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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팁은 기꺼이 주고 싶은 만큼 주고 싶은데요"

기사입력 : 2024년02월13일 07:12

최종수정 : 2024년02월13일 07:12

[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최근 한국으로 돌아갈 지인과 식당에서 브런치를 먹고 마지막으로 대접하고 싶어 밥값을 계산하던 도중 무심히 터치스크린의 팁 화면에서 맨 왼쪽 옵션을 누르고 덜컥 놀랐다. 으레 가장 왼쪽 옵션이 가장 낮은 %의 팁이고 오른쪽으로 갈수록 높아지는 것으로 생각했던 나는 이번엔 가장 높은 %의 팁을 선택했다는 사실을 화면이 바뀌는 순간 깨달았다.

식당 서버가 유독 친절했다거나 우리 테이블이 서버에게 특별한 부담을 준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굳이 많은 팁을 주고 싶은 상황이 아니었다. 팁 옵션을 선택한 후 다음 화면에서 다시 팁 화면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스크린에 앞으로 돌아가는 화살표 따위는 없었다. 내가 계산을 마무리 짓기를 기다리고 있는 서버에게 차마 "팁을 잘 못 눌렀어"라고 말하기는 왠지 미안했다. '몇 달러 차이 나지 않았을 거야'라는 마음으로 식당을 나왔지만 뭔가 당한 것 같은 느낌을 지우기가 어려웠다.

화면의 숫자를 꼼꼼히 확인하지 않은 내 탓이긴 하지만, 식당이 과연 순수하게 아무런 의도 없이 맨 왼쪽 옵션에 가장 높은 %의 팁을 배치해 놓은 것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바쁘게 팁을 내고 나가려는 순간, 습관처럼 맨 왼쪽 옵션을 택하는 고객들이 계획보다 많은 팁을 낼 것을 노린 것 같았다.

팁 문화는 미국에서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미국의 팁플레이션(Tipflation)은 이 같은 오랜 문화에 대한 반발로 이어지고 있다. 몇 년 전부터 미국의 많은 식당들이 터치스크린 계산 방식을 채택하고 있고, 화면에 18%를 가장 낮은 팁 옵션으로 배치하는 일도 크게 늘면서 부담을 호소하는 현지인들이 많다. 내가 선택할 팁을 받게 될 서버가 지켜보는 앞에서 낮은 팁을 선택하거나 굳이 커스텀(custom) 메뉴로 들어가 계산을 해 원하는 만큼만 팁을 주는 것이 적지 않은 사람들에게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이를 '죄책감에 팁 주기'(guilt tipping)라고 부른다.

페이먼트 터미널과 팁 유리병.[사진=블룸버그]2024.02.13 mj72284@newspim.com

지난해 10월 미국 대출업체 랜딩트리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60%의 미국인은 최근 자신들이 팁을 더 많이 주고 있다고 응답했다. 문제는 이들 중 다수가 자발적이 아닌 억지로 팁을 더 많이 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응답자 중 25%는 팁 옵션이 눈앞에 제시될 때 항상 압박을 느낀다고 밝혔으며 42%는 가끔 압박을 느낀다고 답했다. 랜딩트리의 맷 슐츠 수석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결제 스크린에서 팁 옵션이 뜨면 초조함과 스트레스를 주고 '죄책감에 팁 주기'에 직면하게 된다"며 "이것은 모든 장소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사람들은 이것에 점점 더 피곤해한다"고 설명했다. 슐츠 애널리스트는 사람들이 못된 사람이나 구두쇠로 보이고 싶지 않다는 점을 식당들이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팁 부담은 점점 더 다양한 방식으로 가중되고 있다. 이미 임의로 팁을 더했으면서도 팁에 빈칸을 남겨둬 꼼꼼히 계산서를 읽지 않으면 '이중으로 팁을 주는 일'(double tipping)도 적지 않다. 반드시 팁을 주지 않아도 되는 테이크 아웃용 커피 주문이나 빵 가게에서 빵을 살 때도 팁 옵션을 보여주는 곳이 많아 팁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여행객은 헷갈릴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팁플레이션에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알래스카와 캘리포니아, 미네소타, 몬태나, 네바다, 오리건, 워싱턴에 이어 워싱턴D.C.도 팁을 받는 노동자의 최저 임금을 팁을 받지 않는 노동자의 그것과 일치시켜 한 개의 최저 임금만을 적용하기로 했고 뉴욕시 역시 이 같은 제도 도입을 추진 중이다. 즉 '팁 크레딧'(tip credit)을 폐지하려는 것이다. 팁 크레딧을 적용하는 지역에서는 식당 주인이 팁을 받는 노동자의 최종 수입이 최소 각 지역의 최저 임금과 일치할 수 있는 임금을 제공한다. 뉴욕시의 경우 팁을 받는 노동자에 적용되는 최저 임금은 시간당 10.65달러인데, 이는 직원이 팁을 받을 경우 뉴욕시의 최저 임금 16달러와 같거나 이를 초과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그런데 이 같은 팁 크레딧이 폐지되고 식당 주인이 직원에게 기본 최저 임금을 줘야 하면 결국 메뉴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고객들이 내는 팁도 함께 올라갈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뉴욕시 접객연맹이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뉴욕시 식당 주인 95%는 팁 크레딧을 유지하기를 원한다고 밝혔으며 76%는 이 제도가 폐기되면 메뉴 가격을 인상하겠다고 답했다. 67%는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직원을 해고하겠다고도 했다.

한때 미국의 팁 문화를 좋아한 적도 있었다. 서비스를 받은 만큼 보상을 하기도 하고 직원의 친절함에 고마운 마음을 전할 수 있어서다. 아니면 개인의 특별한 날을 기념할 수도 있다. 

