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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작가상' 한국계 작가까지 포함…"한국미술, 국제적 도약 토대 마련"

기사입력 : 2023년10월19일 14:49

최종수정 : 2023년10월19일 14:49

4인 권병준·갈라 포라스-김·이강승·전소정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국립현대미술관의 '올해의 작가상 2023' 후보 선정 기준이 달라졌다. SBS문화재단과 함께 국내 주요 중견 미술 작가를 지원하는 '올해의 작가상' 후보는 올해부터 한국계 작가까지 선정할 수 있도록 범위가 확대됐다. 국제적 위상이 중요해진 만큼, 한국 미술의 저변을 넓히고 국제적 도약의 토대를 제시하기 위한 전략이다.

국립현대미술관(관장 김성희)과 SBS문화재단이 공동 주최하는 '올해의 작가상 2023'의 주인공은 권병준, 갈라 포라스-김, 이강승, 전소정 4인이다. 갈라 포라스-김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영국 런던을 오가며 국제적으로 활발히 활동하는 한국-콜롬비아계 작가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갈라 포라스-김, 이강승, 전소정, 권병준(위부터 시계방향) [사진=국립현대미술관] 2023.10.19 89hklee@newspim.com

미술관 측은 "단순한 수상제도가 아닌 한국 동시대 미술과 국제적인 미술계가 만날 수 있는 장으로 작동하고 더 나아가 미술관을 찾는 일반인들이 동시대 미술을 보다 적극적으로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미술관은 20일부터 내년 3월31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올해의 작가상2023'을 연다. 올해는 '올해의 작가상' 10년 이후 대대적 제도를 개선해 선보이는 첫 전시다.

올해부터 제작 지원도 강화됐다. 후원 규모는 기존 1인 4000만원에서 1000만원 높은 5000만원으로 확대했다. 

전시 개막 이후 내년 2월 관객과 함께 하는 공개 워크샵을 열고 국제적으로 영향력 있는 심사위원들과 선정된 작가들이 자유로운 대화를 통해 최종 수상자를 선정하도록 최종 심사방식도 과감히 변경했다.

특히 이번 전시는 작가의 신작과 기존 주요 작업들을 전시에 함께 출품함으로써 작가의 주제의식과 예술세계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예정이다. 

전시는 갈라 포라스-김의 작품으로 시작한다. 그는 남겨진 문화유산 및 유물들이 박물관의 현대적 분류법에 따라 본래의 의미가 잊히거나 재해석되곤 하는 지점에 의문을 갖고인간이 만든 구조의 유약함을 다룬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갈라 포라스-김, 세월이 남긴 고색의 무게, 2023, 종이에 납화법, 흑연과 색연필, 228.6x182.8cm. 작가와 커먼웰스 앤드 카운슬 소장. (신작) [사진=국립현대미술관] 2023.10.19 89hklee@newspim.com

이번 전시에서 전라북도 고창의 고인돌과 죽음을 주제로 한 신작 '세월이 남긴 고색의 무게'(2023)가 전시장 중앙에 위치한다. 세 이미지가 엮인 '세월이 남긴 고색의 무게'는 고인돌의 다른 순간을 동시에 담은 작품이다. 첫 번째는 죽은 이의 시선에서 본 고인돌의 의미로 화면 전체가 검은색으로 뒤덮혀 있다. 두 번째는 죽음을 경외하기 위한 기능이 사라지고 유적의 의미로 남은 고인돌의 모습이다. 마지막은 고인돌에 이끼가 끼어있는 모습이다. 고인돌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면서 사람의 손길이 닿을 수 없게 되자 일어난 변화다. 

갈라 포라스-김은 고인돌은 작품 소재로 택한 이유에 대해 "여러 겹의 역사가 펼쳐지는 장소에 관심이 많은데 고인돌이 최적화된 장소였다"며 "자연이나 특정한 오브제에 제도 등으로 인간이 개입했을 때 달라지는 의미의 변화를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고대 마야, 이집트의 유물 등을 소재로 제작한 이전 작업 시리즈도 함께 선보인다. 작가는 문화유산과 고대의 오브제들이 본래의 기능을 잃고 현대적 제도 아래 작품으로 분류돼 수장고와 전시장에서 가지는 의미를 모색했다. 작가는 영국박물관 등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기관 및 단체와 오브제에 대해 주고 받은 소통 자료를 전시장에 공개했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전소정, 싱코피, 2023, 단채널 4K 비디오, 컬러, 스테레오 사운드, 29분 30초. 작가 소장. (신작) [사진=국립현대미술관] 2023.10.19 89hklee@newspim.com

영상, 사운드, 조각, 출판 등 다양한 매체를 바탕으로 현재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환기시키는 비선형 시공간을 창조하거나 물리적 경계의 전환이 일상의 감각적 경험을 어떻게 관통하는지 실험적 작업을 해오는 전소정의 작품도 나왔다. 이번 전시에는 시베리아 횡단 열차와 여성 시인, 작가, 연주가 등 소재로 한 신작 '싱코피(Syncope)'(2023)를 제작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한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이강승은 소수의 역사가 미술사와 교차하는 지점에 관심을 두고 배제된 타인들의 서사를 미시사적으로 발굴해 새롭게 드러내는 작업을 하는 이강승의 작품도 나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워싱턴 발레단의 싱가포르 무용수 고추산과 브라질 미술작가 호세 레오닐슨의 옷 설치작업의 예술적 협업을 통해 퀴어 역사를 연결하고 역사에 새로운 관점과 지식을 만들어내는 신작 '라자로(Lazarus)'(2023)를 선보일 예정이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권병준, 수증기 스크린, 외나무다리, 전열기 조명, 2014, 수증기 스크린 PVC 파이프, 주름관, 모터, 초음파 진동자, 외나무다리 비계 구조물, 전열기조명 전열기 조명(5), 나무, 가변 크기, 100x500x120, 170x50x170cm, '또 다른 달, 또 다른 생' 퍼포먼스 영상 스틸. 작가 소장. (구작) [사진=국립현대미술관] 2023.10.19 89hklee@newspim.com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이강승, 라자로(정다은, 네이슨 머큐리 킴과의 협업), 2023, 단채널 4K 비디오, 컬러, 사운드, 7분 52초. ed. 5, A.P. 2. 작가와 커먼웰스 앤드 카운슬 소장. (신작) [사진=국립현대미술관] 2023.10.19 89hklee@newspim.com

마지막으로 소리 관련 하드웨어 연구자인 권병준의 로봇 작품이 관람객을 기다리고 있다. 권병준은 입체음향이 적용된 소리기록과 전시공간 안에서의 재현 및 기술 개발에 관심을 두고 음악, 연극, 미술을 아우르는 뉴미디어 퍼포먼스를 기회, 연출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인간사회의 소수자이자 동반자 역할을 하는 로봇을 선택해 '일어서는 법'(2023), '오체투지 사다리봇'(2022), '외나무 다리를 건너는 로봇'(2023) 등 로봇의 전시와 공연을 선보인다. 간단한 청소, 혹은 음식 배달 등 인간 생활을 효율적으로 개선하는 로봇의 생산성과 달리 걷거나 일어서는 등 단순한 행동을 구현하는 로봇을 통해 인간다움에 대한 생각을 해볼 수 있는 작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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