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고기 재고 쌓였다...가격 폭락에도 대대적 할인
식당 운영비가 삼겹살에 전가..."금겹살은 억울"
3월까지 최대 50% 할인...정부 지원 요청도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소비침체 여파로 돼지고기 수요가 지속 하락하자 한돈농가가 '눈물의 할인전'에 나섰다. 설 대목를 앞두고도 돼지고기 재고가 쌓여 생존위기에 놓였다는 것이다. 이들 한돈농가는 3월까지 대대적인 할인전을 통해 재고 문제를 해소하고 한돈 소비 활성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대한한돈협회와 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는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돈산업 위기 상황을 알리고 정부와 소비자들에 돼지고기 소비 활성화를 촉구했다.
협회에 따르면 이달 24일 기준 돼지고기 평균 가격은 ㎏당 4348원으로 지난해 1월 4756원 대비 8.5% 떨어졌다. 5000원대를 유지하던 돼지고기 가격은 지난해 12월 4000원대 후반으로 내려온 뒤 이달 들어 4000원 초반대로 급락했다.
지난해 하위 30% 구간의 한돈 농가의 생산비는 ㎏당 5709원으로 이달 평균 돼지고기 가격인 4348원을 웃돈다. 이에 따라 이들 농가당 평균 1억4400만원의 적자를 냈다. 특히 시중 돼지고기가 생산비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되면서 1월 한 달에만 농가당 2700만원에서 3100만원 수준의 적자를 낼 것으로 협회 측은 내다봤다.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2024.01.25 romeok@newspim.com |
문제는 사룟값 상승과 이자 부담 가중 등 전반적인 생산비가 전년 대비 크게 올랐음에도 극심한 소비침체로 돼지 가격이 떨어진 점이다. 통상 추석 명절 이후인 10월부터 4월까지 돼지가격이 낮은 하락기에 해당하는데 올해는 돼지가격이 생산비를 밑도는 수준으로 하락해 위기감이 짙어지고 있다.
조진현 대한한돈협회 전무는 "국제정세 여파로 지난해 대비 사룟값이 50% 올랐지만 소비침체로 돼지고기 전 부위 재고가 넘쳐나고 있다"며 "최소 ㎏당 돼지 가격이 5100원은 넘어야 생산비가 나오는데 이달 들어 4000원대로 떨어져 농가가 상당히 어렵다"고 말했다.
돼지고기 재고처리도 난제다. 생산비 이하로 돼지고기 가격이 내렸지만 소비침체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돈협회아 한돈자조금관리위는 3월까지 대대적인 할인판매, 기업단체급식 지원, 소비홍보 캠페인 등 전방위적인 자구책을 꾀한다는 방침이다.
먼저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정육점(한돈인증점), 농협 하나로마트, 한돈몰 등 주요 대형마트 및 정육점등에서 최대 50%까지 전국 동시 할인행사를 연중 실시할 방침이다.
단체급식업계에는 한돈 사용 확대를 지원하고 삼겹살데이, 한돈데이, 명절, 스포츠행사 등을 연계한 소비 촉진 캠페인으로 한돈 소비 활성화에 힘을 보탠다. 아울러 식품기업, 플랫폼 사업자 등과의 협약으로 제휴마케팅을 강화해 한돈 판로를 더욱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손세희 대한한돈협회 회장은 "농가 수익 보장 및 수급 안정을 위해 대대적인 판매 촉진으로 한돈 사용량을 증대시켜야 한다"며 "적자에도 불구하고 재고를 줄이고자 절박한 심정으로 할인행사를 하는 것"이라고 피력했다.
또한 이들은 정부에 ▲2024년 양돈용 특별사료구매자금 신설 및 기존 특별사료구매자금의 상환 기간 연장, 축사시설현대화기금 등 정부정책자금 상환 기간 1년 연장 및 한시적 무이자 지원 등 사료비 부담 완화책 ▲한돈농가 대상 전기요금 부담 완화책 ▲돼지열병 백신 변경, 백신 피내접종 허용 등 백신피해 완화 방안 등을 요구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얼마 전 논란을 빚은 비곗덩어리 삼겹살 문제도 언급됐다. 정부에서 권고하는 삼겹살 비계 기준은 1cm 이하이지만 일부 유통업체에서 지방이 과도하게 낀 삼겹살을 판매해 논란이 된 사안이다.
손 회장은 "한돈 생산자의 일원으로서 소비자에 불신을 줬다는 점에서 안타깝다"며 "비곗덩어리 삼겹살은 유통·가공 단계 문제로 생산자로서 육가공업체 계도에 신경쓰는 방안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떡지방(비계)가 과도하게 생기는 내부적, 유전적 문제, 사육단계 문제 등 요인은 협회 차원에서 모니터링해 품질 균일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또 돼지고기 가격이 생산비 이하로 떨어졌음에도 소비자 체감 가격이 그리 낮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특히 식당에서 판매되는 삼겹살 가격은 고공행진하고 있는 추세다. 이에 대해 손 회장은 "종종 금겹살 얘기가 나오는데 한돈농가 입장에선 억울한 면이 있다"며 "인건비, 전기세, 채솟값 등 그간 상승한 식당 운영비가 삼겹살 가격에 전가된 것이지 삼겹살 자체 가격은 떨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대형마트 판매 가격 또한 유통구조 비용 상승분이 포함된 것으로 유통단계상 문제점이 있다면 정책적으로 풀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손 회장은 "돈가 하락, 사룟값 폭등, 생산비 급증, 소비침체 등으로 한돈농가의 가장 큰 위기가 도래한 가운데, 한돈농가의 수익 및 수급 안정을 위한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며 "한돈은 우리나라 식량안보의 기둥인 만큼 한돈산업이 지금의 위기를 딛고 건실히 일어설 수 있도록 업계 전반의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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