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유연화로 인식 달라져…N잡·이직도 거리낌 없어
"다만 안전성 보장·양질 일자리 공급 여전히 중요"
[서울=뉴스핌] 노연경 기자 = 청년 대부분은 여러 개의 직업을 갖거나 이직을 자주 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고용 유연화로 '평생직장'의 개념이 흐릿해지면서 나타난 결과라고 분석했다.
지난 7일 뉴스핌은 유튜브 방송 뉴스핌TV를 통해 2030세대의 직업에 대한 인식을 주제로 하는 KYD '2030 희망포럼' 방송을 진행했다. KYD(Korea Youth Dream)는 뉴스핌이 청년 정책대안 제시를 위해 출범한 방송 프로그램이다.
방송에는 최영준 연세대학교 행정학과 교수와 박진백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가 출연했다. 방송에 앞서 뉴스핌은 리서치앤리서치와 19세~34세 청년 1100명을 대상으로 '2030세대 인식조사'를 진행했다.
뉴스핌 유튜브 방송 '2030 희망포럼' 방송 장면.[사진=뉴스핌TV 유튜브 방송 화면 캡처] |
◆ 10명 중 6명 N잡 희망…"고용 안정보다 소득 중요시"
조사 결과 2030세대 10명 중 6명(59.7%)은 N잡러로 살아갈 예정이라고 답했다. N잡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56.2%는 안정적인 소득을 꼽았다. 또 21.8%는 현재 소득을 벌어들이고 있는 수단이 2가지라고 답했다. 3개 이상도 4.1%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고용 불안정성이 과거보다 높아지면서 여러 직업을 동시에 가지며 소득을 올리려는 청년이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박진백 부연구위원은 "직업을 통해서 얻는 두 가지가 소득과 자아실현인데, 자아실현을 위해선 고용기간이 길어야 한다"며 "그런데 구조적인 측면에서 외환위기 이후 고용 구조가 탄력적으로 변하면서 평생직장 개념이 약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고용 불안정성이 높아졌다고 생각하는 청년 입장에선 자아실현보단 N잡을 통해 소득을 늘리려는 시도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생계를 위해서가 아닌 '경험'을 위한 N잡러가 늘어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최영준 교수는 "과거에 'N잡'이라고 하면 생계형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최근에는 개념이 바뀌고 있다"라며 "소득, 학력과 상관없이 N잡으로 살고 싶은 이들이 늘어나는 분위기도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청년들은 취업을 할 때나 직업을 고를 때 고용 안전성 보다는 급여를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 설문 결과 취업 시 가장 고려하는 것으로 63.7%가 급여를 꼽았고, 고용 안전성은 27.6%에 그쳤다.
마찬가지로 직장을 고를 때에도 30.1%가 급여가 가장 중요하다고 했으며, 고용 안전성은 27%로 이보다 낮았다.
이에 대해 박 부연구위원은 사회 초년생에게도 경력을 요구하는 사회 분위기 탓에 비정규직을 선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동일 노동, 동일 임금을 보장받지 못하는 비정규직을 경험한 청년들 입장에선 급여가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청년들은 N잡뿐 아니라 이직에 대한 의사도 강했다. 설문 응답자 중 73.5%는 '이직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최 교수는 "이직 의사 비중이 높은 것 역시 고용 안정성을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과 연결이 된다"고 했다.
청년들의 이직 의시가 높다는 것은 직업 만족도가 높지 않다는 증거라는 주장도 나왔다. 박 부연구위원은 "실제로 내가 해야 하는 일과 내가 하고 싶은 일의 격차가 클수록 직업 만족도가 낮아지는데 직무 만족도가 낮아 조직에 몰입하지 못하는 것 일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 고용 안전성·일자리 공급도 동반돼야
다만 전문가들은 이처럼 고용 유연화로 인해 직업에 대한 인식이 변한 것과 별개로 고용 안전성 보장과 양질의 일자리 마련 등의 노력은 이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영준 연세대학교 행정학과 교수가 뉴스핌 유튜브 방송 '2030 희망포럼'에서 청년 고용 안전성에 대해 말하고 있다.[사진=뉴스핌TV 유튜브 방송 화면 캡처] |
일하고 있는 청년 4명 중 1명은 4대보험에 가입되지 않았다고 답한 설문 결과에 대해 최 교수는 "매우 심각한 문제"라며 "특히 자영업자, 비정규직의 경우 미가입 비율이 늘어나는데 노동 시장에서 더 불안정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복지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건 매우 우려스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청년 고용난과 관련해 60%가 정부에 책임이 있다고 답한 것과 관련해서 그는 "지자체 정책까지 모두 합하면 청년 정책 수가 2000개에 달한다"며 "다만 정책은 많지만 자격요건이 까다로워 활용이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작은 정책을 모아서 (정책이 일부 없어지더라도) 규모 있는, 청년들이 체감할 수 있을 만한 정책을 마련하는 게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박 부연구위원 역시 "정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청년들의 아이디어를 반영하는 등 참여는 많이 시키지만, 실제 정책에는 청년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며 "와닿는 정책을 위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