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정치 통일·외교

속보

더보기

쿠바 수교를 '체제경쟁 승리'로 몰고가는 정부

기사입력 :

최종수정 :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 번역할 언어 선택

대통령실 "쿠바 수교는 역사의 대세 보여준 것"
여당 "반미연대 무너뜨린 윤석열 외교 성과"
쿠바 수교에 정치적, 시대착오적 의미 부여

[서울=뉴스핌]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 1990년 9월 구 소련의 외교장관 에두아르드 셰바르드나제는 3개월 뒤 소련이 한국과 수교할 것이라는 사실을 북한에 전하기 위해 평양을 찾았다. 셰바르드나제는 북한을 설득할 논리를 치밀하게 준비했지만 예정보다 단축된 이틀 간의 방북 일정은 끔찍한 경험으로 점철됐다.

북한에게는 존망이 걸린 중대사였다. 김영남 외무상은 소련의 결정에 격렬히 반발하며 셰바르드나제를 협박하는 언사를 거침없이 내뱉었다. 김영남은 소련이 한국과 수교하면 북한은 소련으로부터 독립을 모색하는 중앙아시아, 발트해 연안 국가를 모두 독립국으로 승인할 것이며, '우리가 희망하는 무기'를 개발하지 않겠다는 약속에도 얽매이지 않을 것이라고 위협했다. 셰바르드나제는 김일성 주석을 만나지도 못한 채 서둘러 짐을 꾸려 평양을 떠나야했다. 이 일로 한국과 소련의 수교는 오히려 앞당겨졌다.

 

냉전 시대가 막을 내리고 동구권 공산국이 도미노처럼 쓰러지던 시기 한국은 새로운 국제질서에 대처하기 위한 '북방외교'를 추진했다. 소련, 중국과 수교하고 동구권 국가들과도 외교적 관계를 잇달아 성사시켰다. 북방외교는 탈냉전 시대 외교전략를 표방했지만 사실 이념을 완전히 초월한 것은 아니었다. 북한을 외교적으로 고립시키려는 의도도 포함돼 있었다.

실제로 북한은 중국, 소련이 한국과 수교함으로써 국가적 위기를 맞게 됐다. 결국 북한이 위기 탈출을 위해 핵무기 개발을 선택함으로써 한반도 정세가 한국의 의도대로 흘러가지는 않았지만 당시 북한이 받은 충격은 엄청난 것이었다.

정부가 북한의 '형제국'이라고 표현되던 쿠바와 수교하기로 합의한 사실을 공개한 다음날인 15일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브리핑에서 "쿠바와의 수교는 대(對) 사회주의권 외교의 완결판"이라고 자평했다. 그는 이어 "역사의 흐름 속에 대세가 어디에 있는지 분명히 보여준 것"이라며 "북한으로서는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은 "반미·사회주의 연대의 중심축을 무너뜨리는 윤석열 정부의 외교적 성과"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마치 한·소 수교로 북한을 궁지로 몰아넣었던 과거의 승리감을 되새기는 듯한 느낌이다.

지금 북한은 미중 전략경쟁과 우크라이나 전쟁의 틈을 타 중국, 러시아와 밀착하면서 미국 주도의 세계패권에 맞서고 있다. 쿠바는 국제무대에서 북한과 이념적으로 동조하는 관계이나 군사적, 경제적으로 북한에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물론 북한으로서는 한국과 쿠바의 수교로 심리적, 상징적 타격을 받을 수 있지만 과거 탈냉전 시기와 같은 위기 의식을 느낄만한 사안은 아니다.

한국이 중남미 유일의 미수교국이던 쿠바와 정식 외교관계를 맺게된 것은 틀림없이 외교적 성과다. 하지만 북한을 고립시켰다는 점에서가 아니라, 중남미 외교에서 중대한 전기가 마련됐다는 의미에서 성과다. 한국은 그동안 쿠바와 다양한 교역을 통해 경제, 문화적 접촉을 늘려왔고 인적 교류도 상당한 편이다. 정식 외교관계가 없는 상태에서 쿠바와 비공식 접촉이 커지는 것은 여러가지 위험을 수반한다. 수교는 이같은 위험을 막을 수 있는 안전한 제도적 장치다. 경제, 민간교류 확대 등 협력을 증진시킬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에 큰 의미가 있다.

