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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차이나] <3> 대륙과 나, 한국무역협회 상하이지부장 신선영

기사입력 : 2023년10월05일 18:05

최종수정 : 2023년10월25일 16:29

사드로 인해 한중 관계가 악화일로를 치달을 때였다. 친한 회사 선배가 "아직도 중국이 좋아?"라고 물었다. 뜻밖의 질문이었는데, 당황스럽고 기분 나쁘기보단 '다른 사람이 나 같은 사람을 보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라는 마음에 흥미로웠다. 여기서 '나 같은 사람'이란 아마도, 중국어를 하고, 중국을 공부하고, 중국 근무 경험도 있고 하여 직장에서 소위 '중국 전문가'라고 불리우는 사람일 것 같다.

보통의 나라면, 예기치 못한 질문을 받았을 때 머릿속이 하얘지며 대답할 말이 생각나지 않아 우물우물하며 넘어간다. 나의 잠자리 '이불킥'의 90% 이상이 이런 식으로, 해야 할 댓거리를 하지 못하고 집에 와서 주로 억울하고 분해하며 이루어진다. 그날 일은 '억울하고 분한' 경우는 아니었지만, 어쨌든 달랐다. "저는 중국의 정치체제나 외교정책과는 상관없이 중국을 좋아하는 거예요. 우리나라 정치가 싫다고 해서 우리나라를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니잖아요"라고 나 스스로도 두고두고 잘했다고 여겨지는 그런 답변을 했더니, 그 선배도 더 이상은 얘기가 없었다.

'중국이 좋아?' 나를 당황케한 선배의 질문

그렇다. 나는 정치·외교를 떠나, 중국, 중국인 그리고 그들의 유구한 전통 문화에 관심이 많다. 광활한 대륙 곳곳에 남아 있는 인문 고사와 역사 이야기가 흥미롭다. 방방곡곡 빼어난 자연경관과 풍부하고 다채로운 음식문화가 좋다. 고색창연한 역사 전통만큼이나 깊은 철학과, 그 철학을 담아낸 언어와 사람들이 좋다. 게다가 그들의 '쩐'의 논리는 종종 자본주의 국가인 우리나라보다 합리적으로 보이곤 한다. 사람들의 여유롭고 호방한 대륙적 기질도 좋아 보인다. 눈앞의 득실을 따지지 않고 장기적으로 인연부터 맺어가려는 걸 보면 너무 쿨해 보인다.

[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신선영 무협 상하이지부 지부장이 여행 도중 중국 후난성 부용진에 들러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3.10.05 chk@newspim.com

일상생활속에서 남의 눈치나 격식에 구애받지 않고 거침없이 행동할때는 자유민주 국가인 우리나라보다 자유로워 보인다. 예를 들면, 중국은 어느 도시를 가나 동네에 넓은 터만 있으면 불특정 다수에게 사방이 공개된 그 곳에서, 저녁마다 동네 주민들이 모여 음악을 틀어놓고 '광장무'를 즐긴다. 이들을 보면 가끔 '귀엽고 사랑스럽다'는 느낌마저 든다. 나나 주변 친구들, 그리고 다른 많은 한국인들이었다면 절대 하지 않을 행동이다. 누가 못하게 해서가 아니라 스스로의 자기 검열에 걸리기 때문이다.

한국인으로 태어난 나는, 남의 시선을 의식하면서도, 늘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도 내에서의 최대한의 자유와 개성과 재미를 추구하고 싶어했다. 이런 성향인 내가 보수적인 직장에 들어오자 선배들은 내가 몇 개월 만에 퇴사할지를 두고 내기를 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런 나였기에 통념과는 달리 언뜻 '자유로운 영혼'과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처럼 보이는 중국사회가 더욱 신기하고 흥미로워진 것일 수도 있다.

남의 시선을 중시하는 우리는 의식주 중 중국인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의(衣)'를 많이 중시하는데, 중국은 절대적으로 '식(食)'을 중시하는 느낌이다. 몸 밖으로 보여지는 것보단 몸 속으로 들어가는 내실을 훨씬 더 추구하는 느낌이랄까. 물론 세련미나 잔 기교는 부족할 수 있다. 중국의 이런 '남 의식 안 하고 내 멋대로 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와 뭔가 '장기적으로 크게 생각하는' 대륙적 사고방식이 지배하는 문화 속에 살다가 한국에 가면 숨이 턱 막힐 때가 있다.

