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현대제철 여성 사외이사 늘려
경영권 분리 등 지배구조 개편도 이루어져
사외이사 전문성, 여성 사내이사 부족은 아쉬워
[서울=뉴스핌] 조수빈 기자 = 올해 중후장대 기업들의 주주총회 주요 키워드는 '기업 밸류업'이었다.
정부가 지난 2월 기업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정책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을 발표하면서 지배구조 측면에서 낮은 평가를 받았던 기업들이 주총에서 가치 제고의 발판을 마련한 모습이다.
28일 뉴스핌이 주요 중후장대 기업의 주주총회 안건을 정리한 결과 중후장대 기업 주총에서는 이사회 다양성에 힘이 실린 안건들이 다수 상정됐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상장 기업이 각 기업에 맞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이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인센티브 위주의 정책이다.
◆이사회 다양성 갖춰야 이해도↑…기아·현대제철 여성 사외이사 선임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들은 기업 이사회 구성의 다양화를 권고하고 있다. 성별, 인종, 연령 등 다양성의 기준은 여러가지다. 이사회 구성이 다양할수록 경영진에 새로운 관점을 제공하고, 전략 및 위험 감독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한 지배구조 전문가는 "밸류업 프로그램의 취지도 시장과 주주와 소통하는 문화에 방점이 찍혀 있다. 다양한 구성원을 보유한 이사회는 그만큼 넓은 시각으로 시장을 분석할 수 있게 된다"며 "경영 전략 측면에서도, 기업가치 제고 측면에서도 중요한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기아는 지난 15일 열린 정기주총에서 이인경 MBK 부사장을 신규 선임하고 조화순 연세대 교수를 재선임했다. 기아의 여성 사외이사는 기존 신현정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까지 총 3명이다. 기아의 사외이사진은 조화순 교수, 전찬혁 세스코 대표이사 회장, 신재용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신현정 교수, 이인경 부사장 등 총 5명인데 이번 주총을 통해 기아는 현대차그룹 최초로 여성 사외이사 비율이 절반을 넘긴 기업이 됐다.
현대제철은 지난 26일 열린 정기주총에서 조승아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를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조 교수는 3년 만에 현대제철이 신규 선임한 여성 사외이사다. 이로선 현대제철은 철강업계에선 유일하게 2명의 여성 사외이사를 두게 됐다.
한화솔루션은 지난 26일 정기주총에서 이사회 의장으로 사외이사 박지형 서울대 교수를 선임했다.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은 것은 한화그룹 내에서 최초다. 한화솔루션은 그간 사내이사 이구영 큐셀 부문 대표가 의장을 맡고 있어 이사회의 독립성에 대한 지적을 받아왔다.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분리는 이사회의 견제, 모니터링 역할을 확대할 수 있어 이사회 독립성을 평가하는 주요 지표 중 하나다.
삼일회계법인이 발표한 '2023 이사회 트렌드 리포트' 갈무리. [자료=삼일회계법인] |
◆회장 정기 육성 나선 포스코…사내이사 내려놓은 조현범 회장
지배구조 자체의 변화가 생긴 곳도 있다.
포스코홀딩스는 지난 21일 장인화 회장 취임과 동시에 차기 회장 선출을 위한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이사회 산하 전문위원회로 신설했다. 회장 후보 관리 체계를 강화해 후보 선정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외부 영향력을 줄이기 위함이다. 장 회장은 또한 내부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지배구조 개선 태스크포스(TF)'와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독립 기관 '포스코 클린 위원회'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은 28일 주주총회를 앞두고 지난 25일 사내이사 사임 의사를 표했다. 사내이사는 회사에 상시적으로 출근함으로서 회사의 업무에 참여하는 이사로, 회사 경영에 직접 관여할 수 있는 인물을 뜻한다. 주총 이전부터 국민연금과 의결권자문사 역시 조 회장이 부당내부거래, 배임 수재 등 기업가치를 훼손할 수 있는 부정적인 사법 리스크를 안고 있다는 이유로 반대 의견을 발표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조 회장이 자진사임한 것이 지배구조 개편 측면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한다. 김남은 아주기업경영연구소 부본부장은 "의결권 자문사, 연기금 등이 중요하게 보고 있는 주요 기업가치 훼손 이력이 있는 사내이사가 자진 사퇴한 것은 회사 지배구조 측면에선 긍정적"이라면서 "회사에서도 지배구조 리스크를 주요하게 보고 있다는 점으로 풀이된다"고 했다.
기업들이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모습은 긍정적인 신호지만 아직까지 사내이사진 변화가 적고 이사회 다양성 구성이 성별과 연령에 한정되어 있어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도 있다. 사내이사 역시 남성 위주의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삼일회계법인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조원 이상 회사의 이사회의 여성 비율은 13%, 사외이사 중 여성 비율은 21%로 절반에 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대부분의 사외이사들이 교수와 법조계 인사로 구성되어 있어 사실상 경영진을 독립적으로 견제할 수 있는 기능이 있는지는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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