이같은 실질적인 측면에서 쿠바 수교의 의미를 찾지 않고 '북한 고립'과 철 지난 '체제 경쟁 승리'에 가장 큰 의미를 두려는 정부 여당의 인식은 지나치게 이념적이고 시대착오적이다.

쿠바와의 수교를 정치공세로 연결하기도 한다. 정부 관계자들은 쿠바 수교를 보수 정부의 외교 성과로 포장하면서 은근히 문재인 정부가 북한을 의식해 쿠바와의 외교 관계 수립에 적극적이지 않았다는 점을 드러내려는 기색이 역력하다. 박근혜 정부에서 강력히 드라이브를 걸었으나 문재인 정부는 손 놓고 방관했으며, 이어 윤석열 정부가 등장해 완결을 지었다는 식이다.

하지만 실제로 한국과 쿠바의 수교 협상 과정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북한이 아니라, '미국과 쿠바의 관계'다. 미국은 피델 카스트로의 공산혁명 이후 쿠바에 대해 '봉쇄와 고립'으로 일관했다. 당시 한국은 쿠바와의 외교는 꿈도 꾸지 못했다. 그러다 2015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쿠바와 국교를 재개하고 우호적 관계를 맺기 시작하자 박근혜 정부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윤병세 당시 외교부 장관이 최초로 쿠바를 방문해 양자 외교장관회담을 갖기도 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전임 정부의 쿠바 정책을 모조리 뒤집었다. 쿠바를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하고 각종 제재를 가하는 적대적 정책을 폈다. 문재인 정부가 쿠바와의 관계에서 멈칫한 것은 북한의 눈치를 본 것이 아니라 쿠바에 적대적인 미국을 의식한 결과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국내정치적 이유로 쿠바를 다시 끌어안지는 못하고 있지만 쿠바와 관계를 조금씩 재설정하기 시작했다. 윤석열 정부에서 쿠바 수교 협상이 다시 탄력을 받게된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과의 수교 이후에도 쿠바는 여전히 북한과 우호관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로 평양의 외교사절이 모두 철수한 이후 쿠바가 중국, 몽골에 이어 3번째로 평양 주재 대사를 다시 파견한 것만 봐도 북한과 관계를 멀리할 생각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쿠바가 한국과 손을 잡은 것은 북한과 멀어지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자체적으로 한국과의 공식관계 수립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쿠바는 사회주의 국가이면서도 거의 세계 모든 나라와 국교를 맺고 있다. 수도 아바나에 있는 재외공관만 100개가 넘는다. 쿠바는 한국과의 경제협력, 교류확대가 필요하기 때문에 수교한 것이지 정치적 이유로 남북 중 하나를 선택한 것이 아니다. 쿠바는 이제 남북한과 모두 수교를 한 150여개국 중 하나가 됐을 뿐이다. 트럼프 시대가 다시 열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쿠바를 한국과의 수교 협상에 적극 나서게 했을 가능성도 있다.

쿠바와의 수교를 체제 경쟁의 차원에서 평가하는 정부 여당의 인식은 현실과 거리가 있다. 더구나 수교를 위한 공한을 교환하자마자 쿠바와의 수교가 '역사의 대세'이며 북한은 더욱 고립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히고 정치색을 드러내는 것은 어렵게 결단을 내린 외교 상대국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어서 쿠바 외교가 출발점부터 엇나갈 위험성이 있다.

