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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갈한 백색의 '강릉 솔올미술관',건축과 개관전은 짱짱한데 앞날은?

기사입력 : 2024년02월20일 20:03

최종수정 : 2024년02월26일 20:25

강릉시 교동에 눈부시게 하얀 솔올미술관 등장
세계적 거장 마이어의 간결명료한 건축미학
폰타나·곽인식 개관전,향후 운영계획은 안갯속

[강릉 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세계 건축계에서 '백색 거장'으로 불리는 리처드 마이어(1934~)의 건축철학을 이어받은 마이어 파트너스가 설계한 강릉 교동의 솔올미술관(관장 김석모)이 최근 문을 열었다.

[서울 뉴스핌] 루치오 폰타나 '붉은 빛의 공간 환경' 1967/ 2024. 루치오 폰타나 재단 밀라노. [사진= 이영란 기자] 2024.02.20 art29@newspim.com

스페인의 바르셀로나현대미술관, 로스앤젤레스의 게티센터, 프랑크푸르트의 응용미술관, 애틀란타의 하이뮤지엄 등 유명 미술관을 다수 디자인한 거장 마이어의 철학이 반영된, 간결하고 기품있는 화이트 뮤지엄이 강릉시 교동7공원 소나무동산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서울 뉴스핌] 세계적인 건축가로 '백색 거장'으로 불리는 리처드 마이어의 디자인 철학을 잘 보여주는 강릉 솔올미술관 전경. 마이어 파트너스가 디자인했다. [사진=이영란 기자] 2024.02.20 art29@newspim.com

야트막한 소나무숲 속에 자리잡은 솔올미술관('솔올'은 소나무가 많은 고을이란 뜻의 옛 지명)은 진입로부터 뒷마당까지 물 흐르듯 화이트톤의 건축물이 이어지며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구성의 간결함, 개방과 닫힘이 유기적으로 어우러진 공간, 내부와 외부의 상호작용 등은 편안하면서도 아름답다.

특히 예술작품을 담는 그릇으로써, 건물이 목청이나 주장을 높이기 보다는 '조연'이자 '완벽한 배경'이 되기를 바라며 지어진 탓에 미술품을 전시하기에 최적화된 것이 특징이다. 또한 미술관 뒷마당은 조용히 산책하며 자연을 음미하기에 더없이 좋아, 전시관람 후 그 여운을 곱씹기에 제격이다.

[서울 뉴스핌] 미술관 내부에서 멀리 산맥도 보이고, 소나무 정원도 보이는 강릉의 솔올미술관. 공원이 미술관과 연결돼 있어 전시관람 후 자연을 거닐며 힐링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사진= 이영란 기자] 2024.02.20 art29@newspim.com

지상 2층, 지하1층에 연면적 3221.76㎡(1005평) 규모로 조성된 솔올미술관은 3개의 파빌리온이 T자형으로 디자인됐다. 웅장한 볼륨감의 캔틸레버의 북쪽 윙, 전시실과 사무실이 위치한 큐브, 주출입구와 카페가 위치한 중앙의 투명 파빌리온으로 이뤄졌다. 여기에 건물과 조경의 일부인 시그니처 램프가 더해져 주변경관을 감상하며 머무를 수 있도록 했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 백색 노출콘크리트와 알루미늄 커튼월, 유리로 이뤄진 순백색의 강릉 솔올미술관. 마이어 파트너스의 작품이다. [사진=솔올미술관] 2024.02.20 art29@newspim.com

마이어 파트너스의 연덕호 파트너는 "장소와 컨텍스트가 조화를 이뤄 관람객이 예술작품과 상호작용하는 여정을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며 "겸손하고 서정적인 디자인으로 작품이 돋보이게 하면서 기억에 남는 공간을 만드는 게 우리의 비전이었다"고 밝혔다.