'부족한 2%' VS 대국의 자신감

세상 모든 나라마다 각기 문화가 다르고 국민 의식에도 차이가 있다. 부럽게 느껴지는 면이 있는가 하면 또 어떤 점은 눈살을 찌푸리게도 한다. 중국 또는 중국인들에게도 분명 외부인들이 적응하기 쉽지 않거나 못마땅하게 여길 만한 점들이 있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엔, 중국인들은 생활 속에서 비합리, 비효율, 비민주 등 '비'자가 들어간 바람직하지 못한 상황을 발견해도 적극적으로 개선하려 하기보단 지레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중국은 나라가 크고 사람이 많아서 이런 것들을 하나하나 다 지적해서 바꾸려 하다간 제대로 사회가 굴러갈 수가 없다'거나, '나 한 사람이 바꾸려고 노력한다고 될 일이 아니'라거나, '괜히 나섰다가 나만 피해볼 수 있다'는 생각이 바탕에 깔려있는 것 같다.

2010년 상하이엑스포의 한국기업연합관에서 파견 근무할 당시, 중국 국내외의 다양한 사람들이 엑스포를 구경하러 몰려왔고(물론 절대 다수는 중국인들이었다), 인기 전시관들의 대기열은 어마어마했다. 오일머니를 쏟아부어 화려하게 꾸민 사우디관이 가장 인기였는데, 입장 대기시간이 무려 9시간이라고 들었다.

어느 전시관이나 새치기하는 중국인들이 꽤 많았는데, 몇 시간씩 더위에 힘들게 기다리는 중에 새치기를 당해도, 화를 내는 중국인은 많지 않았다. 다들 '사람이 이렇게 많으면 새치기하는 사람 몇 명쯤 있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듯 했다.

[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신선영 무협 상하이지부 지부장이 중국 진출 기업들과 행사를 가진뒤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2023.10.05 chk@newspim.com

예전에 남편과 중국여행사를 통해 내몽고로 패키지 여행을 간 적이 있었다. 우리와 만나기로 한 가이드가 첫날부터 몇 시간이나 지각을 해서 오전 시간이 다 지나가 버렸다. 이런 치명적인 실수를 한 가이드도 황당하지만, 더욱 큰 문화적 충격은 중국 단체 여행객들의 반응이었다. 가이드가 뒤늦게 와서, 오전에 못 본 관광지는 오후 일정을 단축해서라도 다 보여주겠다고 하자(이건 또다른 불만 야기 포인트인데도) 다들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차에 올랐고, 화가 나 있는 사람은 나 뿐이었다.

얼마 전에 중국여행사를 통해 리장에 갔을 때도, 가이드의 잘못으로 옥룡설산을 중간까지만 올라갔다 내려와야 했는데도, 대부분 불평하지 않았고 나혼자 소심한 컴플레인 몇 마디를 했을 뿐이다. 좋게 말하면 '너그럽고' 나쁘게 말하면 '둔감하다'고나 할까.

그리고 중국인들은 남 눈치 안 보는 자유를 추구하다가 조금 지나칠 경우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적지않은 중국인들은 옆 사람과 대화하면서 엘리베이터를 탄 후, 밀폐된 공간인 엘리베이터 내에서도 전혀 말소리를 줄이지 않고 동일한 볼륨으로 대화를 계속해서 다른 동승자들에게 귀가 멍멍해지는 소음공해를 유발시킨다. 다만 많은 경우, 나를 제외한 다른 중국인들은 이런 걸 '소음공해'나 '피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긴 하다.

글로벌 강대국들이나 문화대국들은 모두 자국·자민족에 대해 우월감을 갖고 있다. 어려서 미국에서 살아보니 세계가 미국 중심으로 돌아가는 줄 알고 있는 미국인들이 많았고, 대학교 때 연수로 가서 체류했던 한 때 해가 지지 않았다는 영국(대영제국)이나, 여러 번 출장·여행 갔었던 프랑스와, 무적함대의 나라 스페인, 그리고 아시아 최고라는 자부심을 가졌었던 일본에서도 마찬가지 느낌을 받았다.

중국·중국인도 마찬가지다. 넓은 땅, 많은 인구, 유구한 역사와 찬란한 전통 문화, 단시일에 훅 치고 올라온 경제력과 G2로서의 글로벌 영향력, 그리고 중화사상, 중국 중심주의, 민족적 우월감이 하늘을 찌를 기세다. 오죽하면 중국이 더 팽창하는 걸 막으려고 미국이 행동에 나섰을까.

