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 슈퍼리치들은 점차 증시 투자를 기피하고 현금 보유를 더 중요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프랑스 컨설팅업체 캡제미니가 발표한 자산운용 보고서에 따르면 투자 가능 자산 금액이 100만달러(약 13억5000만원) 이상인 고액 자산가들은 올 1월 기준으로 포트폴리오의 34% 이상을 현금으로 보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2020년 이후 최대 현금 비중으로, 지난해 기록한 24%보다 대폭 늘어난 수준이다.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도 지난 2분기 중 현금 보유액을 전분기 대비 170억달러 늘렸는데, 슈퍼리치 자산가들 역시 비슷한 행보를 보였던 것이다.
반대로 포트폴리오에서 주식 투자가 차지한 비중은 23%로 21년여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주식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1년 전 29%였다.
일부 주식이 반등하는 상황에서도 주식에 점차 등을 돌린 것인데, 이러한 주식 기피 현상은 젊은 슈퍼리치들에게서 특히 두드러진다.
빨간 표시 부분이 올해 슈퍼리치 포느폴리오에서 주식과 현금이 차지한 비중이다. [사진=캡제미니 보고서] 2023.10.19 kwonjiun@newspim.com |
지난 8월 뱅크오브아메리카(BofA)가 실시한 서베이에서 자산 규모 300만달러 이상인 21~42세 투자자들은 포트폴리오에서 단 25% 정도만 주식에 투자한다고 답했다. 43세 이상 고액 자산가들이 포트의 55%를 주식에 투자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해당 조사에서 젊은 고액 자산가들은 인플레이션 헤지용으로 부동산에 투자했다. 주요 상업용 부동산이 지난 25년 동안 S&P500지수보다 높은 수익을 올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명한 분산 투자 방법인 셈이다.
이들은 또 미술품 투자에도 높은 관심을 보였는데, 미술품 조각 투자 플랫폼인 마스터웍스에 따르면 지난 26년 동안 현대미술 투자는 S&P500지수 수익률을 131%나 앞섰다.
분산투자로 미술품 외에 젊은 부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와인 투자로, 미술품처럼 직접 투자 외에도 와인펀드인 '비노베스트' 등이 투자 창구가 되고 있다.
투자전문 매체 머니와이즈에 따르면 2005년 이후 소더비의 고급와인지수는 316%가 올랐고, 지난 15년 동안 와인은 글로벌 주가지수보다 연간 1.88%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한편 로버트 프랭크 CNBC 웰스 에디터는 이번 캡제미니 보고서를 분석하면서 "고액 투자자들은 여전히 자산을 보존하는 모드"라면서 이번 조사에서 응답 투자자들의 3분의 2가 현재 자산을 지키는 것이 최우선 관심사라고 답했다고 지적했다.
머니와이즈는 인플레이션과 금리가 치솟는 상황에서 주식 매력은 떨어지고 있다면서, 현금이나 현금성 자산은 그보다 더 안정적이면서도 나은 수익률을 가져다주기 때문에 인기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현재 미국채 2년물 수익률은 5.0% 수준으로 S&P500 수익률 4.08%보다 높다.
최근 투자가능 자산 1억달러 이상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실시된 UBS 글로벌 패밀리오피스 보고서에서도 이러한 채권 내지 대안 자산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12% 정도였던 채권투자 비중을 올해 15%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으며, 사모펀드나 사모신용펀드 등에도 관심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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