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전쟁 선포 등 지정학적 갈등 증폭
안전 자산 선호 심리 부각
유가 급등, 에너지주 강세
이번 주 주요 기업 실적 발표에도 촉각
[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9일(현지시간) 미국 주가지수 선물이 일제히 하락 중이다. 지난 주말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충돌하고 이스라엘이 전쟁을 선포하면서 주식 투자자들은 경계감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 동부 시간으로 오전 6시 31분 기준 미국 시카고상업거래소(CME)에서 E-미니 S&P500 선물은 전장 대비 22.75포인트(0.52%) 내린 4318.275를 가리켰고, E-미니 다우 선물은 137.00포인트(0.41%) 밀린 3만3463.00에 거래됐다. E-미니 나스닥100 선물은 100.25포인트(0.66%) 하락한 1만5011.75를 나타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갈등은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을 개시하면서 50년간 가장 큰 충돌로 확산하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스라엘이 전쟁 상태에 있다고 선포하며 하마스가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재까지 11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한 가운데 시장에서는 미국 등 서방과 아랍 국가들의 대응에도 주목하고 있다. 이 가운데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란이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배후에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이란 측은 이 같은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고 발표했다.
인터렉티브 인베스터의 리처드 헌터 시장 책임자는 "이 같은 지정학적 긴장감은 전통적으로 (시장) 분위기에 좋지 않다"며 "투자자들은 추후 불확실성 때문에 불안해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IG마켓의 알렉산드르 바라데즈 수석 애널리스트는 "안전 자산을 향한 '리스크-오프'(risk-off) 포지셔닝이 이뤄지고 있다"며 "유럽과 중국의 거시 경제적 불확실성과 매파적인 중앙은행, 이미 상승 중인 유가, 실적 시즌을 떠올리면 (주식) 시장이 위를 향할 이유가 정말로 없다"고 분석했다.
8일(현지시각)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의 보복 공습으로 연기가 치솟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2023.10.09 kwonjiun@newspim.com |
지정학적 갈등이 고조되면서 유가는 급등 중이다. 국제 벤치마크 브렌트유 12월물은 전장보다 3.2% 급등한 87.31달러에 거래됐고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1월물도 3.6% 뛴 85.71달러를 가리켰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주요 원유 생산국은 아니지만 투자자들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반응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날 미국 국채 시장은 콜럼버스 데이와 원주민의 날을 기념해 휴장했다. 다만 국채 선물시장에 따르면 안전 자산 선호가 강해지면서 채권 금리는 내림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도이체방크의 짐 라이드 전략가는 "지정학적 리스크(risk, 위험)는 시장에서 오랫동안 지속하지 않는 경향이 있지만 지난 주말 발생한 사건은 몇 주, 몇 달, 혹은 몇 년까지 시장에 미칠 수 있는 2차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주 뉴욕 증시는 강력한 고용 지표가 정책 금리의 연내 추가 인상 가능성을 높였지만 강세 마감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288.01포인트(0.87%) 상승한 3만3407.58에 마감했고 대형주 위주의 S&P 500지수는 50.31포인트(1.18%) 오른 4308.50을 기록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211.51포인트(1.60%) 뛴 1만3431.34로 집계됐다.
주간 기준으로 다우지수는 0.3% 하락했고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각각 0.5%, 1.6% 상승했다. 이로써 S&P500지수는 4주 연속 주간 기준 내림세를 마쳤다.
미 노동부는 지난 9월 비농업 부문의 신규 고용이 33만6000건이라고 밝혔다. 이는 시장 전문가 기대치 17만 건을 두 배 가까이 웃돈 수치다. 8월 신규 고용 건수도 18만7000건에서 22만7000건으로 상향 조정됐다.
시장은 연방준비제도(Fed)가 추가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지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주말 공개 발언에 나선 미셸 보먼 연준 이사는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너무 높다며 연준이 추가로 금리를 올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투자자들은 이번 주 JP모간체이스와 웰스파고, 씨티그룹, 블랙록 등 주요 은행을 시작으로 3분기 기업들의 실적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시장 조사기관 팩트셋(FactSet)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S&P500 기업들의 3분기 순이익이 전년 대비 0.3% 감소해 4분기 연속 위축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주목할 만한 경제 지표는 없지만 시장 참가자들은 공개 발언에 나서는 로리 로건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와 필립 제퍼슨 연준 이사의 입에도 주목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충돌로 뉴욕 증시 정규 거래 전 항공주는 일제히 약세를 보이고 있다. 아메리칸항공은 2.90% 내렸고 유나이티드 항공과 젯블루 에어웨이즈도 각각 2.03%, 1.70% 하락했다.
유가가 오르며 관련주는 랠리를 펼치고 있다. 셰브론은 2.27% 뛰었으며 엑손 모빌과 슐럼버거는 각각 2.79%, 2.91% 상승했다.
전쟁의 공포 속에서 방산주 역시 강세를 보였다. 뉴욕 증시의 대표 방산주인 록히드마틴은 개장 전 4.78% 급등 중이다.
이 밖에 특징주를 보면 테슬라는 9월 중국에서 생산된 전기차가 1년 전보다 10.9% 줄었다는 소식에 1.74% 하락 중이다.
미라티 테라뷰틱스의 주가는 브리스틀 마이어스 스퀴브(BMS)가 회사를 58억 달러에 인수한다는 소식에 4.45% 내렸다.
월트디즈니는 행동주의 투자자 넬슨 펠츠의 트라이언 펀드 매니지먼트가 지분을 늘려 더 많은 이사회 자리를 요구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0.96% 상승했다.
mj722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