솔올미술관은 개관전으로 두 건의 전시를 마련했다. 이른바 '공간주의'를 창조한 이탈리아의 예술 거장 루치오 폰타나(1899~1968)와 한국인으로 일본에서 활동했던 곽인식의 작품을 오는 4월 14일까지 선보인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 루치오 폰타나 '공간 개념:기다림'. 1964. 캔버스에 수성페인트, 베기. [루치오 폰타나 재단, 밀라노] 2024.02.20 art29@newspim.com

먼저 '루치오 폰타나:공간·기다림'은 한국근현대미술연구재단(이사장 박명자)의 기획과 루치오 폰타나 재단의 협력 하에 진행됐다. 루치오 폰타나는 1947년 '공간주의 선언'을 발표하면서 전통적인 예술의 규범을 뛰어넘는 일련의 혁신적인 작업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빛을 이용해 공간개념으로 작품을 확장시킨 연작과 전통회화의 평면성을 극복하기 위해 캔버스에 구멍을 내거나 칼자국을 낸 '뚫기' '베기' 연작을 내놓아 미술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서울 뉴스핌] 솔올미술관을 찾은 루치오 폰타나 재단의 루카 마시모 바르베로(왼쪽) 교수와 실비아 아르데마니 이사장. [사진=이영란 기자] 2024.02.20 art29@newspim.com

솔올미술관의 이번 폰타나 전시는 충분한 연구와 큐레이팅을 통해 미술관 공간을 잘 구획하고, 그 안에 담을 평면과 입체, 공간미술, 네온작업의 선정을 맞춤하게 풀어내 나무랄 데 없는 개관전이 됐다. 1전시실에는 1947년 공간주의 선언문 발표 후 제작된 대표작 21점이 나왔다. 폰타나의 트레이드 마크나 다름 없는 예리한 칼로 캔버스를 그은 '베기' 연작과 구멍을 뚫은 '뚫기' 연작은 물론이고, 검은 돌을 연상케 하는 금속을 베거나 뚫어 버젓이(?) '자연'이라고 이름 붙인 조각 연작을 만나볼 수 있다. 

[서울 뉴스핌] 솔올미술관 로비 천정에 설치된 폰타나의 네온 작업. 1951년 제9회 밀라노트리엔날레 당시 선보인 작품을 이번 전시를 위해 재제작했다. 전시가 끝나면 파기하도록 약속된 작품이다. 밀라노 루치오 폰타나 재단 [사진=이영란 기자] 2024.02.20 art29@newspim.com

2전시실과 로비에는 이번 솔올미술관 폰타나 전시의 백미에 해당되는 공간환경 연작 6점이 설치됐다. 각 작품의 원본이 시연된 1940~1960년대 당시 공간과 네온설치를 원본 그대로 재현한 작품들이다. 관람객들은 물질에서 나아가 빛과 공간으로 무한 확장하는 폰타나의 예술작품 속으로 들어가 작품의 일부가 되는 체험을 하게 된다. 

그동안 아트페어 등을 통해 띄엄띄엄 폰타나의 회화를 만났던 미술팬이라면 이번 전시는 폰타나의 예술세계 전반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국내 최초의 미술관 전시라는 점에서 놓쳐선 안될 듯하다. 

그중에서도 솔올미술관 로비 천정에 설치된 뭉게구름을 연상케 하는 백색의 네온작업은 폰타나가 1951년 제9회 밀라노트리엔날레에 선보인 대형작품으로 이번 개관전의 백미다. 마치 '솔올미술관의 높고 시원하게 뚫린 백색의 로비를 위해 70여년 전 폰타나가 제작한 건 아닐까'할 정도로 흰색의 공간에 너무나도 똑 떨어지게 어울린다. 하지만 이번 전시가 끝나면 남김없이 파기해야 한다. 재단측이 내건 조건이 그렇다.

이에 김석모 관장은 "솔올미술관의 이번 폰타나 전시는 거장이 제안한 혁신적인 공간주의 미술의 미술사적 맥락과 의미를 곱씹어보는 흔치 않은 기회"라며 "로비의 백색 네온작품을 재단 방침상 영구소장할 순 없더라도 10년, 20년 길게 대여받을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해본다"고 밝혔다.

