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항공엔진 독자개발은 필수"
2030년대 독자 항공엔진 확보 목표
[창원=뉴스핌] 김아영 기자 =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에어로)는 2025년까지 약 400억원을 투자해 5000평 규모 스마트 엔진 공장을 조성한다. 최초 국산 전투기인 KF-21의 엔진 생산과 6세대 전투기 엔진의 개발 플랫폼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다. 한화에어로는 2030년대 중후반까지 글로벌 수준의 독자적인 항공엔진 기술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항공엔진사업 현황과 중장기 전략을 설명하는 이광민 항공사업부장. [사진=한화에어로] |
이광민 항공사업부장은 지난 12일 한화에어로 창원1사업장에서 진행된 1만대 생산 기념행사에서 "궁극적으로 만들려고 하는 것은 약 1만6000파운드급 엔진"이라고 설명했다.
한화에어로는 이번 엔진 1만대 생산 및 공장 증설을 시작으로 2030년 중후반까지 정부와 함께 1만5000파운드급 엔진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KF-21 엔진과 동급 수준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1만6000급 엔진까지 개발하는 것이 목표라는 것을 공개적으로 밝힌 셈이다.
한화에어로는 현재까지 해외 업체의 라이선스를 기반으로 국내에서 국산화 기술협력생산에 집중했다. 하지만 향후엔 전투기급의 독자엔진 기술을 확보가 목표다. 독자엔진이 자주국방은 물론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사업으로 선정된 것이다. 한화에어로 측에 따르면 글로벌 항공 엔진 시장은 2029년 약 150조원의 매출이 예상된다. 한화에어로는 2029년까지 16조원의 매출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한화에어로는 이날 중장기 전략도 공개했다. 국내 수십여개 업체들과 함께 항공엔진 분야의 생태계를 조성해 첨단 독자 엔진을 개발하고, 이를 기반으로 무인기·민항기 엔진 등을 추가로 개발한다는 것이다. 인공지능(AI), 유무인복합운용 등이 요구되는 6세대 전투기 엔진의 핵심 기술인 '엔진 일체형 전기 시동 발전기(E2SG)', 세라믹 복합소재 개발 등 선행 기술도 확보해 자주국방을 위한 미래 전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현재 독자 전투기 엔진 기술을 가진 국가는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우크라이나, 중국 등 6개국뿐이다. 이들 국가는 미사일 기술통제체제(MTCR), 국제무기거래규정(ITAR), 수출관리규정(EAR) 등 각종 규제에 따라 엔진 관련 기술 이전과 수출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다. 미래 전쟁 패러다임이 변화해 6세대 유무인 전투기 수요가 확대되면, 항공엔진 수입 장벽은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항공엔진사업 현황과 중장기 전략을 설명하는 이광민 항공사업부장. [사진=한화에어로] |
이광민 한화에어로 항공사업부장은 "첨단항공엔진 개발, 나아가 6세대 전투기엔진 개발은 도전적인 목표지만 한화에어로가 지난 45년간 쌓아온 기술력과 인프라, 정부 및 협력사들과의 협업을 통해 반드시 이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있다. 한화에어로를 포함한 우리나라 항공산업은 기체 중심으로 외형적 성장을 지속했다. 하지만 엔진 등 핵심 구성품은 해외 의존율이 높은 상황이다.
특히 엔진에서 뿜어지는 섭씨 1500도 이상의 화염을 견뎌야 하는 특수 소재의 경우 현재 전량 수입산에 의존하고 있다. 게다가 엔진 OEM 업체가 특정 회사 제품을 지정하는 구조다. 한화에어로 입장에선 사업의 자유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설상가상 코로나19 이후 미국의 소재 공급사의 부품 공급이 잘 안돼 어려움이 크다는 것이 한화에어로 측 설명이다.
첨단 엔진을 새로 만들 때 필요한 소재의 종류가 64종이다. 이 가운데 한화에어로는 17종의 소재를 개발하는 중이다. 이광민 항공사업부장은 "소재가 가장 힘들고 어려운 부분"이라며 "해외 대비 40~50% 수준의 초기 단계지만, 정부와 협력해 개발 지속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손재일 한화에어로 대표는 "육해공군, 정부 및 참여업체 모두의 힘을 모아 해외에 의존했던 항공 엔진의 기술 자립도를 높이고 대한민국 항공산업과 방위산업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ay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