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 보안사고 벌점에 한화오션 유리
기본설계 업체가 상세설계 관례…역전 가능성도
[서울=뉴스핌] 채송무 기자 = 특수선 사업의 라이벌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올해 이뤄질 KDDX사업의 상세설계와 초도함 수주의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보안사고로 현대중공업이 1.8점의 벌점을 받고 있어 한화오션이 유리하지만, 업계에서는 역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KDDX 사업은 우리 해군이 오는 2030년까지 6500톤급의 미니 이지스함 6척을 건조하는 사업이다. 총 사업비가 7조8000억원에 달하는 대형 사업으로 개념 설계, 기본설계, 상세설계·선도함 건조, 후속함 건조 순으로 진행된다.
[사진= HD현대중공업] |
한화오션이 2012년 개념설계를, HD현대중공업이 2020년 기본설계를 수주했다. 일반적으로 기본설계를 수주한 기업이 이후 과정인 상세설계·선도함 건조까지 맡는 것이 관례였지만, HD현대중공업의 일부 직원들이 2012년 군사 기밀을 빼돌린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HD현대중공업 벌점 1.8점 크지만, 다른 판단 규정도
방사청은 2025년 11월까지 특수선 입찰에서 HD현대중공업에게 1.8점의 보안사고 감점을 적용하고 있다. 지난해 7월 해군의 차기 호위함인 울산급 배치-III 5·6번 사업에서도 한화오션이 단 0.1422점 차이로 수주에 성공할 정도로 이 감점의 여파는 크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HD현대중공업의 역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방위사업청이 개청한 지난 2006년 이래 기본설계를 완료한 업체가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를 맡지 못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방위사업청의 관련 규정인 방위사업관리규정 제89조 제2항에 '통합사업관리팀장은 기본설계 결과 주관기관이 계속해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를 수행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위원회 또는 분과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기본설계 참여업체를 하여금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를 계속 수행하게 할 수 있다'고 돼 있어 다른 절차를 밟을 수도 있다.
한화오션의 초격차 방산기술력이 집약된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등 최첨단 수상함 함정모형들. [사진=한화오션] |
정상적인 입찰 경쟁을 통해서는 한화오션이 유리하지만, 이 규정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의 판단에 따라 HD현대중공업의 역전 가능성도 남은 이다.
방사청은 이에 대해 법과 절차대로 엄격히 심사하겠다는 입장인 가운데, 전문가들의 입장은 재논의 쪽에 가깝다.
방사청 출신인 문근식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는 "하자가 없는 경우 기본설계를 한 업체가 해왔던 관례가 있지만 이번에는 큰 문제가 생겼다"라며 "그런 상태에서는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라고 말했다.
문 교수는 "당시 국민들은 현대중공업에서 대우조선해양(한화오션의 전신)을 인수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방사청 역시 이를 생각해서 정무적으로 판단을 한 것"이라며 "방사청이 존재 이유인 사업 관리를 제대로 못한 것인데 두 회사가 갈등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dedanh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