[서울 뉴스핌] 곽인식 '작품 65-5-1'. 1965. 동판, 동철사. 폰타나가 캔버스를 칼로 예리하게 베고 뚫었다면, 곽인식은 동판을 자른 뒤 동철사로 꿰매 유사점과 차이점을 동시에 보여준다. 유족 소장. [사진=이영란 기자] 2024.02.20 art29@newspim.com

솔올미술관 3전시실에서 개막한 'In Dialog(인 다이알로그):곽인식'은 일본 도쿄에서 활동했던 한국 미술가 곽인식의 주요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다. '인 다이알로그'는 세계 현대미술의 주요 맥락을 조명하는 솔올의 기획전시와 함께 미학적 담론이 형성될 수 있도록 한국 현대미술을 소개하는 프로젝트다.

그 첫 번째 프로젝트로 곽인식이 선정됐다. 곽인식과 폰타나는 지리적, 문화적 배경이 다르고, 직접적 교류가 없었음에도 두 작가 사이에 교집합이 이뤄질 정도로 상통하는 면이 많다. 폰타나가 평면성을 벗어나 시공간으로 작품을 확장하기 위해 캔버스를 찢고 뚫었다면, 곽인식은 '물질성의 탐구'에 집중하며 철구슬로 유리판을 깨뜨리거나 동판을 찍고 다시 봉합했다.

두 작가의 방법론적 유사성과 차이점은 비교해볼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폰타나가 물리적으로 유한한 예술의 한계를 뛰어넘어 공간과 빛, 경험 자체로 작품을 확장시켰다면 곽인식은 '사물의 말을 듣는다'는 전제 아래 재료 자체에 수행적 행위를 가하며 고유한 감각으로 물성을 깊이 탐구했다.

그런데 폰타나의 전시가 '메인'이다 보니 곽인식도 대단히 중요한 작가임에도 구색으로 그친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아쉬웠다. 폰타나에 비해 작품이 전혀 밀리지 않음에도 보조적 전시로 그친 느낌이다.        

한편 솔올미술관을 건립한 모 건설부동산 시행사로부터 4년 전부터 미술관 운영을 위탁받은 한국근현대미술연구재단(KoRICA)은 이번 개관전(폰타나, 곽인식 전)과 두번째 기획전(아그네스 마틴, 정상화 전)까지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서울 뉴스핌] '인 다이알로그: 곽인식'전에 출품된 '무제'. 1980. 도기. 유족 소장. [사진=이영란 기자] 2024.02.20 art29@newspim.com

문제는 오는 가을부터는 솔올미술관의 방향성과 운영계획이 '캄캄한 안갯속'이라는 점이다. 소나무가 우거진 강릉시 교동공원 부지에 아파트를 지어 분양한 건설사는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일환으로 강릉시 대신 공원을 만들고, 공공문화시설(미술관)도 지어 올가을 시에 기부채납할 예정이다.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이처럼 공원시설로 지정됐으나 사업성 등이 낮아 진전이 없는 곳을 지자체가 민간사업자와 손잡고 공원으로 공동개발하는 제도다. 자금이 부족한 공공을 대신해 민간업체가 공원을 조성하고, 일부 용지를 개발할 수 있게 허용하는 방식이다. 이번에 건설사는 시에 기부채납할 미술관 건축과 조경, 개관전에는 적지않은 예산을 투입했지만, 가장 중요한 미술관의 '소프트웨어와 지속가능성'은 고려치 않았다. 특급 미술관 운영을 위해선 상당한 예산을 끊임없이 투입해야 함을 잘 알법 한데도 '나몰라라'한 것이다. 결국 '지역 미술계의 뜨거운 감자'를 만든 셈이다.

