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준법위, '정경유착시 즉시 탈퇴' 등 조건부
이찬희 "정경유착 고리 끊어야"
4대 그룹, 복귀 긍정적 검토 전망
[서울=뉴스핌] 이지용 기자 = 삼성준법감시위원회가 삼성의 전국경제인연합회 재가입을 조건부로 최종 승인했다. 이로써 삼성의 전경련 재가입이 7년 만에 이뤄질 전망이다.
삼성준법위는 18일 오전 7시부터 오전 9시30분까지 삼성의 전경련 재가입과 관련한 재논의를 한 끝에 사실상 '조건부 승인'을 내렸다. 삼성준법위는 '정경유착 발생시 즉시 탈퇴' 및 '운영 및 회계 투명성 확보를 위한 철저한 자체 검토' 등의 조건을 내걸고 삼성의 전경련 재가입을 사실상 승인했다.
이찬희 삼성준법감시위원장은 이날 회의를 끝낸 뒤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삼성이 전경련에 가입했을 때 정경유착의 행위가 지속된다면 즉시 탈퇴할 것을 비롯해 운영·회계 투명성 확보 방안에 대한 철저한 검토를 거친 후에 (재가입을) 결정하는 것을 권고했다"고 말했다.
삼성준법위는 최종적으로 삼성 각 계열사 이사회의 결정을 존중하면서도 이날 회의에서 권고한 내용을 위반한 경우 탈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위원장은 "정경유착의 고리를 정말 완전히 단절할 수 있느냐가 가장 큰 논의의 대상이었고, 전경련의 인적 구성 및 운영에 정치권이 개입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는 점이 가장 큰 우려사항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부분에 대해 위원회에서 여러차례 검토를 했고 최종적인 의견을 낼 때까지 숙고를 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정경유착 위반 행위 등 이외의 구체적인 재가입 조건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그는 "정경유착 위반 행위 시 즉시 탈퇴 권고 이외에 다른 조건들도 권고했다"며 "구체적인 내용을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면 삼성 이사회와 경영진이 자유로운 의사를 결정하는 데 오히려 구속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사회의 순수한 기능인 독립적인 판단을 위해 저희 권고안을 보냈지만 그 내용을 미리 말씀드리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다만, 삼성준법위는 조건부 승인 입장과 함께 전경련 재가입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이 위원장은 "현 시점에서 전경련의 혁신안이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우려를 냈다"며 "어떤 명목이든 정치권이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권고했다"고 말했다.
이찬희 삼성준법감시위원장이 18일 오전 삼성생명 서초사옥에서 열린 삼성준법위 임시회의를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이지용 기자] |
이에 따라 삼성은 전경련 임시총회가 있는 22일 전까지 이사회 등 내부 논의를 통해 삼성전자·삼성SDI·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증권 등 삼성 5개 계열사 등의 전경련 재가입에 대한 속도를 낼 전망이다. 삼성은 전경련 임시총회가 열리기 전인 오는 21일 비정기 이사회를 열고 전경련 재가입을 최종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이사회가 삼성준법위의 권고를 따라야 할 법적 의무는 없지만, 삼성준법위의 권고에 반대되는 경영활동을 하면 이사회를 통해 공표해야 한다.
이 같이 삼성의 전경련 재가입이 현실화하면서 SK·현대차·LG 등 삼성을 비롯한 4대 그룹도 전경련 재가입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들 기업은 삼성의 재가입 여부를 이사회 등 내부 논의에 적극 반영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SK는 아직 이사회 등 최종 결정이 남겨두고 있지만, 이번 삼성의 결정이 내부 논의에 중요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SK 관계자는 "현재 내부 논의 중에 있다"며 "삼성의 전경련 재가입 결정을 참고해 22일 전에는 SK의 명확한 재가입 여부 또한 확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현재 내부 논의 단계 및 재가입 결정 방식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이날 이뤄진 삼성의 결정을 내부 논의에 참고할 전망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아무래도 (삼성의 재가입 결정에 따라) 같이 가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LG도 마찬가지로 곧 전경련 재가입 여부를 밝힐 예정이다.
앞서 삼성을 비롯한 4대 그룹은 지난 2016년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지면서 전경련을 전격 탈퇴했다. 전경련이 정경유착의 통로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당시 이들 4대 그룹은 전경련 전체 운영비의 70%를 부담해온 만큼 전경련의 위상은 크게 추락했다.
leeiy52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