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드라마와 시트콤을 결합한 듯한 '연애남매' 인기
'마담 뚜'를 연상케 하는 '커플 팰리스' 시청자 불편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연애담'처럼 즐겁고 호기심 넘치는 얘깃거리가 있을까. 로미오와 줄리엣부터 이도령과 성춘향에 이르기까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남녀 간의 연애는 '스토리의 보고(寶庫)'가 아닐 수 없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이 연애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은 진화를 거듭하면서 시청률을 견인하는 효자 프로그램이 된 지 오래다.
티빙 오리지널 '환승연애3'는 공개 12주차 만에 관련 클립 영상 누적 조회수 2억뷰를 돌파했다. 티빙의 유료구독자 증가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시즌3까지 제작된 이 연애 리얼리티는 다양한 이유로 이별한 커플들이 한 자리에 모여 지나간 사랑을 곱씹고, 새로운 사랑을 찾아나가는 프로그램이다. 젊은 시청자들의 폭발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환승연애' 시리즈는 "드라마보다 더 재미있다","매주 공개일을 기다리느라 목이 빠진다"는 등의 반응이다.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연애남매' 포스터. [사진 =JTBC] 2024.03.20 oks34@newspim.com |
출연자들이 만들어가는 연애스토리를 본 시청자들은 마치 드라마를 보고 평을 하듯이 리뷰를 생산해 낸다. 그들의 인물평과 커플평을 비롯하여 앞으로의 예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화제를 나누면서 몰입한다. 마침 현실에서도 배우 류준열이 혜리와 헤어진 뒤 한소희를 만나는 연애사를 둘러싸고 환승연애 논란이 뜨겁다. 팬들의 지나친 관심 때문에 당사자들은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JTBC의 '연애남매'는 제목이 암시하듯이 4가족의 남매들이 한 집에 모여 살면서 연애상대를 찾는 프로그램이다. 처음엔 서로가 남매인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연애 상대를 찾는다. 시청자들도 누가 남매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골라내는 재미도 상당하다. 또 혈육끼리 서로를 챙기는 끈끈한 가족애를 보는 것도 재미있다. 호감도를 묻는 질문에 한 표도 받지 못한 누나나 동생 때문에 속상해하고, 같이 모인 자리에서 여동생이나 오빠를 은근히 띄우는 발언을 한다.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환승연애 3'. [사진 = 티빙] 2024.03.20 oks34@newspim.com |
자신의 연애상대 뿐 아니라 장래에 가족이 될 지도 모르는 상대를 은근히 탐문하기도 한다. 또 남매들의 사연이 공개되면서 눈시울을 붉히게 한다. 부모님의 이혼으로 오빠가 아빠 역할을 대신하기도 하고,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가 암투병 중이어서 실질적인 가장인 누나도 있다. '환승연애' 시리즈를 성공적으로 이끈 이진주 PD는 출연자들의 섬세한 감정선을 포착하여 있는 그대로 시청자들에게 보여줌으로써 관심을 이끈다. 멜로드라마와 시트콤이 한 프로그램에 있는 셈이다.
연애는 잘되면 천국이고, 안되면 지옥이다. 프로그램에 출연한 일반인들도 그런 천국과 지옥을 동시에 경험한다.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출연자들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프로그램도 있다. Mnet에서 방영중인 완벽한 결혼 상대를 찾는 100인의 커플 매칭 서바이벌 '커플 팰리스'가 그것이다. 마치 결혼정보회사의 공개 매칭 현장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결혼 서바이벌'이라는 포맷이 말해주듯 매칭에 실패하면 가차없이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Mnet ' 커플 팰리스'. [사진 = Mnet 제공] 2024.03.20 oks34@newspim.com |
'커플 팰리스'는 남녀의 연애사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마치 '마담 뚜'의 그것을 연상케 한다. 싱글남녀 100인이 각자 외모와 경제력, 라이프스타일, 예측할 수 없는 결혼의 조건 등을 있는 그대로 내세운다. 조건을 먼저 따져보고 연애상대를 찾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커플매니저도 등장하는 등 기존 연애 리얼리티와 차별화 했다. 그러나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영 불편하다. 두 사람이 평생 인연을 맺는 결혼의 상대를 게임하듯이 고른다. 그러다보니 프로그램 내에서도 여러 가지 무리수가 따른다.
앞으로도 연애 리얼리티는 진화를 거듭할 수밖에 없다. '연애남매'를 즐겨보는 시청자 정수인씨는 "시시한 드라마나 시트콤보다 감동적이고 재미도 있다"면서 "누가 누구의 동생이나 누이인지 맞춰보는 것도 흥미롭고,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면서 짝을 맺어가는 과정도 너무 재미있다"고 말했다. 갈수록 인기를 얻고 있는 연애 리얼리티의 진화가 어디까지 계속될 것인지 궁금하다.
oks3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