미술관 운영에 대한 구체적 마스터플랜은 아랑곳 하지 않고, 아파트 분양사업을 위해 '건물부터 짓고 보자'며 밀어붙인 건설사도 문제지만 더 문제는 강릉시다. 시 규모에 걸맞지 않은 무려 1000평짜리 초특급 미술관을 무턱대고 기부채납받게 된 강릉시는 현재 발등에 불이 떨어진 형국이다. 아니, 불이 떨어졌는지 조차 모르는 듯하다. 

미술관의 향후 실질적인 운영계획과 비전, 예산과 조직체계는 유감스럽게도 확인된 게 거의 없다. 시가 미술관을 떠안게 될 시점이 코 앞에 다가왔는데도 말이다. '강릉아트센터 운영하듯 하면 되겠지'하는 안이한 생각에 빠져있는 건 아닌지 묻고 싶다.

앞으로 강릉시가 이 '잘 생긴 신생아'를 어찌 키울런지, 과연 키울 여력은 있는지 몹씨 우려된다. 시측은 '솔올미술관 운영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강변하지만 함구령이 내려졌는지 정확한 내용은 알 길이 없다. 시의 여러 부서로 미술관 전담부서가 옮겨지다가, 지금은 녹지과가 맡고 있다는 소식까지 들린다. 

때문에 이 눈부시게 찬란한 미술관이 지속가능한 미술관으로, 우리에게 그 품격과 정갈함을 계속 보여줄 가능성은 현재로선 희박해 보인다. '세계 현대미술과 한국미술을 연결하고 조망한다'는 미술관의 미션을 유지하려면 고도의 전문성과 시스템, 예산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어느 것 하나 충족된 게 없는 듯하니 말이다. 

아무리 뮤지엄의 건축이 뛰어나도 그 안에 담기는 작품이 허름하다면 망가지는 건 순식간이다. 솔올미술관이 한국을, 아니 아시아를 대표하는 미술관으로 계속 그 우아한 '격'(클래스)을 유지하며, 꾸준히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으면 하는 것은 모두의 소망일 것이다. 따라서 강릉시는 이 사안을 원점에서 대승적으로 판단하고, 통큰 결단까지도 적극 고려해야 한다.

우리는 그간 지자체 미술관의 운영난맥상을 지겹도록 보아왔다. 한번 나락으로 떨어지면 돌이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첫걸음을 뗀 솔올미술관이 그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선 안이함을 버리고, 전면적인 재검토가 과감하고도 신속하게 이뤄져야 할 때다. 