"그럼 뭐하냐. 아직 빈부격차도 크고, 짝퉁 제품 제조 대국이며, 직접 선거도 없는 나라가 아니냐. 게다가 요즘엔 경제 마저 별로 아니냐" 일각에선 이렇게 중국을 폄하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이런 목소리도 대세에 크게 영향을 주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중국인들은 "시기심 때문에 그러는 거 아니냐"고 반박한다.

수교 30년 한중관계의 양과 음

수교 30주년이 무색하게 지금 양국 관계와 국민 감정은 수교 이래 최악이다. 사실 한국이 중국에 갖는 관심에 비해 중국은 한국에 대해 크게 관심이 있지는 않다. 따라잡아야 할 상대이자 '가해자'로 여기는 미국에 대해서는 당연히 관심이 많고, 일본에 대해서는 역사적 이유로 '샤오르뻔(小日本)'이라고 부르며 미워하면서도 인정은 해 주는 거 같다. 한국에 대해서는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지만, 우리의 대중 감정 악화 현상이나 부정적 언론 기사에 대한 댓글들이 중국어로 번역되어서 실시간으로 전달되고, 일부 중국 네티즌들이 조회수를 목적으로 선동적인 콘텐츠를 게재하면서 반한감정이 쌓여간다.

[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신선영 무협 상하이지부 지부장이 중국 현지 업무 파트너들과의 회식에서 고급 백주 멍즈란으로 건배를 하고 있다.  2023.10.05 chk@newspim.com

우리사회의 대중국 호감도는 '바닥 뚫고 지하로' 내려가 있다. 베이징 주재원으로 근무했던 시기(2011년 하반기 ~ 2015년 초)가 중국이 전세계적으로 가장 핫하고 한중 관계도 가장 좋았던 것 같다. 그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극과 극 체험' 수준이다. 주재원으로 근무하면서 종종 중국과 관련한 한국의 뉴스를 보게 되는데, 밑에 달린 댓글들이 내게는 참 충격적이다. 99%가 중국을 비난하고 혐오하는 내용이고, 상당수 댓글은 근거도 없이 무조건 욕이다.

간혹 '팩트'를 얘기하거나 상대적으로 객관적인 댓글에는 여지없이 '빨갱이', '중국X', '조선족'이라며 매도한다. 나같은 경우도, 팩트보다는 개인의 생각을 표현해야 하는 인터뷰나 기고문 요청이 매체로 부터 들어오면, 언제부턴가 댓글창을 운영하는 매체인지 아닌지부터 살피게 되었다.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반중 감정은 나에게까지 영향을 미쳤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조카 J에게 '고모가 상하이에서 근무하는 동안 고모네 집에 놀러오라' 고 아무리 설득해도, 초등학교 5학년밖에 안 된 J는 '중국이 싫다'며 안 오겠다고 고집을 부리고 있다. '상하이 디즈니랜드'로 '유혹'에 나서자 '그거 다 짝퉁'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혐중을 유발하는 가짜 뉴스의 폐해이다.

반중·혐중 감정은 사드 이후 본격적으로 심해진 것 같다. 미국의 요구(?)로 사드 배치를 추진했는데 중국의 보복은 미국이 아닌 우리 기업에 집중된 것으로 보였다. 또 수많은 사람들이 큰 비용을 치러야 했던 코로나-19가 중국에서 시작된 것도 중국에 대한 부정적 감정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거기에 예전부터 우리나라 대기오염에 중국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 점, 우리나라로 유입되는 저가 불량식품 및 저급품이 주로 중국산이라는 점(그러한 상품들을 수입·유통하는 건 한국인이라는 생각은 잘 안 하는 듯 하다), 사드 이후 중국 정부는 한류의 정식 수입을 잘 허용하지 않고 있는데 중국인들은 정당한 저작권료 지불 없이 우리 콘텐츠를 감상하고 있는 점 등도 반중 감정에 한몫했을 것이다. 게다가 최근의 양국 간 외교 공방에서 중국은 대국으로서의 너그로움보다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를 실천하는 듯 보이기도 했다.

지리적으로 이사갈 수도 없는, 가장 가까운 이웃, 경제·기술 강국, 인구·영토 대국, 그리고 문화 강국인 G2 국가 중국과 이렇게 지내도 좋은 걸까. 우리에겐,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글로벌 경제·기술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감정보단 이성, 이념보단 실리를 추구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과제가 있는데...

