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중과실 관련 조항 삭제 및 적용대상 범죄 확대
일선 현장 경찰 면책 확대 지지
명확한 현장 대응 기준 마련 및 규칙 연계 필요성 제기
[서울=뉴스핌] 박우진 기자 = 현장 경찰의 이상동기 범죄(묻지마 범죄) 등 흉악범죄 대응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면책 범위 확대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현장 경찰들도 면책 범위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지만 공권력의 과잉대응 문제가 나타날 수 있어 공권력 집행에 있어 명확한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31일 정치권 및 경찰청 등에 따르면 면책 범위 확대 방안은 지난 22일 열린 '묻지마 흉악범죄 대책 마련 당정협의회'에서 당정이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방안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9일 경찰관 직무집행법 개정안과 국가배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경찰관 직무집행법 개정안에는 집무집행 관련 형의 감면 규정 적용 범죄에 흉기를 소지한 특수공무집행 방해죄와 특수 협박 범죄를 추가했다. 또 현행 면책 규정과 관련해 경찰관에게 고의 또는 중과실이 없는 때 정상을 참작한다는 내용을 삭제해 경찰의 적극적인 대응을 보장하도록 했다.
국가배상법 개정안에서는 손해배상 청구 대상을 경찰 공무원 개인이 아니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로 규정했다.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도 같은날 경찰관 직무집행법 개정안을 발의했는데 현행 법에서 특정 범죄에 한해서 면책이 적용되는 조항을 없애고 범죄로 단일화했다. 또 면책 요건 중에서 '고의 또는 중과실이 없는 때'라는 부분도 삭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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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뉴스핌] 최지환 인턴기자 = 4일 오후 경기 성남시 오리역에서 경찰들이 순찰을 돌고 있다. 경찰은 서현역 흉기난동에 이어 성남 일대에서 흉기난동 예고가 잇따르자 서현역, 야탑역, 오리역 등에 경찰력을 투입했다. 2023.08.04 choipix16@newspim.com |
면책 조항은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11조5에 규정돼 있으며 지난해 2월 신설됐다. 조항에 따르면 범죄가 행해지거나 타인의 생명, 신체에 대한 위해 발생 우려가 명백하고 긴급한 상황에서 경찰관이 이를 예방하고 진압하는 행위나 범인 검거 과정에서 경찰관을 향한 유형력 행사에 대응할 때 타인에게 피해가 발생한 경우 경찰관의 직무수행이 불가피하고 최소한 범위에서 이뤄졌고 고의 또는 중과실이 없는 때에 면책을 적용한다.
범죄 유형은 살인죄, 상해·폭행죄, 강간죄, 강도 관련 범죄, 가정폭력범죄, 아동학대범죄 등으로 정해져있다.
경찰 내에서는 면책 범위 확대 필요성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면책 범위 조항이 만들어졌지만 범위가 협소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기 어려웠다는 이유에서다.
경찰 관계자는 "권총을 지급하고 흉악범죄 적극대응을 위에서 지시하더라도 이를 현장에서 실행하는데 있어 여전히 부담이 느껴질 수 밖에 없다"면서 "면책 범위 확대 조치가 이뤄져야 실제 범죄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시민단체등에서는 면책 범위 확대가 경찰의 권한 오남용과 인권침해로 이어질 위험성이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전 논평을 내고 경찰의 면책범위 확대 법개정 추진에 대해 "2022년 법 개정 이후 형사책임감면이 범죄예방, 적절한 현장대응과 관련해 실효적 효과가 있었는지 확인되지 않았다"면서 "앞서 당정은 집회, 시위와 관련해 면책조항 신설 입장을 밝힌 바 있어 형사책임감면이 최근 일어난 강력범죄 대응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를 표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논의되고 있는 법 개정 외에도 면책 규정과 관련한 구체적인 기준과 방안이 나와야 하고 법률 개정 외에도 관련 규칙들과 연계도 필요하다고 본다. 경찰은 '경찰 물리력 행사 기준과 방법에 관한 규칙'을 마련해 범죄 종류, 피해 경중, 대상자가 소지한 무기 종류 등에 따라 대상자 행위를 ▲순응 ▲소극적 저항 ▲적극적 저항 ▲폭력적 공격 ▲치명적 공격 으로 분류하고 경찰의 대응 방향을 정해놓고 있다.
이건수 백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면책 조항이 있지만 내용이 추상적이고 명확하지 않다보니 현장에서 이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상대의 위험도나 물리력 정도에 따라 경찰의 물리력 행사 대응 규칙이 있지만 이에 맞게 대응하더라도 면책이 적용되지 않기도 하는데 법률 개정 뿐 아니라 기존 규칙들과 연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krawj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