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민주주의 왜곡해 집단 이익을 추구한 범죄"
구현모 "불법행위 한 것에 대해 충분히 반성하고 후회"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국회의원들에게 이른바 '쪼개기 후원' 방식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구현모 전 KT 대표에게 검찰이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벌금 1000만원을 구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2부(김용중 김지선 소병진 부장판사)는 17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구 전 대표와 전직 KT 고위 임원들의 항소심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검찰은 "이 사건은 KT 임직원인 피고인들이 다수 국회의원들에게 법인자금으로 정치자금을 공여하는 불법적인 방법을 통해 민주주의를 왜곡하여 집단 이익을 추구한 범죄로 그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또한 일부 피고인은 여전히 자신의 범행을 부인하는 등 진지한 반성을 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심 구형량과 같이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앞서 검찰은 1심에서 구 전 대표에게 벌금 1000만원, 다른 임원들에게 벌금 400~500만원을 각 구형한 바 있다.
구 전 대표는 "당시 회사 대관부서에서 불법이라는 것을 알려줬다면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회사 일이 너무 바빴고, 대관부서에서 요청하는 것을 임원이니까 들어준다고 했던 것이 여기까지 온 것 같다. 결론적으로는 불법행위를 한 것에 대해 충분히 반성하고 후회하고 있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재판부는 항소심 선고기일을 오는 6월 19일로 지정했다.
[서울=뉴스핌] 황준선 기자 = 국회의원들을 '쪼개기 후원'한 혐의로 기소된 구현모 KT 대표가 지난해 4월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2.04.06 hwang@newspim.com |
재판부는 이날 구 전 대표의 업무상 횡령 사건 항소심도 진행했다. 구 전 대표 측 변호인은 "이 사건은 정치자금법 위반죄와 모든 사실관계가 동일하기 때문에 상상적 경합관계(하나의 행위가 여러 개의 죄에 해당하는 경우)로 봐야 한다. 따라서 이후에 기소된 업무상 횡령죄는 공소가 기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관련 판례 등을 PT(프레젠테이션)를 통해 설명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달라고 했다.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여 업무상 횡령 사건에 대해 오는 5월 22일 속행하기로 했다.
검찰에 따르면 구 전 대표는 20대 총선 이후 KT 부사장급 임원으로 재직하면서 국회의원 13명의 후원회에 본인 명의로 100만원씩 총 1400만원의 정치자금을 불법 기부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KT가 2014년 5월부터 2017년 10월 사이 상품권 대금을 지급하고 할인된 금액의 현금을 되돌려 받는 이른바 '상품권 깡' 방식으로 부외자금을 조성해 국회의원 99명에게 약 4억3800만원을 불법 기부했다고 보고 대관 담당 임원 4명과 KT 법인을 재판에 넘겼다.
불법 후원을 주도한 전 KT 대관 담당 임원은 대법원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확정받았다. 함께 기소된 KT 법인도 대법원에서 벌금 1000만원형이 확정됐다.
검찰은 불법 후원을 위해 본인의 명의를 빌려준 구 전 대표에 대해 정치자금법 위반 및 업무상 횡령 혐의에 대해 각각 벌금 1000만원과 5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이에 불복한 구 전 대표는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1심 재판부는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고 "KT는 공공성이 강조되는 정보통신사업, 뉴미디어사업 등을 영위하는 대기업으로 사회에 직·간접적으로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으므로 특히 준법경영에 관한 고도의 책임이 요구된다"고 지적하며 구 전 대표에게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업무상 횡령 혐의에 대해서도 유죄로 판단했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은 KT 소유의 현금을 정치자금으로 기부하는 사실을 적어도 미필적으로 인식하고 용인한 상태로 자신 명의로 정치자금을 기부해 업무상 횡령에 가담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며 구 전 대표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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