한국은 오랜 외교적 숙원을 해결했지만 쿠바와의 외교는 이제 첫 발을 뗄 준비를 했을뿐 아직 갈 길이 멀다. 사회주의 국가 체제의 까다로운 절차와 미국의 경제제재로 금융거래가 어렵다는 점 때문에 국내 기업이 진출하는데는 많은 현실적 장벽이 있다. 하지만 새로운 시장이어서 여러가지 기회도 있을 수 있다. 무엇보다 쿠바가 한국에게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렵게 이뤄낸 외교적 결실을 북한과 연결시켜 이념 대결로 몰고 가려는 정치공세는 이제 그만 접어두고 신중하고 정교한 대(對) 쿠바 외교전략을 고민하길 바란다. 

opento@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靑 "원포인트 개헌 반대 안해" [서울=뉴스핌] 김미경 박찬제 기자 = 청와대는 3일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원포인트 헌법개정' 제안에 "사전 교감은 없었지만 반대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뉴스핌에 "(당청 사이에) 특별한 교감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면서 "다만 오래전부터 원포인트 개헌에는 공감대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재명 대통령도 공약 사항으로 개헌을 언급했다"면서 "한 번에 전면 개헌을 하기 어렵다면 중요한 것이라도 먼저 개헌하자고 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전경. [사진=뉴스핌DB] 한 원내대표는 이날 임시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오는 지방선거와 함께 원포인트 개헌을 제안한다"며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하자"고 야당에 촉구했다. 한 원내대표는 "5·18민주화운동은 대한민국 헌정질서와 민주주의의 근간"이라면서 "헌법 전문 수록을 더 이상 미룰 이유가 없다. 야당의 초당적인 협조를 기대한다"고 거듭 야당에 요청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5·18민주화운동 전문 수록이나 비상계엄 요건 강화 등이 대표적인 개헌 의제"이라면서 "개헌을 하려면 국회 200석 이상 찬성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논의가 필요하다"고 전제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국정에 관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2026.02.03 pangbin@newspim.com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청와대는 우선 국회 논의를 두고보자는 입장"이라면서 "국회 논의가 잘 이뤄지길 바란다는 정도가 청와대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정부는 국정과제 1호로 '개헌'을 제시했지만 아직은 개헌에 필요한 특별한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다만 시기적으로 정권 초기에 치러지는 오는 6·3 지방선거를 계기로 개헌 추진에 시동을 걸어보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이재명 정부의 국정 수행 지지율이 나쁘지 않고 국정 장악력이 강하고 정권 초기라는 잇점이 있다. 하지만 개헌 카드는 양날의 칼이기도 하다. 국정 동력은 물론 개혁 과제 추진에 적지 않은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개헌 카드는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수 있어 이재명 정부가 실제로 이번 지방선거에서 개헌을 강하게 밀어붙일지 주목된다. 이날 청와대 고위 관계자의 발언은 일단 여당이 애드벌룬을 띄워놓고 국회 진전 상황과 정국의 흐름을 봐 가면서 무리하지 않게 추진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pcjay@newspim.com 2026-02-03 12:37
사진
'법정소란' 이하상 변호사 감치 집행 [서울=뉴스핌] 홍석희 기자 = 한덕수 전 국무총리 재판에서 법정 소란으로 감치 명령을 받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측 변호인이 3일 구금됐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재판장 한성진) 심리로 열린 김 전 장관의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 재판 종료 직후, 김 전 장관 측 변호인으로 출석한 이하상 변호사에 대한 감치 명령이 집행됐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 재판에서 법정 소란으로 감치 명령을 받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측 변호인이 3일 구금됐다. 사진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변호인 이하상 변호사가 지난해 6월 2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김 전 장관의 구속영장 심문기일에 출석하는 모습. [사진=뉴스핌 DB] 재판이 끝난 이후 법무부 교정본부 직원들이 이 변호사의 신병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변호사는 법원 구치감에 머무르다 서울구치소로 옮겨졌다. 감치 기간은 총 15일이다. 지난해 11월 한 전 총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재판장 이진관)는 김 전 장관에 대한 증인신문 당시 퇴정 명령에 응하지 않은 이 변호사와 권우현 변호사에 대해 감치 15일을 선고했다. 하지만 인적 사항이 특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교정당국이 수용을 거절하면서 집행정지로 풀려났다. 이후 이들은 감치 결정에 항고했으나 서울고법도 받아들이지 않았으며, 권 변호사의 경우 감치 5일을 추가로 선고받았다. hong90@newspim.com 2026-02-03 17:07
기사 번역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종목 추적기

S&P 500 기업 중 기사 내용이 영향을 줄 종목 추적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