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내년 미국 대선을 앞둔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 시 전기차 세액공제 혜택 등을 포함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대대적으로 손볼 방침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고위 선거 캠프 관계자들과 트럼프 고문들은 트럼프가 집권 2기 때 "화석연료 생산 극대화"를 위해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의 핵심 정책인 IRA를 극적으로 뒤집을 예정이라고 알렸다.
한 보수 싱크탱크 부센터장이자 트럼프 고문인 칼라 샌즈는 "트럼프 행정부 2기 첫날부터 트럼프는 일자리를 죽이고, 업계를 죽이는 모든 규제 하나하나를 철회하기로 마음먹었다"며 차량 연비 기준 등 각종 "사회주의적이자 큰 정부(big government)적인 IRA를 축소할 것"이라고 알렸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일(현지시간) 텍사스주 휴스턴 선거 유세 현장에서 국가가 나오자 경례하고 있는 모습. [사진=로이터 뉴스핌] |
특히 트럼프는 IRA 상의 세액 공제와 보조금 지급에 3690억달러(약 479조원) 재정을 쏟아붓는 행태를 정조준할 방침이다.
한 고위 선거 캠프 관계자는 "세액 공제 등에 들어가는 일부 비용이 매우 과소평가 돼 있다"며 "우리는 이러한 지출 규모를 대폭 줄이고자 한다"라고 알렸다.
그간 트럼프는 공개적으로 바이든 행정부의 기후변화 대응과 전기차 전환 정책을 담은 IRA를 강력히 비판해 왔다. 기후변화 불신론자인 그는 IRA가 "미국 역사상 최대 세금 인상"을 주도하고 점진적인 수요 감소로 유가 급등을 야기해 높은 인플레이션을 부채질하며 무엇보다 미국의 '에너지 독립 및 수출국' 지위를 위협하는 정책으로 본다.
앞서 전미자동차노조(UAW)가 임금 인상 요구 파업을 본격화한 지난 9월 27일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 토론에 참석하는 대신 러스트 벨트(rust belt·제조업이 발달한 지대)인 미시간주를 찾았다.
당시 그는 "내게 4년을 더 달라. '대통령 트럼프'에 대한 한 표는 미래 자동차가 미국에서 제조되는 것을 의미한다"며 전기차 생산 라인이 가솔린차에 비해 적은 인원을 필요로 하는 만큼 바이든 대통령의 전기차 중시 정책은 자동차 산업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우리나라에는 가솔린이 무한하고 다른 어느 나라보다 많다"며 자신이 집권 시 내연기관 자동차 정책으로 전환할 것임을 강력히 시사한 바 있다.
실제로 FT가 취재한 선거 캠프 관계자들은 청정 에너지 프로그램에 대한 예산 삭감과 화석연료 업계에 대한 각종 규제 철회가 트럼프 집권 2기의 주요 정책들이라고 소개했다.
최근 선거 홍보 영상에서도 트럼프는 바이든 행정부의 풍력 발전 프로젝트에 대해 "(생산 전력이) 약하고, 기준에 못 미치며 너무 비싸다"라며 "풍차 터빈은 언젠가 녹슬게 돼 있고 새들도 죽인다"고 주장했다.
전기차 충전 [사진=블룸버그] |
◆ 韓기업들 어쩌나...법 제정 이래 투자 20건 '최다'
만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하고 IRA법을 뒤집는다면 그간 막대한 투자를 한 한국 기업들에게 타격이 될 수 있다.
백악관이 지난 16일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바이든 정부 출범 이래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 규모는 최소 555억 달러(약 72조원)에 달한다. 이는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전체 투자액 약 2000억 달러의 4분의 1이 넘는 규모다.
FT의 지난 8월 16일 자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8월 IRA법 제정 이래 이 시점까지 발표된 외국 기업의 1억 달러 이상 대미 투자 계획 중 한국이 20건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은 유럽연합(EU) 19건, 일본 9건, 캐나다 5건, 대만·인도·중국 3건 순이다.
아직 대선까지 약 1년 남은 시점이지만 최근 발표되는 주요 여론조사를 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을 훨씬 앞선다.
전날 공개된 에머슨대학 조사의 가장 최근 가상 양자 대결에서 트럼프(47%)가 바이든(43%)보다 4%포인트(p) 지지율이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든의 지지율은 한 달 전 같은 조사 때보다 2%p 줄면서 격차가 벌어졌다.
wonjc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