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시‧애경산업에 고지 구상액 24억
가해 기업 납부 실적, 5.1%에 불과
김영주 의원 "투자제한 기준 마련해야"
[세종=뉴스핌] 신도경 기자 = 국민연금공단이 가습기 살균제 가해 기업인 옥시레킷벤키져(옥시)에 700억원을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연금공단은 지난 7월 기준 '옥시'에 700억원이라는 적지 않은 금액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연금공단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옥시'에 3000억원을 투자해 가습기살균제 관련 해악 기업에 대한 투자를 철회하고 향후 해당 기업들에 대한 투자 자체를 제한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러나 가해 기업에 투자를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자료=국민연금공단, 김영주 의원실] 2023.10.20 sdk1991@newspim.com |
아울러 국민연금공단은 가습기살균제 가해기업 10곳에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를 대상으로 연금공단이 선지급한 유족·장애연금 17억 800만원을 구상 결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구상금은 제3자의 행위로 인해 장애 또는 유족연금이 지급되면 연금공단이 피해자에게 연금을 우선 지급하고 추후 가해자에게 손해배상을 직접 청구하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결정된 구상 결정액은 사망 피해자 가족에게 지급된 유족연금 11억 6600만원과 장애연금 5억 4200만원이다.
10개 기업에 대해 고지된 총 구상액은 실제 구상 결정액 17억원보다 7억원 많은 24억 3000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옥시가 15억 4600만원(64%)으로 가장 많았고 애경산업이 4억 800만원(17%)으로 뒤를 이었다.
그러나 가습기살균제 가해 기업의 구상금 납부 실적은 저조했다. 지금까지 납부된 금액은 총 1억 2500만원으로 전체 구상 고지액의 5.1%에 불과하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2020.10.07 leehs@newspim.com |
연금공단이 가습기살균제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한 2011년부터 지금까지 '옥시'에 700억원 주식을 보유하는 것도 문제다. 김 의원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에 선지급한 연금을 갚지 않아 옥시와 소송까지 벌이고 있는 연금공단이 다른 한편에서는 수백억대의 투자를 하고 있다는 사실은 연금공단의 이율배반적인 투자 관행"이라고 지적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지난 2011년 가습기의 분무액에 포함된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사용자들이 사망하거나 폐질환 등에 걸린 사건이다.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에 따르면 2020년 환경부에 접수된 피해 신고는 6817건, 사망자는 1553명이다.
김 의원은 "상황이 이런데도 국민연금은 가습기살균제 기업에 대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고 비판하며 "투자금을 전액 회수하는 한편 가습기살균제 가해 기업에 대한 전면적인 투자 제한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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