나비의 날개짓으로 태풍을

개혁·개방 이후 수십 년간 눈부신 경제 발전을 일궈낸 중국과 함께, 우리나라도 중국에서 엄청난 무역수지 흑자를 보며 경제 성장을 거듭했다. 이제 중국은 첨단기술 등 많은 분야에서 우리를 따라잡거나 이미 능가해 협업 관계가 경쟁 관계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으로부터 돈 벌기가 힘들어졌다고, 중국을 원망하거나 폄훼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경제가 발전하면 산업구조가 고도화되는 건, 우리도 거쳐 온 당연한 수순이다.

[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신선영 무협 상하이지부 지부장이 상하이 및 인근 지역 현지 진출 기업 대표들과 상하이 시내 민물가재 식당에서 만찬을 즐기고 있다.   2023.10.05 chk@newspim.com

이제 우리의 역량을 꾸준히 키우면서, 오랜 파트너인 중국과도 새로운 협업 공간을 찾아야 한다. 첨단 기술 분야 외에도, 글로벌 이슈인 기후 변화와 환경 문제, 양국 공통의 사회적 이슈인 인구 감소와 고령화 문제 등에서 한중은 필연적으로 협업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언젠가는 중국과 함께 북한의 개방을 유도하고 경제개발에 참여할 수도 있지 않을까.

지금 때가 어느 땐데 그런 갑갑한 얘기를 하냐고, 너무 나이브한 거 아니냐고 한심해 할 수도 있겠지만 바라고 희망하고 꿈꾸는 건 자유다. 정부가 하기 힘들면 민간에서부터, 아무도 안 하면 나부터라도 작은 날개짓을 시작해 볼까. 그 날개짓이 언젠가는 태풍으로 돌아오기를 고대하며...  

글쓴이= 신선영 한국무역협회 상하이지부장

▶신선영은...

한국무역협회 상하이지부 지부장 신선영은 이화여대 영어영문학과를 나온 영문학도다. 어려서 미국에서 살았고 영국에서 유학했으며 출장과 여행으로 프랑스 등 구미지역을 자주 다녔다. 영어와 중국어에 능통한 글로벌 전문가로 중국사회과학원에서 기업관리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는 무역협회 상하이지부장으로 재직중이다. 신선영은 정치문제와는 별개로 한국이 한중 관계를 잘 관리해 경제 실리를 도모해야한다고 믿는다. 예전 이어령 문화부 장관은 "역사상 한중은 갈등도 잦았지만 수천년 문화적 가치를 공유한 관계"라고 말한 바 있다. 현 정부 추경호 부총리도 "미일과 친하다고 해서 중국을 따돌릴 이유가 없다"고 했다. 신선영의 생각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공자와 삼국지, 시인 이백, 마라탕을 중국 것이라해서 배척할 이유가 없는 것 아닌가. 신선영에게 있어 한중은 서로 필요를 충족시키고, 상생을 추구해야할 이웃이다. 그래서 신선영은 중국을 더 많이 탐구하려 한다. '중국은 무엇이고, 중국인은 누구인가'. 영문학도 출신 중국 전문가 신선영을 따라다니는 화두다. 경제영토 확장에 욕심 많은 신선영은 무역협회 해외마케팅실, B2B, B2C 마케팅실 실장을 역임한 무역일꾼이며 대통령 표창(2019)을 받았고, 저서로는 '박람회 경제학'이 있다.

