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삼양·풀무원도 가루쌀 라면·스낵 출격 준비
한정 물량 빠르게 소진...내년 재출시 계획은 '미정'
높은 원가·국내 생산량 부족 등 한계 극복은 숙제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오예스, 쌀라면, 식빵, 휘낭시에 등 가루쌀을 활용한 먹거리가 쏟아지고 있다. 정부의 쌀소비 촉진 정책에 힘입어 식품업체들이 가루쌀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서다. 가루쌀 제품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통할지 주목되는 가운데 가루쌀 생산량 확충도 해결과제로 떠오른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해태제과는 이달 초 '오예스 위드미(with 米)'를 출시했다. 기존 초코케이크 오예스를 가루쌀 버전으로 만든 것이다. 가루쌀은 쌀가루 전용 쌀로 일반쌀과는 구별된다. 국산 쌀 소비를 촉진하고자 정부가 적극적으로 보급을 추진하고 있는 품종이다.
해태제과는 밀가루에 쌀가루를 최적 비율로 혼합해 이번 오예스 위드미를 선보였다. 대량으로 생산하고 유통기한을 안전하게 지켜야하는 양산형 제과 제품으로는 국내 첫 시도로 25만 상자만 생산하는 한정판이다.
SPC삼립은 지난 8월 가루쌀을 활용한 베이커리 제품 '미각제빵소 가루쌀 베이커리 2종'을 선보였다. 밀가루를 사용하지 않고 100% 쌀로 만든 '가루쌀 휘낭시에'와 밀가루에 가루쌀을 혼합한 탕종 방식으로 반죽한 '가루쌀 식빵' 2종이다.
하림도 지난 8월 가루쌀을 활용한 쌀라면 제품을 출시했다. 맑은 닭육수 쌀라면, 얼큰 닭육수 쌀라면 2종이다. 밀가루와 쌀가루를 섞은 면을 닭육수로 반죽해 만든 제품이다.
왼쪽부터 가루쌀을 적용한 해태제과의 오예스 위드미, SPC삼립의 미각제빵소 식빵. [사진= 각사] |
농심, 삼양식품, 풀무원 등 식품업체들도 가루쌀 제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농심은 '볶음 사출면'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삼양식품은 가루쌀을 적용한 '짜장라면'과 '뽀빠이 라면 스낵' 제품을 개발 중이다. 삼양식품은 내년 4월쯤 뽀빠이 스낵 제품을 출시하고 라면은 그 이후에 선보일 예정이다. 풀무원도 가루쌀로 만든 '고단백 스낵 4종'을 개발 중이다.
식품업체들의 연이은 가루쌀 제품 개발 및 출시는 정부의 지원이 밑바탕이 됐다. 정부는 쌀 수급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고 식량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가루쌀' 품종의 생산 및 활용 장려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2027년까지 가루쌀 20만톤(t)을 공급해 연간 밀가루 수요 약 200만t 중 10%를 대체하겠다는 목표다. 가루쌀은 일반 쌀과 전분 구조 특성이 달라 가루를 내기에 적합한 신품종 벼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4월부터 15개 식품기업을 대상으로 가루쌀을 활용한 제품 개발과 출시를 지원하는 사업을 진행, 참여 업체 중심으로 가루쌀 활용 제품 출시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다만 이들 제품을 시중에서 찾아보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업체별로 정부가 할당한 가루쌀 물량이 제한돼있기 때문이다.
SPC삼립이 지난 8월 선보였던 '미각제빵소 가루쌀 베이커리 2종'의 경우 현재 모든 제품이 단종된 상태다. 정부로부터 받은 가루쌀 물량이 소진된만큼 올해 추가생산 계획은 없다. 하림이 출시한 쌀라면 2종은 아직 판매가 진행되고 있지만 조만간 물량이 소진될 것으로 관측된다. 하림은 지난 8월 제품 출시를 알렸지만 본격적인 판매는 9월 중순부터 시작했으며 대형마트 등 주요 유통채널 입점도 추석 이후에 이뤄졌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해태제과의 오예스 위드미의 물량도 과거 오예스 시즌 한정판 제품의 물량보다 다소 적은 편이다. 이번 오예스 위드미 제품 물량은 25만 상자(12개들이, 300만개)인 반면 앞서 해태제과가 시즌 한정판으로 출시했던 오예스 수박, 오예스 세븐베리즈 등 제품의 물량은 400만개 수준이었다.
업체들은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을 지켜본 뒤 내년 추가 생산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을수록 재출시 가능성이 높아지는 셈이다. 특히 가루쌀은 수입 밀가루 대비 3배 가량 비싼 편이다. 건강과 맛 측면에서 가루쌀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 확산이 필요한 이유다.
업체 입장에서는 향후 가루쌀의 안정적인 수급도 걱정거리다. 제품 생산을 늘리고 싶어도 아직 국내 가루쌀 생산량이 충분한 편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가 현재 농가를 대상으로 가루쌀 생산을 장려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농가에서는 익숙한 일반쌀 품종을 포기하고 가루쌀로 전환하는 것을 망설이는 분위기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가루쌀 제품은 아직 원가가 높고 국내 생산량도 충분하지 않아 상시판매로 전환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라며 "우선 가루쌀을 적용한 제품에 대한 시장 반응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romeo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