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복인 사장 용퇴...차기 사장 선임 본격화
사내 후보 총 15명...유력 인물은 방경만 수석 부사장
'해외 사업 확대· 수익성 회복' 과제...오는 3월 결정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백복인 KT&G 사장이 오는 3월 임기 종료를 앞두고 용퇴 의사를 밝힌 가운데 차기 KT&G의 경영 운전대를 누가 맡게 될지 관심이 쏠린다. 한동안 신임 사장 선임안을 둘러싼 외부 인사 및 내부 인사 간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11일 KT&G에 따르면 백복인 사장은 지난 9월 이사회에 연임에 나서지 않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백 사장은 1993년 KT&G의 전신 한국담배인삼공사에 입사한 공채 출신이다. 2015년 사장직에 올라 2018년, 2021년 연임에 성공하며 최장수 사장 기록을 세운 인물이다. 사모펀드 등의 압박이 거세진 데다 최근 KT, 포스코 등 소유 분산 기업 대표이사(CEO)들이 연이어 연임에 실패하자 연임 도전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백 사장이 오는 3월 임기를 끝으로 물러남에 따라 KT&G는 9년 만에 새 사장을 맞게 된다.
KT&G는 신임 사장 선임을 위한 절차를 본격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배구조위원회는 전날인 10일까지 외부 인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사장 공모 접수를 마감했다. 여기에 별도 서치펌 추천 방식을 통해 선정한 인사와 사내 '고위경영자 육성 프로그램'에 참여한 사내 인사 등을 사장 후보군 롱리스트에 올린다.
KT&G 사옥 전경 [사진=KT&G] |
이달 말까지는 롱리스트에서 심층 면접 대상자를 추린 '숏리스트'를 확정하고 사장후보추천위원회에 넘길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인선자문단의 객관적인 의견을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이후 사장후보추천위윈회는 숏리스트 대상자에 대한 심층 면접 등을 통해 다음달 말까지 최종 후보 1인을 선정한다. 최종 후보는 오는 3월 주주총회를 거쳐 차기 사장 선임을 확정한다.
먼저 사내에서 롱리스트에 올라가는 인원은 '고위경영자 육성 프로그램' 대상자인 방경만 수석 부사장을 비롯한 전무급 이상 임원 15명이다. 현재 유력한 사내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은 방경만 수석 부사장이다. 방 부사장은 1998년 KT&G의 전신인 한국담배인삼공사에 입사한 인물이다. 전략기획본부장, 글로벌(CIC)본부장, 사업부문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KT&G 총괄부문장과 경영위원회 위원장, ESG위원회 위원장을 겸임하고 있다.
그 외 부사장급 임원은 도학영 영업본부장, 이상학 지속경영본부장, 오치범 제조본부장, 박광일 부동산사업본부장 등 4명이며 전무급 임원은 김진한 전략기획본부장, 박성식 마케팅본부장, 송동옥 생산기획실장, 임왕섭 NGP사업본부장 등 10명이다.
외부 공모 지원자와 서치펌 방식을 통해 선정한 외부 사장 후보군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KT&G는 현재 사장 후보 대상자 취합한 롱리스트 후보군 공개 여부를 검토 중이다. KT&G 관계자는 "사장 선임 과정을 최대한 투명하게 공개한다는 원칙하에 롱리스트 공개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며 "다만 인원수, 명단, 시점 등 구체적인 방안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KT&G 차기 사장의 당면 과제는 '해외사업 확대'와 '수익성 회복'이다. KT&G의 중장기 비전은 '글로벌 톱 티어(Top-tier) 기업 도약'이다. 백 사장은 지난해 1월 개최한 미래비전 선포식에서 NGP(전자담배)‧글로벌CC(글로벌궐련)‧건기식의 3대 핵심사업을 집중 육성해 글로벌 기업 반열에 오르겠다는 비전을 제시한 바 있다.
이번 사장직 용퇴의 뜻을 밝히면서도 백 사장은 "KT&G의 '글로벌 톱 티어(Top-tier) 도약'과 변화를 위해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할 때"라며 "미래비전 달성과 글로벌 리딩기업으로 한 차원 더 높은 성장을 이끌 역량 있는 분이 차기 사장으로 선임되길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또 '수익성 회복'도 문제를 풀어야 한다. KT&G의 매출은 꾸준히 상승했지만 수익성은 줄면서 수년간 주가가 횡보하는 흐름을 보였기 때문이다.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 등 행동주의를 표방하는 사모펀드들은 KT&G가 '주인없는 회사'라는 한계점으로 수익성 개선에 안일한 경영을 해왔다고 지적한다. 관련해 지난해 이들은 수익성 회복 방안으로 KGC인삼공사 분리상장 등을 포함한 주주제안을 제시한 바 있다.
행동주의 사모펀드들은 차기 사장이 선임되는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준비작업에 들어간 상태다. 이들은 사장 선임 절차에 대한 문제제기 등을 포함한 주주제안을 오는 2월쯤 내놓겠다는 방침이다.
유선규 플래시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 상무는 "KT&G의 차기 사장은 돈을 벌겠다는 마인드가 있는 검증된 인물이 맡기를 바란다"며 "다만 선임 절차가 공정한 검토가 이뤄질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KT&G측은 외부인선자문단을 구성해 검증을 받는다고 했는데 숏리스트 확정 이후에도 외부자문단의 관여가 이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romeo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