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된 적자' 증명…조 단위 적자 감수하며 물류망 구축
올해 사업 '대만 투자'에 집중될 듯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쿠팡이 13년 만에 연간 흑자로 돌아서며 '계획된 적자'라는 말을 증명했다.
중국발 초저가를 앞세운 신규 이커머스 업계가 국내에 빠르게 진출하는 가운데 유통 제왕 입지를 지켜낼 수 있을지, 그리고 대만 진출을 본격화하고 패션 그룹 파페치를 인수한 쿠팡의 올해 구체적 행보 등에 관심이 모인다.
◆ "수년간의 투자, 끈기, 인내가 필요했던 과감한 시도였다"
쿠팡이 28일(한국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쿠팡은 연 매출 31조8298억원(243억8300만달러·연평균 환율 1305.41)를 기록했다. 이전 해보다 20% 늘어난 기록이다. 연간 영업이익은 6174억원(4억7300만달러)를 기록하며 첫 영업 흑자를 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사진=뉴스핌DB] |
김범석 쿠팡 창업자는 컨퍼런스콜에서 "설립 초기부터 우리는 '새로운 역량을 만들기 위한 이니셔티브(계획)'에 도전해 왔다"라며 "비즈니스에 유의미하고 수익을 내기까지 수년간의 투자와 끈기, 인내가 필요했던 과감한 시도였다"고 평가했다.
쿠팡의 흑자 전환에는 8년이 걸렸다. 쿠팡은 여태껏 '계획된 적자 전략'을 지속해 왔는데 이는 당장은 손실을 보더라도 물류 인프라 구축과 기술 확보 등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는 전략을 말한다. 쿠팡은 조 단위 적자를 감수하며 물류 네트워크를 구축하는데 공을 들였고, 이를 통해 익일 배송 서비스(로켓 배송)의 대표주자가 됐다. 코로나로 온라인 소비가 본격적으로 활성화되며 쿠팡의 흑자 전환은 가속화됐다.
이 가운데 성장 사업에 대한 투자도 지속적으로 이뤄졌다. 쿠팡이츠·대만·쿠팡페이·쿠팡플레이·쿠팡페이 등 성장 사업 분야 매출은 1조299억원(7억8900만달러)로 27% 늘었다.
김범석 쿠팡Inc 의장[사진=뉴스핌 DB] |
◆ 대만 진출 본격화…중국 직구 업체 유입은 위협 요소
쿠팡의 올해 사업은 대만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김 창업자는 컨퍼런스콜에서 "신사업부문 투자 증가의 대부분은 대만에서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우리는 대만에서 강한 추진력을 보고 있다. 대만에서의 로켓배송 사업 성장은 한국보다 더 빠르다"고 강조했다.
쿠팡은 지난 2022년 10월부터 대만에서 로켓배송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현지 고객과 매출은 지난해 3·4분기 동안 2배 가량 증가했다. 대만은 경제 규모가 한국의 절반 수준이지만 성장 규모와 잠재력 등을 갖고 있다는 분석에서다.
지난해 인수한 글로벌 명품 플랫폼 '파페치'와의 시너지 방안 마련도 주목된다. 다만 김 창업자는 "다만 그런 대화를 나누기엔 이른 단계이고, 주주들에게 매력적인 투자가 될 수 있어 여러 경로를 제시하는 신중한 재무적 결정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아직 명품을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것이 소비자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상황이라 쿠팡이 파페치를 어떻게 활용할지 업계의 관심이 모이지만, 어려운 도전인 만큼 구체적인 투자 방향이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알리와 테무의 국내 진출은 쿠팡에 위협 요소다. 알리는 연내 국내 물류센터 건립을 추진 중이며, 최근에는 대형 가구와 가전 제품을 무료로 배송하는 '대형 상품 특송' 서비스를 출시하기도 했다. 동원F&B, LG생활건강 등 국내 식품사와 생활용품업계는 알리 입점을 가속화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알리는 국내에 물류센터를 세우고 공산품이나 식품 등을 운영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는데 이 상황에서 쿠팡이 내세울 수 있는 경쟁력은 무엇일지 그 답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mky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