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마 지적에 "대표직 내려놨는데 고춧가루 뿌려야 하나"
윤재옥 "선당후사 용단, 감사한 마음"
"사퇴 전 이준석·이상민 왜 만났나"…지적 목소리도
[서울=뉴스핌] 박서영 기자 = 국민의힘이 김기현 전 대표의 사퇴에 따라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을 결정한 가운데 당 내부에선 김 전 대표의 결단을 두고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카드'였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지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부터 인요한 혁신위원회 조기 종료까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악재가 겹치자 당 안팎에선 '김기현 책임론'이 들끓었다.
때문에 김 전 대표가 잠행 이틀 만에 돌연 사퇴를 발표한 배경에는 지금이라도 당을 재정비하고 쇄신할 수 있는 발 빠른 '비대위 전환'만이 살 길이란 판단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3.12.07 leehs@newspim.com |
◆ "김기현 희생, 의미부여 해야"…당 내부 '울산 총선 출마' 용인 분위기
당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김 전 대표의 사퇴를 두고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카드였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김 전 대표가 총선 불출마 선언하고 당대표직을 유지했다면 공천관리위원장 자리 욕심 있냐며 뭐라했을 것"이라며 "이래도 저래도 말이 나왔을 텐데 결국은 대표직까지 내려놔야 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정치인은 자기 책임 하에 선택하는 건데 국민 눈높이에 안 맞으면 추후 자신의 행보에 걸림돌이 되는 것이고 국민들이 '그 정도면 됐다' 하시면 희생으로 인정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김 전 대표가 이 정도 희생했으면 의미를 부여하는 게 맞다. 다시 달려들어 한 손에 쥔 것까지 내려놓고 가라는 건 아닌 것 같다"고 부연했다. 김 전 대표의 내년 총선 출마 가능성이 시사되는 것과 관련해 일각에서 지적이 이어지자 이를 옹호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김 전 대표가 현재 지역구인 '울산 남구을'을 사수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내부적으론 이를 용인해줘야 한다는 시선이 우세하다.
앞서 중진의원 연석회의에 참석했던 당 5선 중진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대표직까지 내려놨는데 거기다 고춧가루를 뿌려야 하겠느냐"며 회의 당시 김 전 대표의 총선 출마와 관련된 언급은 일절 없었다고 했다.
'종로 험지출마'를 선언한 하태경 의원은 지난 13일 SBS 라디오에서 "(김 전 대표) 본인이 결단을 할 경우에는 울산 출마는 당이 좀 양해를 해 주는 이런 타협안이 나왔으면 좋겠다"면서 "대표직은 사퇴하고 울산 출마는 용인해 주는 그런 방향으로 당의 총의를 모았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 또한 이날 김 전 대표의 사퇴에 대해 "어려운 시기에 당대표를 맡아 많은 수고를 한 것에 대해 감사드리며, 또 선당후사의 마음으로 용단을 내린 것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윤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제 국민의힘 구성원 모두, 김기현 대표와 장제원 의원의 결단을 온전히 혁신의 그릇으로 옮겨 담아 총선 승리의 결연한 의지로 당을 정비하고 국민의 마음을 다시 얻는데 당력을 집중하겠다"고 전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윤재옥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오른쪽 두번째)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 하고 있다. 2023.12.14 leehs@newspim.com |
◆ "갑작스런 용퇴 아쉽다" "이준석·이상민 왜 만났나"…내부 쓴소리도
김 전 대표의 갑작스런 사퇴 발표를 두고 '아쉽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수도권 지역구를 둔 재선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나는 기본적으로 안타깝다. 일정 체제를 갖춰놓고 물러났으면 좋지 않았을까. 쉽게 물러난 거 같아서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고 전했다.
별도 의원총회나 당내 중지를 모으는 과정 없이 SNS(페이스북)를 통한 사퇴 발표라는 점에서도 지적이 나왔다. 그는 "의원들 의견을 묻거나 언질이라도 주었으면 좋았을 텐데 물러날 때 물러나더라도 모양새가 조금 (아쉽다)"고 했다.
김 전 대표가 사퇴를 발표하기 직전 이준석 전 대표 및 이상민 의원 등과 회동을 이어간 것에 대해서도 반문이 이 터져나왔다.
당 중진의원은 기자에게 "그만두는 입장에서, 자신의 거취문제를 앞두고 있는데 왜 다른 사람에게 입당하라고 하고 다녔는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또 다른 중진 의원은 이날 열린 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김 전 대표가 어제(13일) 이준석은 왜 만난 것이냐'고 지적한 것으로 확인됐다.
안철수 의원은 이와 관련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 대표직 사퇴 결심에 큰 흠결을 남겼다"며 "사퇴 직전 전·현직 당 대표들의 회동이라는 이해할 수 없는 행보가 있었다. 어떤 이야기가 오고 갔는지는 당사자만 알 수 있겠지만, 김 대표의 당 대표직 사퇴 결심에 큰 흠결을 남긴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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