서울=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chk@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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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썸, '비트코인 2000억' 매도 의문 [서울=뉴스핌] 송주원 기자 = 올해 하반기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인 빗썸이 장외시장 기준 시가총액 절반에 달하는 비트코인을 매도한 것으로 나타나 업계의 의문이 커지고 있다. 빗썸은 대고객 이벤트로 비트코인을 처분했다는 입장으로, 활발한 이벤트에 신규 고객 유입이 늘어나 오히려 IPO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빗썸이 보유한 비트코인은 지난해 3분기 기준 103개로 38억원 규모다. 2021년 4분기 1419개에서 90% 이상 대폭 줄었다. 현재 시세 기준 약 2000억원치다.  빗썸이 보유한 비트코인 수량. 빗썸이 보유한 비트코인은 지난해 3분기 기준 103개로, 2021년 4분기 1419개에서 90% 이상 대폭 줄었다. [사진=뉴스핌] 2021년 말 기준으로 5000만원대였던 비트코인 가격은 현재 1억5000만원을 넘어섰다. 개당 가격을 약 1억5000만원으로 단순 계산하면 빗썸은 2000억원 규모의 비트코인을 매도해 온 셈이다. 이는 현재 빗썸의 시가총액 4100억원의 절반에 달하는 금액이다. 증권플러스 비상장에 따르면 빗썸의 장외주식은 17일 기준 9만9000원 수준이다. 추정 시가총액은 약 4215억원이다. 빗썸이 올 하반기를 목표로 IPO를 준비 중이라는 점에서 대규모 비트코인 매도에 대해 전문가들은 의문을 표하고 있다. 비트코인 보유량이 증가할수록 IPO 과정에서 더 높은 몸값으로 평가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빗썸의 경쟁사인 업비트를 비롯한 일반적인 가상자산거래소는 비트코인이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비트코인이 기축통화인 BTC 마켓에선 투자자가 거래할 때마다 비트코인으로 거래 수수료를 내기 때문이다. 국내 주요 가상자산거래소의 최근 비트코인 수량 현황은 ▲업비트 1만4666개 ▲코인원 266개 ▲코빗 25개로 같은 기간 비트코인 보유량이 꾸준히 증가했다. 국내 5대 가상자산거래소 가운데 비트코인이 줄어든 거래소는 빗썸과 완전자본잠식 상황인 고팍스가 유일하다. 실제로 타임체인인덱스닷컴에 따르면 미국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의 비트코인 보유량은 112만3500여 개 수준이다. 글로벌 1위 거래소 바이낸스는 약 68만6900개를 보유하고 있다. 빗썸의 비트코인 처분은 최근 세계적인 추세에 반하는 이례적인 행보다. 특히 친(親) 가상자산 대통령을 공약으로 내건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하고 비트코인의 전략자산 추가를 발표하면서 비트코인을 모으려는 움직임이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미국 나스닥 상장사 스트레티지(옛 마이크로 스트레터지)는 비트코인을 꾸준히 사들여 현재 47만 개 이상의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가상자산거래소의 비트코인 보유 규모는 해당 거래소가 비트코인의 미래를 얼마나 믿고 있는지, 또 어느 정도의 보유자산에 대한 중장기 전략을 가졌다는 것인지 판단할 수 있는 척도"라며 "업비트를 정조준한다는 빗썸이 비트코인 1300여 개를 처분하고 100개만 남겨둔 것은 재무적으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전략"이라고 말했다. 빗썸은 활발한 마케팅으로 비트코인을 소진했다는 입장이다. 빗썸은 지난해 창립 11주년을 맞아 이용자에게 최대 1억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벌였다. 같은 해 5월에는 이마트24와 협업해 '비트코인 도시락' 상품을 판매했고, 10월에는 신세계그룹과 비트코인 100억 지급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빗썸 관계자는 "빗썸이 보유하고 있는 비트코인은 다양한 대고객 이벤트를 통해 회원들에게 지급됐다"며 "이같이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은 고객 유치와 점유율 상승에 기여해 추후 예정된 IPO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jane94@newspim.com 2025-02-17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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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부처 공무원 갑질에 '부글부글' [대전=뉴스핌] 오영균 기자 = 중앙부처 공무원들은 지역에 가면 대장이 되는 것처럼 안하무인적인 행태에 지방 일선 공무원들의 속이 끓고 있다. 이는 지자체는 자신들이 만든 정책을 시행하는 일개 기관일 뿐이라고 무시하는 인식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심한 경우 중앙부처 공무원이 광역시장을 '아저씨'라고 낮춰 부르는 행태까지 보이고 있다. 최근 대전시 한 국장이 자신의 SNS(페이스북)에 올린 중앙부처와 공동 주최하고 정부출연연구기관 주관한 행사에 참석한 후기가 공분을 일으키고 있다. 