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신정인 기자 = 고(故) 구본무 LG그룹 선대회장의 상속 재산을 둘러싼 총수일가 분쟁 소송이 5일 본격화됐다. 양측은 구 전 회장의 유지가 담긴 메모 내용을 두고 대립했다.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11부(박태일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구 전 회장의 부인 김영식 여사와 여동생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구연수씨가 구광모 LG그룹 회장을 상대로 낸 상속회복청구소송의 첫 변론기일을 열었다.
이날 재판에서는 하범종 LG 경영지원부문장 사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하 사장은 LG일가의 재산 관리부터 주식 매입 등에 관여해온 인물로 구 전 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졌다.
원고 측인 세 모녀와 피고 측인 구 회장은 모두 출석하지 않았으며 법률 대리인들만 참석했다.
하 사장에 따르면 구 전 회장은 뇌종양 수술을 받기 전 하 사장에게 '구광모 회장에게 지분을 모두 상속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하 사장은 "구본무 전 회장이 경영재산을 모두 구광모 회장에게 넘긴다고 하셔서 해당 내용을 작성했고, 다음날 직접 자필서명까지 받았다"며 "이후 해당 메모가 참고자료로 활용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세 모녀 측은 "메모를 본 적이 없다. 보여준 증거를 대라"며 유언으로 알고 속아 상속 내용에 합의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하 사장은 "법적 효력이 있는 유언장이 아닌 구본무 회장의 뜻이 담긴 메모라고 했다"며 "해당 메모는 상속 절차 이후 관행에 따라 폐기했다"고 했다.
또 상속 과정에서 세 모녀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고 동의받았다고 주장했다. 하 사장은 "메모대로면 구 대표에게 경영재산이 모두 상속될 예정이었으나 이를 들은 세 모녀가 아쉬움을 나타내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를 위한 지분 15%를 제외하고 2.52% 지분을 자매에게 상속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오는 11월 16일 2차 변론기일을 열고 하 사장에 대한 증인신문을 이어간다.
앞서 지난 2월 28일 김영식 여사와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구연수 씨는 '상속 재산을 다시 분할하자'며 서부지법에 구 회장을 상대로 상속회복청구 소송을 냈다.
구본무 전 회장이 남긴 재산은 ㈜LG 주식 11.28%를 비롯해 2조원 규모다. 구광모 회장은 구 전 회장의 지분 11.28% 중 8.76%를 물려받았다.
김 여사와 두 딸은 ㈜LG 주식 일부(구연경 대표 2.01%, 연수씨 0.51%)와 구 전 회장의 개인 재산인 금융투자상품·부동산·미술품 등을 포함해 5천억원 규모의 유산을 받았다.
구광모 회장은 원래 구본무 회장의 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큰 아들이었다. 그러나 구본무 회장이 외아들을 사고로 잃게 되면서 지난 2004년 구광모 회장을 양자로 들여 LG그룹의 후계자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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