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자산 규모 17조...전년比 72%↑
물류센터 등 부동산 가치 재평가 영향
재계 순위 30위권, 유통업계 5위 전망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쿠팡의 자산 규모가 크게 늘어나면서 올해 재계 순위도 급상승할 전망이다. 전국 100여 곳에 6조2000억원을 투자해 지은 물류센터의 부동산 가치가 재평가되면서 자산 규모가 커지면서다.
지난해 45위였던 쿠팡의 재계 순위는 올해 30위권 내 안착할 가능성이 크다. 롯데, 신세계, CJ, 현대백화점그룹에 이어 유통업계 5위권이다.
◆쿠팡로지스틱스, 자산 규모 7배↑
12일 쿠팡이 제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회사의 자산과 자본이 전년 대비 크게 늘었다.
지난해 말 기준 쿠팡의 자산총계는 14조3423억원으로 전년(9조4533억원) 대비 51.7% 늘었다. 또 쿠팡의 자본총계는 2조9834억원으로 전년(6151억원) 대비 4배 가까이 증가한 385%가 늘었다. 자산과 자본의 총액은 17조3257억원으로 전년(10조684억원) 대비 72.1% 늘었다.
쿠팡 대구 물류센터 [사진=쿠팡] |
쿠팡풀필먼트서비스,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 쿠팡페이와 같은 핵심 계열사들의 자산이 큰 폭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특히 쿠팡로지스틱스의 자산은 지난 2022년 1523억원에서 지난해 1조1132억원으로 7배(631%) 넘게 증가했다.
쿠팡풀필먼트의 자산은 6161억원에서 1조6918억원으로 174.6%, 쿠팡페이의 자산은 1조9368억원에서 3조946억원으로 59.8% 늘었다.
업계에선 쿠팡풀필먼트와 쿠팡로지스틱스가 보유한 물류센터의 부동산 가치가 재평가되면서 자산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 쿠팡은 지금까지 조 단위 적자를 감수하며 물류 네트워크를 구축하는데 공을 들였다. 지금까지 쌓아 온 물류센터와 물류센터를 운영하기 위한 시설·장비가 쿠팡의 자산 규모를 키웠다는 분석이다.
쿠팡로지스틱스 감사보고서를 보면 지난 2022년 반영되지 않았던 토지(88억원)와 건설 중인 자산(132억원)이 새로 반영됐고 비품(868억원), 차량운반구(501억원), 임차시설개량(511억원) 자산이 크게 늘었다.
쿠팡페이는 결제대행을 맡고 있는 만큼 현금성 자산이 크게 늘었다. 쿠팡페이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지난 2022년 1조1292억원에서 지난해 말 2조2722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자산 17조원은 재계 27위권
쿠팡의 보유 자산이 늘면서 정부가 매년 집계하는 대기업 순위에서도 큰 폭의 상승이 예상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매년 4월말 대기업집단 일반 계열사의 자산총액과 금융 계열사의 자본총액을 더한 자산인 '공정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하고 있다.
공시대상기업집단은 재계 순위로 분류되며 여기에 포함되는 기업들을 흔히 대기업으로 분류한다. 이들은 대규모 내부거래 시 이사회 의결 및 공시, 비상장회사 등의 중요사항을 공시해야 하는 깐깐한 규제를 받는다.
쿠팡은 지난해 재계 53위에서 8계단 상승한 45위를 기록했다. 당시 쿠팡의 공정자산은 약 11조원으로, 올해 17조원 가량 공정자산이 반영되면 재계 순위는 훌쩍 오른다. 지난해 공정자산이 약 17조원이었던 하림이 27위를 기록한 바 있다.
유통업계만 따지고 보면 롯데, 신세계, CJ, 현대백화점에 이은 5위권이다. 지난해 현대백화점그룹의 공정자산은 21조6380억원으로 전통의 유통명가를 바짝 추격하게 된 셈이다.
쿠팡은 지난해 연 매출 31조8298억원, 영업이익 6174억원을 기록하며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이마트를 뛰어넘은 바 있다. 연간 적자를 기록하던 쿠팡은 지난해 13년 만에 첫 연간 흑자를 달성했다.
쿠팡은 지난해 공정자산총액(11조1070억원)이 10조원을 넘어서면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된 바 있다.
공정위는 공시대상기업집단 중 자산이 10조원이 넘는 기업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상호출자 금지, 순환출자 금지 등의 규제를 추가로 받는다.
재계 관계자는 "공정위의 공시대상기업집단은 부동산을 비롯한 주식과 같은 자산 기준으로 선정하기 때문에 대형 공장과 오프라인 매장·물류센터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은 부동산 지가 상승에 따른 영향으로 자산 규모가 증가해 재계 순위가 오를 수 있다"고 전했다.
s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