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낙서 테러 한 달 뒤 지하철 낙서 테러 발생
"모방 범죄 가능성 커…잠재적 범죄 동기 억제해야"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경복궁 담벼락에 낙서 테러가 일어난 지 한 달 만에 또다시 공공장소 낙서 범죄가 발생했다. 모방 범죄일 우려가 커지면서 시민들은 물론 전문가 사이에서도 관련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3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전날 오후 재물손괴 혐의로 70대 남성 A씨를 붙잡아 불구속 상태로 조사했다.
A씨는 스프레이를 구매한 뒤 국회의사당역 내부 벽면에 검은색, 빨간색으로 '대한민국 4부1=10', '曰 법 정신 正' 등 알 수 없는 문구를 새겼다. 해당 문구는 전날 새벽 6시 30분경 시민에 의해 발견됐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정치적 의도나 홍보 목적은 아니고 개인적 관심사를 표현하기 위해 낙서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복궁 담벼락에 스프레이 낙서로 훼손된 부분이 천막으로 가려져 있다. 종로경찰서는 이날 오전 2시20분께 국립고궁박물관 방향 경복궁 서쪽 담벼락에 스프레이로 낙서가 돼 있다는 신고를 접수하고 용의자를 추적 중이라고 밝혔다. 2023.12.16 mironj19@newspim.com |
일각에서는 이번 낙서 범죄가 지난달 발생한 경복궁 담벼락 낙서 테러의 모방 범죄가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면서 앞으로 관련한 모방범죄가 더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시민들 사이에서는 이를 막기 위해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실제 낙서 테러의 경우 문화재보호법이나 재물손괴죄 등에 따라 최대 3년 정도의 형량이 부여되는데, 이마저도 초범일 경우 집행유예를 받거나 10대 등 미성년자일 경우에는 법의 적용을 피할 수 있기 때문에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낙서 테러에 크게 공분했다는 안모(31) 씨는 "경복궁 낙서 테러 후 도주했다가 붙잡힌 피의자 2명 모두 미성년자로 사실상 처벌 가능성이 낮다고 하고, 2차 모방범죄를 한 20대 남성은 블로그에 떡하니 자신은 죄가 없다는 글까지 게재해 매우 화가 났다"며 "또다시 비슷한 범죄가 일어나도 처벌이 얕다면 모방범죄가 계속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커뮤니티 등에도 "지시한 사람도 잡고 처벌도 처벌대로 해야 한다", "문화재 복원 비용 외 인건비도 전액 부담하게 해라", "제대로 본보기를 보여서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국고로 갚았다간 반드시 또 일어날 것"이라는 등의 의견이 잇따랐다.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 범죄를 막는 데 효과적일 것이라는 전문가 의견도 나왔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학교 경찰학과 석좌교수는 "이런 형태의 범죄는 '모방 범죄'일 가능성이 크고, 주로 청소년이나 젊은이들 사이에서 관심이 많은 범죄인데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라며 "모방의 가능성, 잠재적 범죄 동기 등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처벌 수준을 높이는 게 효과적일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mky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