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성 개선하면서 가격 동결해도 반응 없어"
완성차 "경기 회복 없이는 판매 회복 어려워"
전문가도 한 목소리 "침체 상당히 오래 갈 것"
[서울=뉴스핌] 채송무 기자 = 현대차, 기아 등 국내 완성차 업체가 지난해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한 것과 달리 올해 분위기는 출발부터 좋지 않다. 지난해와 달리 올해 1분기 완성차 업체들은 저조한 판매 실적을 기록했다. 올해 완성차 내수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1분기 내수 판매 실적이 전년 대비 각각 16.1%, 2.9% 줄어든 16만277대, 13만7863대에 그쳤다. KG모빌리티는 같은 기간 전년 대비 46.5% 감소한 1만2212대, 르노코리아는 21.2% 감소한 5491대를 판매했다. 한국GM은 6919대를 팔아 전년 대비 80.3% 늘었지만 이는 주력 모델인 트랙스 본격 출하 이전 부진의 기저 효과다.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사옥 [사진=현대차] |
이같은 부진은 국내 완성차 만의 문제는 아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1분기 누적 수입차 판매 대수는 5만4583대로 전년 동기 6만1684대보다 11.5% 감소했다.
이와 관련해 한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올 한 해 이같은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라며 "국내 완성차 업체들도 상품성을 개선하면서도 가격을 거의 동결하면서 사실상 인하하는 효과를 주고 있는데도 반응이 없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최근 물가도 많이 오르지 않았나. 이런 경기 위축의 영향을 자동차 시장이 받고 있는 것으로 경기 회복이 되지 않으면 자동차 업계의 판매 회복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수입차 관계자의 전망도 비슷하다. 다만 수입차는 국내차와는 양상은 달랐다. 메르세데스-벤츠의 E클래스, BMW의 5시리즈 등 이른바 볼륨 모델은 경기를 타지만, 지난해 어려운 경기 사정에도 벤츠의 최고가 모델인 마이바흐는 최고 실적을 거뒀고, 역시 상위 차종인 G바겐 역시 높은 판매고를 올렸다.
2025년형 트랙스 크로스오버 REDLINE. [사진=쉐보레] |
지난해 국내 완성차 브랜드의 전기차는 판매량이 크게 줄었지만, 수입차의 고가 전기차는 판매량이 줄어들지 않았다. 수입차 관계자들은 수입차의 경우, 올해 이같은 추세가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 역시 올 한 해 자동차 업계의 부진을 점친다.
한국전기차협회 회장인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 한국의 경제 성장률이 더 낮은데 이런 경기 침체와 고물가의 영향을 자동차가 가장 크게 받고 있다"며 "하반기에는 긍정적인 요소가 나타날 수도 있지만 불안한 요소는 많은데 장점이 적어 올해는 위축될 것"이라고 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지금의 침체가 상당히 오래 갈 것"이라며 "전기차 부진과 함께 반도체 이슈가 끝나면서 자동차 업체들이 무한경쟁에 들어가 프로모션과 광고비 지출이 늘어날 것이어서 자동차 회사들의 매출과 수익성도 지속적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저성장 국면에 자동차 가격이 너무 올랐다. 이 때문에 내수 부진을 모두 예상했지만 1분기는 예상보다 더 부진했다"라며 "정부가 개별소비세도 이미 내려줬고, 쓸만한 진작책을 모두 쓴 상황이어서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인센티브를 늘리거나 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올린 가격을 내릴 수밖에 없다"라며 "다만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dedanh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