art2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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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005년 이후 '의사고시' 본 외국 의사 424명…헝가리·우즈벡 순 많아 [세종=뉴스핌] 신도경 기자= 지난 2005년 이후 지난해까지 우리나라 '의사 고시'에 응시한 외국면허 의사는 총 424명으로 파악됐다. 이중 절반은 불합격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별로 헝가리와 우즈베키스탄 출신이 가장 많았으며, 미국, 독일, 호주가 뒤를  이었다. ◆ 정부, 의사 고시 면제 추진…외국면허 응시자 늘어날 전망 10일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과 보건복지부에서 제출 받은 '국가별 외국의대 국가고시 불합격 현황'에 따르면, 외국의대 졸업생이 국내 의사시험에 응시했다가 합격한 비율은 50.7%에 불과하다. 지난 2005년부터 2023년까지 총 424명의 외국면허 의사가 국내 의사 예비시험(1차 시험)에 응시해 235명이 합격, 합격률은 55.4%였다. 또 예비시험을 거쳐 국가고시(2차 시험)에 응시한 사람은 288명이며 이중 합격자는 215명이었다. 예비시험을 본 외국면허 의사중 국가고시까지 합격한 비율은 절반 수준인 50.7%에 머문 것이다(표 참고). 의사 국가고시는 '의사가 될 자격'을 판단하는 시험이다. 현행 외국 의사 면허 소지자는 '의료법 제5조'에 따라 복지부가 정한 인정 기준에 해당하는 외국 의대를 졸업한 뒤 국내에서 의료 활동을 하려면 국내 의사 예비시험을 통과해 의사 국가시험에 응시하는 자격을 확보해야 한다. 이후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주관으로 치러지는 '의사 국가고시'를 봐야 한다. 정부는 지난 8일 의사집단행동으로 인한 의료공백을 막기 위해 외국에서 면허를 딴 의사들도 보건 의료위기 '심각' 단계에서는 국내에서 진료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의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이에 따라 국내 의사고시를 봤으면 탈락했을 외국의대 졸업자들이 대거 의료 현장에 투입될 전망이다.  '외국의대 예비고시의 국가별 현황(2005~2023)'을 보면 헝가리 출신 응시자가 189명으로 가장 많았다. 우즈베키스탄이 71명으로 뒤를 이었고 영국 27명, 미국 23명, 독일 21명, 호주 18명, 러시아 16명 순이었다.  헝가리는 이중 79명이 불합격해 불합격률이 41.7%를 기록했다. 우즈베키스탄은 절반이 넘는 40명(56%)이 불합격했다. 미국도 불합격률이 69.5%(16명)에 달했다.  '외국의대 국가고시의 국가별 현황(2005~2023)'도 헝가리가 119명으로 가장 많았다. 우즈베키스탄(38명), 영국(21명), 독일(18명), 호주(15명)가 뒤를 이었다. 필리핀은 11명이 응시해 10명이 불합격하고 1명만 합격했다.   신 의원은 "외국 의대를 졸업하고 한국에서 국가고시를 다시 보는 이유는 외국에 있는 의료와 한국의 의료 간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며 "(환자의) 인종과 지역 특성에 따라 질병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 의원은 "한국 의료에 대해 얼마나 이해하고 있고 준비가 돼 있느냐는 국가고시를 통해 보는데 자격이 되지 않은 사람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것은 의료의 질을 담보하지 않은 사람이 의료 행위를 할 수 있는 위험성이 있는 것"이라며 "현 정부의 정책은 국민의 의료 이용을 열악하게 만들고 불편한 상황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 국가별 의료 수준 달라…"의료체계 후퇴" 우려 신현영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국가별 외국의대 국내 의사면허 최종 불합격 비율 현황(2005~2023)'에 따르면 30개국 중 불합격률 50% 이상을 차지한 나라는 총 17개국으로 절반이 넘는다. 특히 필리핀은 응시자의 97%가 불합격했다. 미국 84.8%, 우크라이나‧폴란드 75%, 일본 68%, 우즈베키스탄‧벨라루스‧브라질 66.7%, 독일 58.7%, 호주 55.2%, 러시아 55%, 헝가리 52.1%, 오스트리아‧아일랜드‧르완다‧프랑스‧남아프리카공화국 50%, 파라과이 46.7%, 볼리비아 33.3%, 영국 31%, 뉴질랜드‧스위스‧이탈리아‧체코‧카자흐스탄‧몽골 0%다. 나머지 4개 나라는 응시하지 않았다. 외국 의대 졸업자의 국내 의사 국시 불합격률이 높은 반면 한국 의사국시 전체 불합격률은 10% 수준이다. 2022년 국내 의사 국시 합격률은 상반기 97.6%, 2022년 하반기 95.9%다(표 참고) 외국과 한국 의대 불합격률이 차이가 나는 원인은 국내 의대의 경우 4∼6년마다 한 번씩 점검해 의학교육 적합성을 관리하기 때문이다. 반면 외국의대는 국내 의사 국가고시를 볼 수 있는 곳으로 인증받고 난 후 관리·감독 시스템이 전무한 수준이다. 신 의원은 "(외국 의사를 도입하는 정부 방안은) 오히려 의료체계를 후퇴하게 만드는 판단"이라며 "국민도 자격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에게 진료받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외국 의사가 국내 인증을 받으려면 대학 학제와 교과과정, 학사관리 등이 우리나라 해당 대학 수준과 비교해 동등하거나 그 이상이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sdk1991@newspim.com 2024-05-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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