했던 보수와 진보 세력 사이에서 균형을 잡을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그가 첫번째 미국인 교황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정말로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얼마나 흥분되는 일이고, 우리나라에 얼마나 큰 영광인가"라며 "교황 레오 14세를 만나길 고대한다. 매우 의미있는 순간이 될 것"이라고 했다. ihjang67@newspim.com   2025-05-09 04:20
사진
김문수,대선후보 지위 확인 가처분 신청 [서울=뉴스핌] 최수아 인턴기자 =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8일 오전 법원에 대통령후보자 지위 인정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  김 후보는 이날 KBS에 출연해 "대통령후보 지위 확인 가처분 신청을 서울남부지법에 냈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합법적인, 정당한 절차를 거친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인 제가 있는데 지금 무소속 한덕수 후보하고 빨리 단일화를 하라고 한다"며 이유를 밝혔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25.05.08 yooksa@newspim.com 국민의힘 지도부는 오는 10일 또는 11일 제6차 전당대회를 소집한다고 공고했다. 당 지도부는 오는 1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대선 후보 등록이 마감되기 전 단일화를 마쳐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날 서울남부지법에서는 국민의힘 책임당원이 신청한 '전당대회 개최 금지 가처분 신청' 심문기일이 진행됐다. 이들은 국민의힘이 김 후보에 한 후보와의 단일화에 대한 압력을 행사하기 위해 전당대회를 연다고 보고 있다.  김 후보는 현재 단일화 문제로 당 지도부와 갈등하고 있다. 김 후보는 이날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토론회에 참가해 "무소속 등록도 안하겠다는, 입당도 안하겠다는 그런 사람을 상대로, 유령과 단일화하라는 이것은 올바른 정당민주주의냐, 저는 알 수 없다"고 비판했다. geulmal@newspim.com 2025-05-08 17:17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