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소비자물가 5개월만에 최대폭 상승
국제유가 상승에 정부 대책 속수무책
전기요금 인상 예고…에너지요금 부담
[세종=뉴스핌] 이경태 기자 = 소비자물가가 2달 연속 3%대를 이어갔다.
정부는 일단 이달부터는 안정세로 돌아설 것으로 내다보지만 국제유가와 국내 에너지요금 상승으로 인해 부가부담이 더욱 가중되는 모습이다.
◆ 9월 소비자물가지수 전년동월대비 3.7% 상승…5개월만 최대폭
5일 통계청이 발표한 '9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2.99(2020=100)로 전월대비 0.6% 상승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7% 올랐다. 물가 상승폭이 5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커졌다.
구체적으로 농산물 및 석유류제외지수는 전월대비 0.3%, 전년동월대비 3.8%씩 각각 상승했다. 식료품 및 에너지제외지수는 전월대비 0.1% 하락했으나 전년동월대비 3.3% 상승했다.
생활물가지수는 전월대비 1.1%, 전년동월대비 4.4%씩 각각 올랐다. 식품은 전월대비 0.9%, 전년동월대비 4.6%씩 각각 상승했다. 식품이외는 전월대비 1.2%, 전년동월대비 4.2% 각각 오름세를 나타냈다. 전월세포함 생활물가지수는 전월대비 0.9%, 전년동월대비 3.7% 각각 상승했다.
신선식품지수는 전월대비 3.5%, 전년동월대비 6.4% 각각 상승했다.
지출목적별 동향을 보면, 전년동월대비 식료품·비주류음료(5.1%), 주택·수도·전기·연료(4.6%), 음식·숙박(4.9%), 의류·신발(7.8%), 기타 상품·서비스(5.8%), 가정용품·가사서비스(5.6%), 보건(1.9%), 오락·문화(2.7%), 교육(1.8%), 통신(0.8%), 교통(0.1%), 주류·담배(0.3%)가 모두 상승했다.
품목별로도 전년동월대비 농축수산물(3.7%), 공업제품(3.4%), 전기‧가스‧수도(19.1%), 집세(0.1%), 공공서비스(1.8%), 개인서비스(4.2%)씩 모두 올랐다.
사실상 오르지 않은 품목이 없다는 얘기다. 더구나 생활 필수품목인 전기·가스·수도 요금이 상당폭 올라 부담을 가중시켰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정부는 이달부터는 다시 안정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변동성이 높은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추세적 물가를 보여주는 근원물가(OECD 기준)는 전년동월비 3.3% 상승하며 8월과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게 기획재정부의 설명이다. 개인서비스 물가는 상승폭이 축소(4.3→4.2%)되면서 서비스 물가 둔화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도 제시됐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그동안 물가 상승의 주요 요인이었던 서비스물가의 둔화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물가의 추세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도 3% 초반을 유지하고 있어 계절적 요인이 완화되는 이달부터는 다시 안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 국제유가 다시 상승세…에너지요금·교통비 상승까지 설상가상
9월 소비자물가 상승을 이끈 것은 농축산물, 주유비, 전기·가스·수도 등이다.
농산물의 경우, 지난 여름철 폭우와 폭염이 이어지면서 물가 인상에 영향을 준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달 과실의 산지 출하량이 감소한 배, 사과, 복숭아 등으로 가격 상승세가 컸다는 게 통계청의 설명이다.
바나나 등 수입 과일의 경우에는 수입량이 감소하면서 가격이 상승했으며 추석 여파로 수요 역시 급증한 요인도 농산물 가격 상승의 요인으로 꼽혔다.
다만 이달들어 농산물 수요가 줄어들기 때문에 향후 물가에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정부의 생각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로고 [사진= 로이터 뉴스핌] |
문제는 에너지 가격이다. 석유류 물가의 경우 지난해와 비교해 4.9% 내려 8개월 연속 하락세를 나타내긴 했다. 그러나 하락률은 7월 -25.9%, 8월 -11.0% 등으로 갈수록 하락률이 낮아지고 있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석유류의 전체 물가 상승률에 대한 기여도는 7월 -1.49%포인트(p)에서 8월 -0.57%p, 9월 -0.25%p로 축소되면서 전체 물가 상승폭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국제유가의 변동성이 크다보니 물가 반영에 상당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됐다.
김보경 심의관은 "국제유가가 상승하게 되면 국내 유가에 반영되는 게 통상 2주의 시차를 보인다"며 "오늘만 하더라도 국제유가가 급락하기도 해 변동을 전망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전기·가스요금 인상 역시 향후 물가 인상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됐다.
앞서 지난 4일 김동철 한국전력공사 사장은 취임 후 처음으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전기요금을 대폭 올리는 것이 맞다"며 "원래 올해 45.3원을 인상했어야 했는데 그에 못미쳤고 이것이라도 인상하려면 25.9원 인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4분기에 전기요금이 인상되면 늘어나는 겨울철 난방비 부담과도 겹치면서 물가 인상에 대한 체감도 역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재부 한 관계자는 "전기요금이나 가스요금 인상 등은 공기업의 경영 안정화에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면서도 "물가 안정화 차원에서 다각적으로 논의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biggerthanseou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