해당 국장은 "It is a bit insulting(조금 모욕적이다)"라며 중앙 공무원들의 우월적인 태도 문제를 지적했다. [대전=뉴스핌] 오영균 기자 = 대전시 한 국장이 자신의 SNS(페이스북)에 올린 중앙부처와 공동 주최하고 정부출연연구기관 주관한 행사에 참석한 후기가 공분을 일으키고 있다. 2025.02.17 gyun507@newspim.com 게시글에 따르면, 해당 국장(이하 국장)은 최근 중앙부처와 공동 주최하고 정부출연연구기관이 주관하는 행사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는 이장우 대전시장도 함께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행사 시작부터 중앙 공무원의 '갑질' 행태가 시작됐다. 국장은 "중앙부처 실장이 지방자치단체장보다 VIP 위치에 있어야 한다는 의전에 대해선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며 이장우 대전시장보다 '좋은' 자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관련 중앙부처 과장의 주장에 곤혹스러워 하는 출연연 담당자의 표정을 보면서 솔직히 미안한 생각도 들었다"고 하면서도 "중요한 게 기업들이 미국의 주요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이기에 사소한 문제에 매물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마음을 추스렸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지방에 대한 차별은 행사 후 진행된 오찬장에서도 계속되면서 비굴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국장은 정부 관계자에게 정책과 출연연 비전, 미국 기업 사업 계획 등에 대한 설명을 듣기위해 오찬에 참석했다. 그런데 정부 공무원과 별도 테이블에 앉아 식사를 하면서 현실은 생각과 다른 것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국장은 "오찬장에 도착해 그런 순진한 생각은 현실과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고 순간 모욕적인 감정을 지울 수 없었다"며 "같은 테이블에 앉을 것이라는 예상은 중앙부처 공무원 요구로 현장에서 바뀌었다. 메인 테이블에서 밀려나 떨어진 자리에서 지자체 공무원들 넷이서 따로 식사를 했다"고 당시의 어처구니 없는 상황을 설명했다. 국장은 중앙부처가 지방을 바라보는 시각이 부정적임을 단적으로 보여준 것으로 봤다. 국장은 "공직자들 간의 역량 차이는 있어도 서로의 역할을 존중해줄 수는 없는 것일까. 올해는 지방자치가 부활한지 30년이 되는 해"라며 중앙부처 공무원들의 구시대적 사고를 지적했다. SNS에 글이 게시되자 전·현직 공무원과 시민들도 공감하는 가운데서도 분노를 나타냈다. 한 공무원은 "나도 30년 공직생활하다보니 그대로 공감한다"며 이러한 일이 비일비재함을 은연히 드러냈다. 중앙부처 공무원들의 지자체 '무시' 행태는 사실상 공공연한 사실이다. 특히 중앙부처 공직사회 내에서는 지자체장보다 행정고시 출신 5급 국가공무원 사무관이 우선되는 분위기다. 실제로 지난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사옥 이전에 대해 항의하는 대전시 관계자에 대해 중소벤처기업부 한 과장은 "대전시장은 우리에겐 그저 동네 아저씨다. 왜 우리가 시장 대우를 해줘야 하느냐"며 적절치 못한 발언을 하고 고압적인 태도를 보인 사실이 드러났다. 소식을 접한 이장우 대전시장이 "직접 대전시청을 찾아와 정식으로 사과하라"며 격노하기도 했다. [대전=뉴스핌] 오영균 기자 = SNS(페이스북)에 글이 게시되자 전·현직 공무원과 시민들도 공감하는 가운데서도 분노를 나타냈다. 한 공무원은 "나도 30년 공직생활하다보니 그대로 공감한다"며 이러한 일이 비일비재함을 은연히 드러냈다. 2025.02.17 gyun507@newspim.com 공무원들도 중앙부처 공무원들의 '갑질'은 문제가 크다고 여겼다. 한 지방자치단체 소속 공무원은 "지역발전을 위해 좋은 정책을 추진하려 해도 중앙부처에서 브레이크를 거는 경우가 있다"며 "협의하려 해도 날짜 잡는 것도 어렵고, 만나도 대놓고 무시하는 태도에서 힘이 빠지게 된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공무원은 "이럴 거면 국가직 공무원 시험을 볼 걸 그랬다"며 자괴감을 드러냈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지난해 7월 충남도청에서 열린 제7회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다. 당시 이 시장은 대통령에게 "각종 제안이 중앙정부 공무원들에게 막히는 경우가 있다"고 하자 윤 대통령은 "안된다는 사람 이름 알려달라"고 발언하며 중앙부처에 '경고'를 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경직된 공직사회가 국가와 지역 발전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탑 다운' 형식의 중앙부처-지자체 공직 분위기는 정책 논의나 규체 혁신에는 전혀 도움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한 행정전문가는 "과거엔 정책은 중앙정부에서 만들고 이를 지방정부가 수행하는 역할에 그쳤지만, 이제는 그러한 장벽은 무너지고 있다"며 "지방자치 시대에 맞는 공직자 마인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피력했다. gyun507@newspim.com 2025-02-17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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