이달 미국에서는 미시건주 벤턴 하버의 메이슨 자 카페에서 아침 식사 32달러어치를 하고 1만 달러의 팁을 놓고 간 손님이 화제가 됐다. 신상이 알려지지 않은 이 손님은 친구의 장례식에 참석했다가 그를 기리기 위해 이 카페에 1만 달러의 팁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식당에서 일하던 8명의 직원은 각 1250달러씩 팁을 나눠 가졌다. 식당의 한 직원은 이달 기대치 않게 많은 수입이 생기자 학자금을 더 갚을 수 있게 됐다며 기뻐했다.

팁은 이렇게 주는 거라고 생각한다. 평생 식당에서 누군가처럼 1만 달러의 팁을 줄 일은 없을 것 같지만, 기분 좋은 서비스를 받거나 기념하고 싶은 어느 날엔 기꺼이 두둑한 팁을 줄 수 있는 마음이 이렇게 여러 번 반강제로 내 머릿속 숫자와 다른 팁을 낸 후에도 남아 있을까.

 

mj72284@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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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탄핵안 "기각" 47.1% vs "인용" 46.7% [서울=뉴스핌] 신정인 기자 =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지 39일 만에 헌법재판소가 탄핵안을 기각해야 한다는 여론과 인용해야 한다는 여론이 팽팽했다. 이는 보수층의 결집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비호감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리서치가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의 의뢰로 지난 1월 20~21일 양일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1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ARS(자동응답시스템) 조사에서 "비상계엄 선포와 내란 혐의 등을 이유로 윤 대통령을 탄핵소추한 국회 측이 탄핵소추안에서 형법상 내란죄를 배제했는데 헌법재판소가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에 대해 어떤 결론을 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응답자 47.1%는 '기각해야 한다'고 답했다. '인용해야 한다'고 답한 사람은 46.7%, '잘모름'은 6.2%였다. 성별로 보면 남성은 ▲인용해야 한다 44.6% ▲기각해야 한다 50.4% ▲잘모름 5.0% 등이다. 여성은 ▲인용해야 한다 48.8% ▲기각해야 한다 43.8% ▲잘모름 7.4% 등이다. 연령별로 보면 인용해야 한다는 응답은 ▲50대 58.4% ▲40대 56.0% ▲만18~29세 48.5% ▲30대 43.2% ▲60대 42.6% ▲70대 이상 27.1% 순이다. 기각해야 한다는 응답은 ▲30대 54.8% ▲70대 이상 52.5% ▲60대 51.7% ▲만18~29세 49.6% ▲50대 39.3% ▲40대 37.6% 순이다. 지역별로는 광주·전남·전북에서 인용해야 한다는 응답(62.4%)이 가장 높았다. 이어 ▲강원·제주 57.2% ▲경기·인천 48.2% ▲서울 46.3% ▲부산·울산·경남 40.6% ▲대구·경북 40.2% ▲대전·충청·세종 39.5% 등이 뒤를 이었다. 기각해야 한다는 응답은 대전·충청·세종(55.5%)이 가장 높았다. 이어 ▲대구·경북 50.8% ▲부산·울산·경남 49.6% ▲경기·인천 48.4% ▲서울 47.5% ▲강원·제주 31.9% ▲광주·전남·전북 31.3% 순이다. 지지 정당별로 보면 인용해야 한다는 응답은 ▲조국혁신당 지지자 87.6% ▲더불어민주당 지지자 87.4% ▲지지정당 없음 63.5% ▲개혁신당 47.8% ▲기타정당 46.5% ▲진보당 33.9% ▲국민의힘 9.3% ▲잘모름 0% 순이다. 기각해야 한다는 응답은 ▲국민의힘 85.0% ▲개혁신당 36.9% ▲기타정당 36.7% ▲지지정당 없음 26.6% ▲진보당 19.4% ▲더불어민주당 7.8% ▲조국혁신당 5.3% ▲잘모름 0% 순이다. 김대은 미디어리서치 대표는 "조사결과를 보면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기각'이 '인용'보다 한계허용 오차범위 내에서 높게 응답이 나왔다"며 "다만 '기각해야 한다'와 '인용해야 한다'는 답변이 팽팽한 것은 정부·여당과 야당 간의 대립이 극심한 상황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탄핵 결정 시 국론 분열 가능성이 더욱 크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헌법재판소는 이런 정치적 영향과 파급효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탄핵 심판의 최종 결론을 내려야 한다"며 "단순히 법적 기준만이 아니라 국가와 국민에 미칠 수 있는 정치적 영향까지 균형 있게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정치 전문가들은 이같은 흐름을 '보수 지지층의 과표집'으로 보고 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조기 대선이 다가오면서 극우 성향을 중심으로 '이재명은 안 된다'는 심리가 뭉치고, 이들이 여론조사에도 적극적으로 응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상황에서 진보층도 나름대로 뭉쳐있다 보니 '윤석열 대 이재명' 양당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도 "지금 여론조사 응답자 중의 다수는 보수층으로 보인다. 스스로 보수라고 생각하는 의견들이 의도치 않게 과표집 되면서 윤 대통령 쪽으로 표가 몰리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중도층에서도 공수처 수사와 이재명에 대한 비호감도가 높은 사람들이 국민의힘을 전략적으로 선택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번 조사는 무선 RDD(무작위전화걸기) 활용 ARS를 통해 진행됐다. 성별, 연령별, 지역별 인구비례할당 후 무작위 추출 방식으로 표집했으며, 2024년 12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를 기준으로 성·연령대·지역별 가중치를 부여했다. 신뢰 수준은 95%, 표본 오차는 ±3.1%p, 응답률은 7.8%다. 자세한 조사 개요 및 내용은 미디어리서치 홈페이지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allpass@newspim.com 2025-01-2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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