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상도 부자·김만배 범죄수익은닉 재판 시작
"검찰, 뇌물·알선수재 무죄 선고되자 이중기소"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아들의 성과급을 가장해 25억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추가기소된 곽상도 전 의원이 "똑같은 사건으로 1심 재판을 두 번 받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검찰의 이중기소를 문제 삼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조병구 부장판사)는 19일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곽 전 의원과 그의 아들 병채 씨,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에 대한 1차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화천대유자산관리에서 근무하던 아들 곽병채 씨를 통해 퇴직금 명목의 뇌물 50억원(세금 등 제외 25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이 10월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3.10.25 pangbin@newspim.com |
곽 전 의원 부자 측 변호인은 "검찰은 피고인을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하면서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는 기소하지 않았다"며 "만약 별죄가 성립한다면 그때 기소했어야지 1년 동안 1심을 진행하고 무죄가 선고되자 범죄수익은닉 혐의로 기소하는 것은 명백한 이중기소"라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혐의를 부인한다며 공소사실 불특정, 여사기재 등 공소장일본주의 위반 문제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공소장에 '병채 씨를 통해 수회에 걸쳐 지급하려던 50억원을 성과급을 가장해 한 번에 지급하기로 곽 전 의원과 병채 씨, 김씨가 합의했다'고 기재했는데 그러한 논의를 했다는 일시·장소 등이 특정되지 않았다"고 했다.
또 "선행 사건의 변경된 공소사실과 이 사건 공소장 구성은 단순히 비교해도 대동소이하고 같은 사실관계를 가지고 두 번 기소하다 보니 증거도 거의 동일하다"며 "두 사건을 병행해 중첩적으로 증거조사를 할 것이 아니라 선행 사건의 항소심이 어떻게 판단하는지를 기다려 이 사건을 판단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했다.
김씨 측 변호인도 "항소심 재판이 선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피고인은 다른 사건으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고 이번 주만 4일 재판을 받는데 방어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곽 전 의원과 김씨 등의 이른바 '50억 클럽 의혹' 항소심 첫 재판 절차가 진행됐는데 두 사건의 사실관계와 증거가 동일한 만큼 항소심 판단이 나오면 범죄수익은닉 사건을 진행해 달라는 것이다.
반면 검찰은 "항소심 사건을 무작정 기다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재판이 신속하게 진행돼야 한다고 맞섰다. 이어 "곽 전 의원을 기소한 이후에도 병채 씨에 대한 수사를 계속 진행했고 공범이 입증돼 기소한 것"이라며 "항소심 사건과 이 사건이 중첩되는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심급이 다르고 재판부가 독자적으로 심리하는 부분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재판부는 "선행 사건인 항소심 재판의 상황을 보면서 진행하겠지만 그 사건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은 재판지연 문제가 있다"며 "기일 지정은 다른 재판부와 협의해서 조율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내년 2월 27일 다음 공판준비기일을 열고 공소사실과 증거에 대한 양측의 구체적인 입장을 정리할 예정이다.
이날 재판에 출석한 곽 전 의원은 진술 기회를 얻어 "1심 재판을 1년 받았고 똑같은 내용으로 또 (재판을) 해야 하는 데 최소한 1년은 걸릴 것"이라며 "저만 1심 재판을 두 번 받는, 대한민국에서 특혜를 받는 사람 같아 피고인으로서 정말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검찰에 따르면 곽 전 의원 부자는 2021년 4월경 하나은행의 대장동 컨소시엄 이탈 방지 청탁 대가로 김씨로부터 약 25억원 상당의 뇌물을 수수하면서 화천대유 직원이던 병채 씨의 성과급으로 가장·은닉한 혐의를 받는다.
곽 전 의원은 김씨와 공모해 2015년 4월경 남욱 변호사의 형사사건 항소심 담당 검사에게 공소장 변경 등과 관련한 청탁 알선 대가 및 국회의원 선거 관련 정치자금 명목으로 남 변호사로부터 1억원을 수수한 혐의도 있다.
앞서 곽 전 의원은 대장동 개발사업에 편의를 제공한 뒤 김씨로부터 아들의 퇴직금과 성과급 명목으로 50억원(세금 공제 후 25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으나 지난 2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후 검찰은 병채 씨를 곽 전 의원의 뇌물수수 공범으로 보고 보강수사를 거쳐 지난 10월 이들을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 혐의로 추가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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